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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10월 26일 오후 윤광웅 국방장관과 주한미군 선임장교 자격인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2층 대회의실에서 용산기지 이전 포괄협정(UA) 및 이행합의서(IA), LPP 개정안 등 3개 협정에 대해 서명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용산 미군기지 이전은 '싸움(FIGHT)'의 문제가 아니다.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은 틀렸다. 그렇다고 해서 송민순 외교부장관의 말처럼 '기술적 측면에서의 가능한 시간'의 문제도 아니다. 그렇다고 더이상 '비용분담'의 문제일 수도 없다. 한미 간의 '신뢰'의 문제이다.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버웰 벨 사령관은 지난 1월 9일 "이전에 차질이 생길 땐 싸울 것(fight)"이라고 말했다. 벨 사령관의 발언 이후 송 장관도 10일 정례기자회견에서 "한미가 협상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 가능한 시간을 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성 발언을 했다. 이렇듯 용산기지 이전을 둘러싼 한미 간의 협상은 이견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BRI@<오마이뉴스>가 1월 10일 흥미로운 보도를 했다. "용산 기지의 오산·평택으로의 이전 비용은 모두 10조원 안팎이며 …… 기지 이전 공사도 2008년 6월에 시작되어 2012년 전후까지 끝내는 등 미군기지 이전이 지난 2004년 한미가 합의했던 2008년이 아니라 2013년으로 연기될 것임을 명확하게 밝혔다"며 정부의 대국회 공식문서를 인용해서 보도했다. 기지이전 총비용이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사실, 미군의 영외거주용 아파트를 대한주택공사가 BTL사업을 통해 건축하여 제공하기로 한 사실, C4I 비용이 900만달러가 아니라 거대규모로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 등은 필자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사실과 일치하는 것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간의 외교안보팀의 수미일관된 거짓말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토록 명백한 증거가 언론에 의해 제시되었음에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언론조차도 그간의 정부의 거짓말에 대해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개된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용산기지 이전협상의 문제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째, 비용부담의 문제이다. 비용부담은 정부 공식발표가 아닌 시민단체와 필자의 비판이 맞았음을 증명한다. 용산기지 이전협정 UA의 제2조 4항은 "대한민국은 토지∙시설 및 이사용역을 제공하며, 이전과 직접 관련된 그 밖의 비용(other expence)을 부담한다"로 되어 있다. 그리고 '기능과 임무'가 그대로 유지됨을 전제로 한다. 모든 건설기준은 미 국방부의 기준을 표준으로 한다. 2004년 이래 용산기지 이전협상을 담당한 정부 외교안보팀은 기지이전비용은 5조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누누이 주장해 왔다. 그런데 막상 미국 측과 MP를 협상한 결과는 10조원 내외로 사실상 결정된 것이다. 직접 공사비 예산이야 5조원을 갓 넘어서지만 평택이주대책비나 성토비용, 환경오염치유비용, BTL 사업예산 등을 포함하면 10조를 넘어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필자는 원화베이스로 10조를 넘어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제 딜레마에 빠져있다. 공식화시키자니 책임소재가 두렵고, 책임을 묻자니 협상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C4I - 지휘(Command),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 컴퓨터(Computer), 정보(Intelligence) - 비용부담에 관한 경우도 협상문안을 근거로 900만불을 결코 넘지 않을 것이라고 소리높였었다. 그런데 이번 MP 결과를 보면 3816억원(4억600만달러)로 급증해 있다. 공식회의나 당정협의 과정에서 필자가 거짓말을 한다고 외치던 당시 북미국장이나 외교부장관이나 국방부장관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이런 MP 결과를 놓고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미동맹만 강조한 언론, 이제 와서 뒷북 치나

▲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인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대추리 입구 도로 주변에 군인들이 설치한 철조망이 겹겹이 설치되어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둘째, 한미 갈등의 문제이다.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는 평택기지 시설종합계획(MP)을 연내 확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한미 간 실무협상에서 미국 측은 MP를 확정하려 하였으나 비용분담이나 완공시기 등이 조율되지 않아 연기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은 지난해 12월 22일 "한국 정부가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한국 정부에 항의를 했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도 지난해 12월 27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용산기지나 경기 북부지역의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옮기는 작업이 일부 지연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협상을 잘하자는 것이었다. 한국 측 전액 비용 부담의 원칙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부터 구체적 사안에까지 평통사 등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들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어쨌거나 용산기지 이전협정은 국회를 통과했고, 그렇다면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국제관계이고, 더더욱 중요한 한미관계이고, 최근 들어 더욱 민감한 한미 군사안보사항이기 때문에 그 약속은 강력하게 지켜져야 했다.

그런데 정부 관계자는 갑작스레 평택 주민들을 핑계 삼는다. 그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문제는 돈 문제이다. 용산기지 일부매각 차질, 광범위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오염치유기간이 늘어나고 따라서 각지에 산재한 기지의 매각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현실, 따라서 특별회계로 편성하기로 한 재정마련의 어려움 등이 더해지면서 자연스레 용산기지 이전은 연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국과의 충분한 협상 없이 용산기지 이전의 일방적 연기를 도모하고 있다.

셋째, 여기에서 언론의 보도행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04년 협상 당시와 그 이후에도 용산기지 이전비용의 추가부담에 대한 많은 문제제기에도 우리 언론은 비용부담보다는 한미동맹관계가 중요하다면서 용산기지 이전 비용에 대한 문제제기는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는 협상이 다 끝난 지금에서야 비용부담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12월 15일 사설에서 "우리 사회는 미군기지이전의 안보상 위험을 과장되게 논란하느라 평택기지건설에 따른 장애와 비용 문제는 소홀히 넘겼다. …… 이제라도 적정한 기지규모와 비용 등을 세세히 따질 필요가 있다"라고 비판한다. 같은 날 <서울신문> 사설도 "사실 우리에게는 5조원 부담조차 버겁다. ……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따른 미군 재배치인 만큼 부담의 몫을 한국에 떠넘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5조가 아니라 10조가 맞다. 왜 이제와서 뒷북을 치는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넷째, 국회의 권능을 또다시 무시하는 일이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된 청문회를 2005년 이미 의결해 두었다. 용산기지 이전의 문제점은 유보해 두되, 한미동맹을 위해서 일단 통과시키는 현명한 선택을 했던 것이다. 당시 용산기지이전협상 UA는 분명히 용산기지 이전은 2008년 12월 31일까지 끝내도록 되어있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한 본문 개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개정은 한미 간의 협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개정내용은 다시 국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국회의 또다른 의결이 필요하다는 말은 꺼내지도 않는다. 이런 식으로 국회에 대한 악의적 무시 혹은 국회의 권한 약화를 획책하는 것은 정치불안으로 이어지고 한편으론 국민주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렇다. 용산기지 이전의 큰 틀에서의 협상은 이미 국가 간의 계약인 조약으로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한국 측 비용부담의 원칙은 일체의 수정의 여지도 없다. 당연히 비용은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 그 문제를 이제 와서 수정하려 드는 것은 미국과의 신뢰를 완벽하게 져 버리는 행위이다. 이제 와서 불편하다고 계약 전체를 악의적으로 연기시키려 든다면 어떻게 건전한 한미동맹이 성립할 여지가 있겠는가?

근본적으로 재원마련의 문제라면 솔직하게 미국의 동의를 구하고 그 결과는 협정 개정안의 형태로 국회에 제출되어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거짓말을 일삼은 당시 외교안보책임자들에 대한 정치적 문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당시 용산기지 이전협정과 관련된 여러 회의석상에서 필자는 "불과 1~2년 뒤면 돈 문제 때문에 진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으니 제발 진실을 이야기하자"고 소리높여 외친 바 있다. 벌써 그 시간이 도래하고 말았다. 참여정부가 왜 미국에게 줄 것 다 주고도 미국의 불신을 사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말해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 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미군기지.
ⓒ 오마이뉴스 권우성

태그:#용산 미군기지, #버웰 벨, #송민순, #최재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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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영남대, 전남대 로스쿨 및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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