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창립20주년을 맞아 기념식 준비에 바쁜 생명선교연대 회장 최정의팔 목사(오른쪽)와 정상시 목사.
ⓒ 김혁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민중교회와 이에 뜻을 함께 하는 목회자들의 모임인 '생명선교연대'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오는 31일 기념식을 연다.

한국 교회의 에큐메니칼 역사 속에 시대적 상황에 따라 모였다 흩어진 많은 목회자 조직이 있었지만 20여년을 함께 한길을 걸어온 조직은 흔치 않다. 그만큼 생명선교연대의 20주년은 소속 회원뿐만 아니라 한국 민중운동사에서 기념될 일이라 여겨진다.

지난 25일(화) 찾은 생명선교연대 사무실에는 회장 최정의팔 목사(서울외국인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을 비롯 정상시 목사(안민교회), 김은호 간사 등이 20주년 기념행사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최정의팔 목사를 만나 생명선교연대가 20주년 맞이하는 데 대한 소회와 계획, 기념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생명선교연대의 역사에 대해서.
"70년대 억압적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였고, 70년대 후반부터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민중교회들이 본격적으로 세워지기 시작하였다. 1985년 변혁운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했던 목회자들이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교회가 한국사회의 새로운 변혁세력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모인 것이 '한국민중교회선교협의회'이며, 이 협의회를 생명선교연대 20주년 역사의 기점으로 삼고 있다.

1988년, 교단별 조직의 한계를 느끼고, 기감(기독교감리회) 예장(예수장로회) 등 3개 교단 민중교회 조직과 13개 지역조직이 통합, '한국민중교회운동연합'을 결성하였다.

그러다가 90년대 초반 노동자, 빈민, 농민들이 노동조합과 농민회 등을 조직하고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서, 활동가들이 교회를 떠나는 등 민중교회의 역할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시대적 상황의 변화는 민중교회운동에 새로운 전기가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의기소침해진 시기이기도 하다.

대안 모색을 위한 활발한 토론 결과, 1997년 선교의 방향을 기존의 민중선교방향을 유지하면서 좀 더 폭넓게 '생명을 살리자'로 확장하면서 '생명선교연대'로 조직의 이름을 변경하고, 평신도와 함께 하는 조직에서 목회자 조직으로 변화되었고, 현재 80여명의 목회자들이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 민중교회에 대하여.
"60년대 말부터 기장 목회자 박형규 목사, 권호경 목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수도권특수선교위원회, 인천도시산업선교회, 동인천산업선교회 등 산업선교와 빈민선교가 시작되었다. 또 70년대 초반에는 허병섭 목사가 동월교회를, 이해학 목사가 주민교회를 창립하고, '민중교회'라는 이름은 붙이지 않았으나, 동일한 민중선교를 시작하였다.

▲ 80년대 중반 노동조합을 대신하여 노동자 대중조직의 역할을 감당했던, 한국기독노동자총연맹 광주지역연맹이 무등교회(이철우 목사)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 생명선교연대
80년대 들어와서 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하여 그동안 민중선교가 외국의 지원에 의존하고, 센터와 기구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계가 있다고 여기게 된 목회자들이, 독자적으로 민중에 바탕을 둔 교회 중심의 활동을 개척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민중교회'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80년대 민중교회의 특징은 구로 인천 안양 등 지역 노동운동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많은 수의 지역 활동가들이 교회에 참여하였다."

- 생명선교연대의 주요 활동은.
"목회자와 평신도가 함께 다양한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초기에는 기층 민중에게 복음을 전하는 역할을 주로 하였지만, 현재는 장애인, 가출청소년, 무의탁노인, 외국인이주노동자 등으로 선교영역이 넓혀지고 있다.

특히 복지선교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하여감에 따라 탁아소, 공부방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현재는 지역아동센터와 어린이집으로 공식화되었다. 또 가출청소년을 위해서 들꽃피는 마을, 은행골어린이집 등이 운영되고 있고, 여러 지역에서 외국인이주노동자센터가 세워져 이주노동자를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

대사회적 발언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데, 국가보안법 철폐, 미군철수, 반전(反戰)운동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최근 세계화 시대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WTO 홍콩회의가 전세계 민중에게 심대한 영항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항의단에 참여할 예정이다."

-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하여, 그리고 에큐메니칼 운동이 '좌편향'이라거나, 최근 사회복지 분야에만 집중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은 좌측에 서 본 적이 없다. 그 주체들이 '사회주의'를 공부한 적도 없으며, 특별한 이념적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은 민중을 향한 경향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복지사업과 복지선교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선교'는 자기를 희생하는 결단에서 나오는 행위이다. 단지 복지 분야에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민중교회의 정체성이 달라지진 않는다.

민중교회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으며, 그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서도 여전히 정리해가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한국교회가 전반적으로 자본화되어가는 속에서 민중교회의 가치와 역할은 더욱 증대할 것이다.

▲ 생명선교연대 회원들은 작년 12월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금식기도회'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본부에서 보름동안 했다.
ⓒ 생명선교연대
2천 년 전 예수가 유대교회에 강한 메시지를 선포한 것처럼, 오늘날 기복신앙과 물질만 추구하는 한국교회에도 같은 말씀을 하실 것이다. 민중교회는 그런 한국교회에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 2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이제까지의 역사를 정리하고 이 시대에 맞는 교회운동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또 민중교회와 생명선교연대가 한국에서 개혁세력으로 깃발을 높이 세우고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독일의 루쯔 선교사와 일본의 이누까이 목사 등을 초청, 국제심포지엄을 열게 되고, 지난 20년간의 활동을 사진과 목회자들의 기록으로 모아 기념문집을 발간할 것이다."

-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87년 '전경련 회관 항의 방문', 2003년 국회 앞에서 이주노동자 관련법 제정을 위한 노상 단식기도회, 그리고 작년 겨울 보름간 기장 총회본부에서 있었던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목회자 단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열악하고 가난한 현장을 지키다 앞서 간 고 성낙형, 차주완, 김영수 목사 등 세 사람에 대한 추억은 가장 가슴 아픈 기억이다."

- 생명선교연대 회장으로서 소망이 있다면.
"먼저 생명선교연대는 열악한 환경 가운데 힘을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굳건하게 선교 현장을 지켜갈 것이다. 앞으로 민중교회들이 더 자주 모여서 아픔과 고통을 나누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공부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생명선교연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온 지구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 목회를 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신학생 교육이 '목사후보생 훈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먼저 '왜 목사가 되려고 하는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직업'으로 생각하면 감당할 수 없다. 목회는 자신을 예수에게 모두 바치는 것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목회도 전문적 직업이기는 하지만, 그에 더해 그리스도를 몸으로 실천하고 따르는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http://ecumenian.com/)에 실렸습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