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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전우를 살려야 한다

20.02.22 08:53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1917

영화가 시작하면서, 카메라는 서서히 뒤로 빠진다. 넓은 들판에 피어 있는 들꽃은 계절이 봄임을 알린다. 전쟁의 한 가운데, 짧은 평화의 시간에 낮잠을 자는 병사의 모습이 보이고, 그를 깨우는 무심한 발길. 병사는 명령을 받기 위해 지휘관의 막사로 이동하는데, 카메라는 줄곧 병사의 앞과 옆, 뒤로 움직이며 따라다닌다.
카메라는 두 명의 병사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끊기지 않고 전장의 참혹함을 보여준다. 영화는 촬영의 형식이 어떠한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전투의 참혹함을 보여주지 않아도, 이미 제1차 세계대전이 인류의 전쟁사에서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음을 이 영화는 전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관객은 마치 주인공이 서 있는 그 전장의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갖는다. 그 힘은 촬영의 힘이다. 컷이 끊기지 않는다는 것은, 실제감, 현장감을 극대화한다. 주인공이 독일군과의 최전선을 통과하는 과정은 총알 한 방 발사하지 않지만, 긴장감으로 온몸이 굳는다.
그리고 겨울이 막 지나 눈과 얼음이 녹고, 비가 내려 진흙 뻘밭이 된 평야와 포탄에 파인 웅덩이에서 발견되는 병사의 온전하지 않은 사체는 인간의 존엄성이 더 이상 낮아질 수 없을 때까지 추락했다는 걸 보여준다. 그 모습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반전영화이며, 전쟁의 비극과 잔인함을 웅변한다.

전쟁은 인간의 삶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평범한 청년이 군인이 되면, 국가가 적으로 규정한 다른 국가의 청년과 총칼을 맞대고 서로를 죽여야 한다.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적대감이 없지만, 오로지 국가가 명령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은 정당화하는 것이다.
재래식 무기와 화학전으로 가장 많은 군인과 민간인이 죽은 이 현대전은, 끝없는 소모전이었다. 병사의 죽음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파멸의 결과를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폭주기관차처럼, 군부와 정치가 그리고 자본가들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 청년들을 동원했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다행히, 이 영화에서의 상황은 영국군 사령관이 독일군의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해 영국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통신선이 끊긴 상태에서, 최전방의 대대에게 공격을 멈추라는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두 명의 병사가 차출되고, 그 가운데 한 명은 최전방 공격대대에 형이 있었기에 더 간절하게 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렇게 두 병사가 참호를 벗어나 적진으로 뛰어들고, 카메라는 두 병사의 뒤를 놓치지 않고 따라간다. 끊이지 않는 카메라로 보이는 전장은 관객이 실제 1917년 4월 6일, 서부전선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강렬한 현장감을 부여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매우 다큐멘터리 같은 촬영이며, 마치 종군 카메라 기자가 두 병사의 뒤를 따라가며 찍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여기에 두 병사가 아군 참호를 벗어나면서부터 시작하는 음악은 영화의 긴장감을 고조하고, 주인공의 고양된 감정과 상황의 긴박함을 관객에게 전달해 관객의 심장박동수도 함께 늘어난다.

영화의 완성도는 리얼리티에 있다. 두 병사의 군복과 군장, 소품, 총기, 조명탄용 총, 군복에 달린 견장과 단추, 발에 전투화의 디테일까지 마치 실제 1917년에 사용한 군장인 듯 완벽하다. 제1차 세계대전과 관련한 자료는 지금도 많이 남아 있으므로 제작에 필요한 자료는 완벽하게 참고했을 것으로 알지만, 그것을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감독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보이는 작은 소품에도 리얼리티를 꼼꼼하게 살리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참호전'으로 불릴 만큼, 영국, 프랑스군과 독일군은 참호를 깊게 파고 오래 대치하면서 밀고 밀리는 공방전을 펼쳤다. 영화에서 보이는 참호의 형태는 주요한 길목에 자리 잡고, 전선을 따라 가로로 길게 늘어선다. 참호의 중간 중간에 지휘부가 있고, 참호의 뒤쪽으로 병참기지와 의무대가 지원한다. 
두 병사가 철수한 독일군의 참호에 들어가서 본 것은 영국군보다 훨씬 정교하고 튼튼하게 지은 참호의 형태였고, 참호의 넓은 공간에 이층 침대까지 갔다 놓은 건 독일군의 넉넉한 군수물자와 뛰어난 공병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독일군은 이미 제1차 세계대전에서도 무기와 병참에서 다른 나라를 앞서 나갔음을 보여준다. 

두 병사 가운데 한 명은 안타까운 죽음을 맞게 되고, 주인공은 장군의 명령서를 갖고 홀로 적진 사이를 뚫고 나간다. 그는 독일군 저격수를 만나고, 독일군에게 쫓기며 그 와중에 프랑스 여성과 갓난 아기도 만난다. 처음 자신의 부대에서 참호를 나올 때 갖췄던 완벽한 군장은 전선을 통과하면서 하나씩 사라지고, 그가 살기 위해 강물에 몸을 던져 강물을 따라가다 뭍으로 올라올 때, 수많은 프랑스 사람들의 사체를 헤치고 올라온 그의 모습은 군복만 겨우 걸친 초라한 모습이다. 

독일군을 만나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다 총과 군장을 모두 버리고 도망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이 있었지만, 이제 주인공은 더 이상 총을 쏘는 군인이 아닌, 이 전쟁에서 도망하고픈 절망적이고 슬픈 청년으로 존재한다. 그가 빈몸으로 독일군을 향해 돌격하는 전우들의 사이를 뚫고, 포탄을 피하면서 죽을 힘을 다해 대대장을 찾아가는 장면은 공포와 폭력이 정점에 다다른 전쟁의 한 가운데를 오로지 전우를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죽음을 뛰어넘은 인간애의 정수를 보여준다.
 
영화 포스터 ⓒ 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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