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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지능"에 대한 남용

20.11.20 21:33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빅 데이터와 인공 지능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로 활용될 대표적인 기술로써 많은 매체와 베스트셀러 도서에서 주된 화젯거리로 언급되었다. 특히나 전 바둑기사 이세돌 사범과 구글 딥 마인드의 바둑 인공 지능인 알파고 간의 충격적인 대국 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알파고가 등장한 이후에 4차 산업혁명, 딥 러닝과 함께 인공 지능은 IT 기술분야의 대표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막연하지만 '인공 지능' 이라는 새롭게 등장한 기술에 많은 사람들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미래가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이는 인공 지능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투자, 인공 지능 관련 개발자 취업 패키지, 그리고 IT 분야 자기계발서와 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중들의 인공 지능에 대한 대단한 관심에 힘입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공 지능과 관련된 전문가들은 인공 지능, 로봇과 같은 신기술이 인류를 장악할 날이 머지않아 찾아올지도 모른다고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에게 있어 인공 지능은 막연하기만 한 키워드일 뿐, 그것이 무엇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되는지는 알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우선, 인공 지능을 알아보기에 앞서 같이 언급되는 4차 산업혁명이 어떠한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인공 지능을 활용하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 것은 사실일까? 4차 산업혁명을 처음 언급한 클라우스 슈바프의 저서에서 '혁명'이란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말하며,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며 인공지능, 유비쿼터스 모바일 인터넷 등을 특징으로 한다[1]. 하지만, 인공 지능은 급진적이고 근본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학문이 아니다. 오히려 꽤 오래된 응용 통계기법일 뿐이다. 슈바프의 주장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속도, 범위와 깊이, 시스템 충격이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인해 도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산업혁명의 기준이라고 하기에는 세 가지 모두 구체적인 수치가 없으며 부정확하다. 1차 산업혁명은 기계, 증기기관의 발달, 2차 산업혁명은 공장, 그리고 3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반도체가 핵심이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현재 존재하는 유망 기술에 대한 언급만 했을 뿐, 무엇이 핵심인지는 말하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는 기업들의 마케팅에 활용되거나, 투자를 만들어내는 수단이라고 비판하는 시선이 적잖이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은 결국 많은 매체가 대중의 시선을 끌어내기 좋은 키워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기술인 인공 지능은 부풀려진 기술일까? 아니면, 인공 지능은 정말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인공 지능이 주요한 키워드인지 아닌지 여부를 논하기 이전에, 이 기술이 도대체 무엇인지 한번 살펴보자. 인공 지능은 머신 러닝, 딥 러닝과 같은 기술을 포함하는 기술로써 외부 데이터에 기반해 패턴을 찾는 기술이며, 이 과정에서 응용 통계 기법이 동반된다. 이 통계 기법은 오래전부터 통계학계에서 연구되었지만 관련 이론을 뒷받침할 컴퓨터, CPU, 그리고 GPU와 같은 하드웨어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용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슈퍼 컴퓨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빠른 속도로 빅 데이터를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기 쉽게 풀어내자면, 인공 지능은 대표적 컴퓨터 알고리즘 중 하나이며, 주어진 데이터를 통해 인간이 쉽게 찾지 못하는 패턴을 발견하는 고급 통계 기법을 말한다. 따라서 인공 지능은 '지능'보다는 일정한 패턴을 '탐색' 하는 기술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 인공 지능은 많은 전문가들이 언급한 '인류를 장악하는 기술'이라는 말들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인공 지능 광풍에 반박하는 매우 좋은 예시가 있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 옥상에서 뛰어내리면 너도 뛰어들 거야?' 라는 질문에 보통의 사람들은 '아니요' 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인공 지능은 모두가 옥상에서 뛰어든다는 정보가 주어졌기 때문에, 주어진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에 따라 '네' 라고 답한다. 이 예시는 머신 러닝 알고리즘은 입력된 정보에만 의존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예시를 통해 인공 지능은 새롭게 등장한 기술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여러 매체에서 인공 지능이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고 이야기하는 바람에 대중들에게 일종의 환상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 여러 매체에서 다루는 '인공 지능'은 알고 보면 조금 복잡하더라도 결국 주어진 조건을 따르는 훈련된 통계 모형일 뿐이다. 이러한 것에 글로벌 시대에 맞추어 따라가야 하고,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관의 이야기에서 '지원금을 노린다'는 좋지 않은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공 지능에 대한 개발자와 기업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인공 지능과 관련된 투자를 한다면, 공학 전공자보다 자연과학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에 대한 정부, 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 왜냐면, 앞서 살펴보았듯이 결국 인공 지능은 공학이 아니라 자연 과학, 구체적으로 통계학이다.
 
 이쯤 되면, '인공 지능'은 적절한 표현일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소위 자칭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인공 지능은 두뇌의 구조를 구현할 것만 같지만, 인간은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앞서 말했듯, 대중은 인공 지능의 구조적인 기술을 알기 어렵다. 이를 일일이 설명하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인공 지능이라는 키워드에 빠져 진로를 관련 분야로 생각하는 비전공자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인공 지능 관련 교육, 서적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 기술을 현업에서 활용하기 위해선 최소한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어야 할 정도로 비전공자들이 도전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비전공자들을 인공 지능 직무의 길로 이끄는 이러한 교육 기관, 업체의 활동은 그들의 시간, 노력만 빼앗을 뿐이다. 이러한 피해를 없애고 인공 지능에 대한 부풀려진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인공 지능을 다루는 매체의 과도하고 무분별한 남용에 대한 자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주장하고 싶다.

[1] 클라우스 슈밥,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새로운현재, 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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