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집콕생활을 한지도 거의 1년 반이 훌쩍 넘어갔다. 백신 2차 접종 등 이것저것 따져보니 12월 중반에 가서야 다시 사회생활에 도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듯하다. 집에서만 생활하는 걸 답답해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랜기간동안 집안에서 생활한건 정말 기이한 경험일 것이다. 그래서 가끔가다 운동삼아 약 1시간 정도 집을 원점으로 삼아 주변을 크게 돌다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런데 걸을 때 습관적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걷는다. 음악을 들으면서 걸으면 지루함이 덜하다. 그런데,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랄때가 있다. 퀵보드가 지나가거나, 자전거가 인도로 지나갈때 정말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인도임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걷는 방향을 수정할 때 뒤를 돌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이건 겁이 많아서 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나라 도로 시스템은 철저히 자동차 위주인 듯했다.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냥 걷기에도 우리나라 도로 시스템은 장애물 투성이다. 차가 없는 사람들이 아마도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인도는 턱없이 좁고, 그 좁은 인도에 또 퀵보드와 자전거가 함께하니 정말 이건 걷다가 사고가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현재의 도로시스템일 거다. 인도에는 제발 사람만 걷게 해줬으면 한다. 인도조차 퀵보드와 자전거를 예의주시하며 걷는다는 건, 그건 너무 불공평하다.
이어폰으론 음악소리가 들리지만, 볼륨 조정에 따라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위험인자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청각장애인이 거리를 거닐때는 어떨까. 시각장애인보다는 덜 위험하겠지만, 청각장애인도 인도를 걸을 때 언제든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도는 사람들로 붐벼서 시각, 청각 장애인을 비롯해 지체장애인이 집밖으로 나오기에는 너무 장애물이 많은 게 우리나라 현실인 듯싶다.
가끔가다 귀에 이어폰끼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그러다 사고나!"라는 목소리가 괜한 우려는 아닐 것이다. 정말 우리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없는 사회다. 기사를 읽어보니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장애인이 누릴 권리를 국가가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던데, 정말 장애인 복지에 관해선 정말 많은 과제가 남은 듯싶다. 그래도 현 정부들어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 있다. 수어로 인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공익광고가 그것이다.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그동안 너무 장애인이 소외돼 있다보니, 장애인들이 집이나 시설에서만 지내는 세상에 직면해 있었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까. 앞으로 도시를 설계할때 장애인들을 먼저 고려하면 어떨까. 솔직히 이기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퀵보드 같은 건 타는 사람이나, 어쩔 수 없이 같은 인도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위험요소인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길거리에서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건,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들이 언제라도 산책을 할 수 있게끔 도로가 설계돼 있었으면 한다. 더 좋은 세상, 함께 사는 세상은 작은 관심과 변화에서 시작된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