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우리가 몰랐던 정부청사 방호관들의 '눈물'
    시사 2015. 8. 12. 15:12



    “기자님, 급히 좀 만났으면 합니다”


    지난달 휴대전화로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어떤 일로 만나야 하는지 묻지 않았지만 '나에게 무언가 알리고 싶은 것'이 있다는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목소리였습니다. 바로 청사를 찾았습니다.


    7년가량 정부청사를 출입하다보니 안면이 있는 방호관들이 꽤 있었고, 이날 전화도 방호관 중 한 분이었습니다.


    청사에서 제가 이날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과연 방호관이란 공무원 조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참고로 정부는 2013년 12월 국가공무원법 개정에 기능직을 폐지하는 직제개편 때 방호직을 일반행정직군으로 편입했고, 행정자치부는 방호직 공무원의 의견을 수렴해 대외직명을 방호관으로 변경했습니다.



    “이런 건 언론에 알려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이런 일들이 벌어질 거에요”


    청사에서 만난 방호관은 다급해 보였고, 분노에 차 있었습니다. 얼마 전 한 방호관이 상사에게 모욕과 폭행을 당해 자살 시도를 했고 지금은 병가 중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이번 사건 때문에 행정안전부 차관의 지시로 개별 방호관들을 면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사건은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5년 6월 2일 A방호관은 출근 직후 자신의 어머니에게 “그 동안 감사했다”는 짧은 문자를 남기고 사라집니다. 문자가 수상쩍었던 어머니는 방호관들에게 연락을 했고, 어머니의 연락을 받은 직원들은 건물내에 있던 A방호관을 찾아 사고를 막았습니다. 이후 해당 방호관은 병가를 냈고 사건은 서서히 묻혀져 갔습니다.


    이렇게 이번에도 사건이 묻히자 방호관들이 동요했습니다. 이런 일이 한 두번도 아니니 이번엔 창피하더라도 외부로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방호관들은 청사내 근무하는 공무원, 민원인, 또 이들을 관리하는 행안부 소속 공무원들로부터 멸시와 천대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사내 일부 공무원과 민원인들은 방호관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거나, 비하하듯 “경비새X"라는 말도 서슴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출입증을 검사하면 멱살이 잡히기도 일쑤라고 했습니다. 정부청사는 청와대와 같은 보안1급 시설로 출입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만큼 출입절차가 까다롭습니다. 가끔 공무원증을 가져오지 않은 공무원들이나 저녁 회식 후 사무실로 돌아오는 일부 공무원들이 이런 행패를 자주 부린다고 했습니다. 출입증 검사와 관련해 실랑이가 벌어진 것을 저도 여럿 목격했고 들은 것도 있었습니다.


    이럴때마다 경찰을 부르거나, 해당 부처에 항의를 할 수도 있지만, 사건이 커지는걸 바라지 않는 조직내에서는 “너희가 참아라”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오히려 유도리 있게 업무를 처리하지 못한다고 방호관들에게 윽박을 지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업무적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방호관들의 이탈도 늘었다고 합니다. 제가 만난 방호관의 말을 빌리면,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직원도 있을 만큼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A씨 사건 역시 상사의 폭언과 비인격적 대우를 견디다 못해 근무지를 이탈했고, 자살을 시도했던 일이라고 방호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어느 정도였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방호관들은 “방호관은 행자부 소속 공무원이지만, 행자부 인사과가 관리하는 청사관리소 소속이기에 하위직으로 인식되면서 내부에서 조차 인권침해가 심각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다행히 이번 일과 관련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 일이 언론에 보도된 뒤 방호관들의 댓글을 살펴보면 더욱 방호관에 대한 그들의 '갑질'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들은 내용을 그대로 포털 사이트에 의견으로 여러 방호관들이 남겨놓았습니다.

     


    “소방, 경찰 공무원처럼 방호관도 청사에서 현장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인원이 소수여서 차별대우 받고 있어도 알려지지 않은 것뿐입니다. 국가직 공무원으로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일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제발 우리의 목소리도 좀 들어주세요.”


    “방호관은 그냥 수위 경비라고 생각하며 같은 동료라고 생각하면 할 수없는 주먹구구식 상명하복이 매일 전 청사에서 진행 중입니다”


    “별정직이 정규공무원인 방호직 공무원들 위에 눌러앉아서 주먹을 휘두른다는게 말이 되나? 횡포를 휘두르던 놈을 딴 자리로 옮겨놓고는 그 자리에 또다른 별정직을 앉혔는데, 방호관은 노조가입도 불가능하고 직장인협의회조차도 없고 경비원 취급당하며 온갖 폭압과 인권유린에 시달리는데, 이쯤되면... 만악의 근원은 청사관리소장이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뻔하지 않나?”


    “방호직 공무원은 인격도 없습니다 엄연히 공무원이지만 말만 그럴뿐 허울은 경비복을 입혀놓고 경비보다 못한 처우를 하고 수없이 건의를 해도 관리자들은 그냥 안된다고만 할 뿐이고 왜 건의를 하는지 개선을 해줘야하는 문제점조차 파악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냥 니들은 말단 경비니 시키는대로만 해라 라는 식의 태도만 보이는 관리자들이 태반입니다.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면서 청사관리소의 직제가 개편되고 관리자급 간부가 부서를 옮겼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방호관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공무원 자유게시판에 올려졌던 처우 개선에 대한 글도 임의로 삭제할 만큼 방호관들에 대한 윗선의 인식은 낮았습니다. 또 처우에 대해 공개적으로 항의하면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들을 위축 시키고 있습니다. 


    또 행자부와 언론에 여러번 알렸지만, 공무원이란 이유로 묵살 당하기 일쑤였고, 공무원은 '갑'이란 인식에 언론도 이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었습니다. 같은 공무원 조직이지만 업무에 따라 '갑질'을 하려는 공무원들, 그리고 막무가내 민원인들에게 오늘도 방호원들은 욕설과 모욕을 당하며 눈물 흘리고 있습니다.


    한편 행자부 전체의 방호관은 약 1천300명이며 이 가운데 330여명이 행자부 정부청사관리소 소속입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