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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나올 것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예전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20.11.20 19:44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최근,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3상 임상 시험에서 95%의 면역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울해지던 찰나 들리는 희소식에 '내년에는 동네 병원에서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어본다. 하지만 백신 개발이 코로나19를 종식시켰다고 해서 과연 우리가 팬데믹 시대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계속해서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특성과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환경의 변화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변이의 축적이 새로운 팬데믹을 만든다.

코로나19 초창기에 '박쥐가 전염병 바이러스를 전파시켰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실제로 박쥐에게 있는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온다고해서 인간이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박쥐에서 처음 바이러스 발견되었을 때 병원성이 작아 무시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동물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들어와 반드시 '변이'가 이루어져야만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한다. 바이러스가 종 간 장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숙주, 인간을 감염시키는 현상을 '스필오버'라고 한다.1)

'스필오버' 현상은 결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숙주의 세포 표면에 외부의 침입을 막아내는 자물쇠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수용체이다. 수용체는 특정물질이 자신과 결합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경우 내부로 받아들인다. 바이러스는 표면에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돌기가 있어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 내부로 들어가려고 한다. 만약 스파이크 단백질이 수용체에 딱 맞는 열쇠 역할을 하면 바이러스가 세포 내부로 침투해 증식할 수 있다. 반대로 맞지 않으면 바이러스는 증식하지 못하고 도태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인간 세포의 수용체가 결합하는 과정2) ⓒ 더사이언스타임즈

동물들은 종마다 다른 구조의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박쥐 바이러스의 병원성이 작은 이유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구조가 다른 인간의 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생명활동을 할 수 없어서 숙주의 세포에 기생하며 살아간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숙주는 생존을 위한 서식지와 같다. 만약 '스필오버'가 일어나 하나의 종이 아니라 여러 종에 걸쳐 증식할 수 있게 되면 바이러스의 서식지는 넓어지고 번성에 유리한 환경을 얻게 된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이러스는 수많은 '변이'를 일으킨다. 변이가 축적되다보면 어느 순간 바이러스의 돌기는 인간의 수용체에 맞는 모양이 변화한다. 인류를 위협할 신종 바이러스가 탄생한 것이다.

모든 변이는 우연히 일어난다. 일정한 방향성이 없다. '어떤' 바이러스가 '어떤' 변이를 축적해 '어떤' 감염병을 발생시킬지에 대한 예측은 신의 영역이다. 코로나19가 박쥐의 바이러스로부터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진 것처럼 지구상의 수많은 바이러스가 변이를 멈추지 않는 이상 팬데믹은 반복될 것이다.
 
팬데믹 시대에 인간도 책임을 지닌다.

팬데믹 시대의 도래를 바이러스 탓 만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이 사태의 원인으로 인간의 책임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모 사피엔스 이전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들을 한 번 생각해보자. 뛰어난 치료 기술과 백신 기술이 없었던 때이므로 바이러스에 더 취약하지 않았을까? 사실 우리의 조상들은 생각보다 바이러스에 많이 노출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인가의 생활 반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고 이동의 제약으로 일부 집단 내에서 전염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인류가 가축화에 성공하면서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밀접하고 빈번한 동물과의 접촉이 이루어졌다. 가축에 서식하던 바이러스들은 인가로 행동 반경을 확장시켰다.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함께 모여사는 인구도 늘어났다. 더나아가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바이러스 전파가 지구 단위로 이루어졌다.
 
▲ 교통 발달에 따른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인 대유행3) ⓒ 이로운넷, 이정재
 
문명의 발전과 함께 우리는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환경으로 변화했다. 팬데믹 시대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출몰한 니파바이러스는 팬데믹 시대가 인간이 자초한 결과임을 잘 보여준다.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은 동물을 매개로 인간에게 전파되어 중증 호흡기 및 신경계 합병증을 동반하는 전염병이다.4) 오랜 연구 끝에 과일 박쥐로부터 바이러스가 유래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지역 사람들은 대규모의 양돈장을 만들기 위해 박쥐들의 서식지, 숲을 허물었다. 터전을 잃은 박쥐들은 양돈농가들이 길렀던 망고를 먹이로 삼아 그 주변에 서식했다. 박쥐의 분비물이 묻은 망고 조각은 돼지 우리에 떨어졌고 돼지는 그것을 주워먹었다. 돼지는 다시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인간이 박쥐들의 서식지를 침범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변이이다.
 
마찬가지로 호주에서 발생한 헨드라 바이러스는 인도네시아의 대규모 화전 농업으로 서식지를 잃은 박쥐가 호주까지 날아오면서 전파됐다.5)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지카 바이러스의 경우도 지구 온난화에 따라 모기에게 유리한 서식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발생했다.6) 이렇게 출몰한 바이러스는 작고 가벼운 몸으로 인간들의 기침, 설사, 콧물이라는 여러 운반선에 올라타 전파되고 있다.
 
최선의 해결책은 백신개발이다.

바이러스 변이의 축적과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환경의 변화가 팬데믹을 가속화하고 있다. 만약 코로나19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플루엔자 같은 또 다른 팬데믹이 겹쳐서 온다면? 기존 바이러스에 대한 준비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 바이러스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한다. 예측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우리가 현재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은 백신 개발이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도 백신을 개발했지만 바이러스가 종식되고 나서 개발이 중단됐다.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서 생긴 바이러스로 1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백신 개발이 진행되지 않았다. 반면 암, 당뇨병, 치매와 같은 중증의 병에는 투자가 이루어져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개발 진전에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바이러스 백신으로 투자 대비 얻는 수익이 적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데 이미 종식됐거나 감염자 수가 적은 바이러스는 성공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연구는 중단된다. 팬데믹 시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 번 개발을 시작했으면 끝까지 연구해야한다. 그래야 백신 개발에 대한 경험을 쌓고 신종 바이러스가 코로나 계열일 때 기존의 백신이 좋은 플랫폼이 돼 줄 수 있다.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등골이 서늘해진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고 내 가족과 친구, 이웃을 잃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미래의 일은 대비할 수 있다. 코로나19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리 대비하면 적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19는 앞으로 생겨날 최악의 신종 바이러스를 경고하고 대비시키기 위한 신의 안배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reference
1) 바이러스 쇼크(인류 재앙의 실체 알아야 살아남는다)/최강석/매일경제신문사/2016.04.05
2) TheScienceTimes/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체 침투 과정 규명, 극저온전자현미경 이용해 원자 수준에서 촬영/심창섭/2020.03.09/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BD%94%EB%A1%9C%EB%82%9819-%EB%B0%94%EC%9D%B4%EB%9F%AC%EC%8A%A4%EC%9D%98-%EC%9D%B8%EC%B2%B4-%EC%B9%A8%ED%88%AC-%EA%B3%BC%EC%A0%95-%EA%B7%9C%EB%AA%85/
3)이로운넷/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질서의 판도가 바뀐다./이정재 시니어 기자/ 020.03.24/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10905
4) GIDCC 경기도감염병관리지원단/니파바이러스감염증(Nipah virus)/감염병정보/2018.06.07/2020년11월19일 접속/http://www.gidcc.or.kr/9396/
5) Alison J. Peel, Kate S. Baker, Gary Crameri, Jennifer A. Barr, David T. S. Hayman, Edward Wright, Christopher C. Broder, Andrés Fernández-Loras, Anthony R. Fooks, Lin-Fa Wang, Andrew A. Cunningham, James L. N. Wood. Henipavirus Neutralising Antibodies in an Isolated Island Population of African Fruit Bats. PLoS ONE, 2012; 7 (1): e30346 DOI: 10.1371/journal.pone.0030346
6) 기후와 날씨, 건강 토크토크/5.기후변화로 인한 전염병 연구/반기석, 반기성/프리스마/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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