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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민자치회 1년

어느 청년의 소회
20.11.27 19:18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나는 지난 2019년 하반기, 연희동 주민자치회 위원을 지원했다. 이 글은 청년이자 주민자치위원으로 경험한 것들을 나누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우선 주민자치위원은 50명이 추첨으로 뽑힌다. 선거에 익숙한 나에게 추첨이라는 방식은 어쩌면 우리가 진정으로 평등하다는 느낌을 준 제도였다. 나이에 상관없이, 나는 추첨으로 뽑혀서 위원이 되었다.

우선 주민자치위원은 1달에 2회 정도 만났다. 정기회의는 50명이 모두 모여 주로 큰 결정을 하는 회의였다. 예산을 결정하고, 어떤 사업을 할지 말지 결정했다. 그 결정대상인 사업들은 각 분과에서 만들어졌다. 나는 주민안전교통분과에 속했는데, 1달에 1회씩 만나서 어떤 사업을 할지 고민했다. 꼭 본인 분과에 속한 사업을 제안하지 않아도 되었다. 우리는 '연희동 밤길 밝히기' 라는 사업을 제안자와 함께 하게되었다. 그 제안자는 문화예술분과의 위원이었다.
 
사업을 제안하면 행정의 심의를 거쳐 예산이 확정되게 된다. 예산이 확정되면 주민총회를 통과해야 하고, 주민들의 동의가 있으면 내년도 사업으로 편성되게 된다.
 
나의 사업은 '경계없는 연희동'이었다. 연희동 식당가에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적어서, 반대로 말하자면 턱이 많아서, 그 턱에 경사로를 놓자는 것이었다. 의외로 반대가 많았고, 그것은 사장님이 해야 할 일을 왜 세금으로 하느냐였다. 이렇게 주민자치회는 갈등과 토론을 거치면서 사업들을 결정하였다.
 
주민자치회에서 가장 나이가 적은 사람으로서 나의 소회를 얘기하고자 한다. 청년들이 많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주민자치회는 연배 있는 분들만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주민자치회의 목적은 주민 전체를 위해 일하는 것이지, 특정 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자치회 내부에서는 학생들, 청소년들, 청년들을 단지 지나가는 사람으로만 대하는 느낌이 있었다. 주로 집을 가진 분들이 자치위원을 하고, 한국사회가 집소유자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연희동이 대학가여서 그럴 수도 있다. 
 
내가 틀린 걸지도 모르지만 주민자치회는 나이주의, 성차별주의, 직업주의를 넘어선 조직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대상들, 소수자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개인 소유의 공간 뿐 아니라 동네 전체를 조금 더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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