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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어디까지 국민의 삶에 개입할 수 있는가? 국가 개입의 정당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시대에 따라, 같은 시대에도 사회구성원의 인식과 공유하는 문화의 특성에 따라 다를 것이다. 특정 사회가 보여주는 현재의 모습은 이와 같은 질문의 무한 반복과 갈등을 통해 형성됐고, 상황에 따라 변할 가능성이 내포된 과도기적 현상이다.
 
과거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영역에도 사회 변화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는 개입해야 할 이유와 명분이 생기게 된다. 민주주의사회에서 시민의 요구가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시대에는 대부분 여기서 국가 개입의 정당성이 발견된다. 이에 따라 개입의 범위와 수준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국가 개입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쉬운 영역 중의 하나는 생명·안전 분야다. 생명·안전은 인간의 욕구 중 가장 하위 범주에 속하기도 하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여 사회이슈가 됐을 경우 상대적으로 큰 파급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정책의 부재로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람 목숨도 챙기지 못하는' 정부란 비난은 강력한 화살이 되어 국정 운영에 부담을 지우는 상황을 종종 목격한다. 노동 현장에 안전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자동차에서 안전벨트, 자전거 헬멧 착용을 법으로 강제하는 등 소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일수록 이런 생명·안전 분야의 규제가 잘 마련돼있다.
 
사회문제로 등장한 가정폭력
 
시대에 따라 국가 개입의 양상이 변하면서 최근 개입의 필요성이 부각된 것 중 하나로 가족 내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유교에 뿌리를 둔 가부장제 가족문화가 지배적이었던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가 가족 구성원 간에 발생한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가족의 일'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되지 않은 이상 철저히 개인의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부부 사이 폭력이나 아동학대 등이 우리 사회의 조명을 받고, 국가가 개입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였다. 한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작은 조직인 가족의 건강함을 지키는 것에 국가 개입의 정당성이 있다.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9만건의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피해자들은 대부분 여성, 노인 등 약자들이다. 가정폭력은 문제가 쉽게 외부로 알려지기 어려워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폭력의 경험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아동학대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런 문제의 연계성과 확장성은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통해 사건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하는 이유가 됐다.
 
가정폭력에 국가가 개입하는 방법
 
가정폭력에 대응하는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는 예방교육이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는데 힘쓰는 활동이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75%가 여성인만큼 뿌리 깊은 가부장적 인식을 바꾸는 노력도 함께 진행 중이다. 대부분 남성이 비중을 차지하는 군대와 직장, 학교에서 실시하는 예방교육도 중요하다. 가정폭력이 가정 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점을 알리고, 외부의 개입이 가능한 사건임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다른 정책으로 피해자 보호·지원제도가 있다. 학대를 당한 아이들과 폭력의 피해자들을 치유하여 가정 생태계의 회복을 돕는 활동이다. 가족관계의 균열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임시 숙소를 마련하거나 심리적 안정을 돕고, 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시대적 요구에 맞게 다문화가족에 맞춘 제도와 프로그램들도 운용 중이다.
 
공권력을 강화하여 가정폭력에 대응할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여성가족부는 법무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즉시 체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폭력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접근금지 명령에 대한 처벌도 기존 과태료에서 최대 징역형으로 강화됐다. 1997년 관련 법이 등장한 이후 제도와 법률이 좀 더 치밀해지고 있다. 이렇게 가정폭력이라는 문제에 개입하는 국가의 방식이 정책수단을 통해 변하고 있다.
 
가정폭력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생활·문화 양식의 등장으로 국가 개입의 영역은 지금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유튜브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보고 재밌어했지만, 지금은 과도한 연출과 소모된 에너지를 생각하면서 아동학대의 의심을 강하게 받기도 한다. 머지않아 관련 기관의 가이드라인과 이를 넘어선 법률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렇게 국가의 개입은 시대변화와 국민의 인식 그 어디쯤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