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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착각
소낙비로(jichang3) 2019.08.22 12:25 조회 : 307

10년도 더 넘은 시절 용산역을 근처를 걸을 기회가 있었다. 용산 개발로 인해 역근처 성매매업소들이 없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용산역 부근을 거리낌 없이 걷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여성이 서 있는 것이었다. 대낮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일명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특별한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여성분이 측은하기도 했다. 어떡하다 여기로 들어와서 저렇게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경험은 지난해에도 했다. 이번에는 수원역이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성매매업소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때문에 표면적으로 보이는 집창촌같은 것들은 없어지고 있는 추세다.

당연히 집창촌도 역사속으로 사라진 줄 알고 그곳을 한번 거닐었는데, 아직도 영업을 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이번에도 대낮이었다. 잠깐 놀라기는 했지만,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세상은 온통 그런 것들 투성이니까. 미투가 아무리 넓게 퍼져도 세상 남자들이 여성들에게 가하는 성추행의 1억분의 1도 밝혀내지 못한다.

노래방에 글쓴이는 잘 가지 않지만, 노래방에 남성들끼리 가면 십중팔구 도우미를 부르곤 하니까 말이다. 돈 몇만원 지불했다고 신체접촉을 아무런 죄책감없이 남성들은 한다. 그냥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우리는 불법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세상은 그들을 용납할까.

시내 한복판에 북창동식 단란주점이 있고,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 버젖이 영업이 행해지고 있다. 그곳에서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신고를 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도덕불감증일까. 왜 눈에 보이는 불법 앞에서 모두가 침묵하고 있을까. 그 심리는 과연 뭘까. 나랑 상관이 없으니까.

그럴 것이다. 나랑 상관이 없으니까 사람들은 그 불법을 눈감아버린다. 아니 눈도 깜짝 안한다. 아무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잔인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들은 자신들과 관련된 것에는 굉장히 민감해한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길거리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치자.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린다. 왜냐하면 그 흡연자들은 자신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 흡연자들은 파렴치한이 된다. 그런데 북창동식 단란주점을 마주할 때 생각조차 없는 사람들의 윤리의식 수준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길거리에서 무단횡단하면 쯧쯧 거리면서, 이 세상에 벌어지는 수많은 불법을 눈감아 주는 자신의 윤리의식 수준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 되물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성매매로 글의 소재로 삼아 매우 송구스런 마음이다. 하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분명이 있다. 밖에 나가 마주하는 수백가지의 불법에 침묵하면서 자신과 관계된 것에는 기를 쓰고 달려드는 그 폭력성에 혀가 절로 내밀어진다. 자신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감히 한마디 하고자 한다.

그건 심각한 오해라고, 자신이 보고 싶은 세상만 봐서 그렇다고, 더 나아가면,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생각은 해보지 않고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 그렇다고 말해주고 싶다. 근시안적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세상만 보려는 사람들, 그 짧은 생각 때문에 세상은 오염되고, 발전을 더디하고 있지 않은지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그리고 자신은 죄를 짓지 않고 깨끗하다는 생각은 심각한 착각일뿐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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