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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처럼 살다' 떠난 어른 세 사람

by 이윤기 2015.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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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작년 이맘 때 곁을 떠난 선배의 1주기 추모 예배와 추모 행사에 다녀오면서 서울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오덕 권정생 하이타니겐지로의 삶과 책들> 전시회에 들렀습니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려서 오전 시간 동안 전시회를 둘러보고 오후 3시에 맞춰 안양으로 가는 일정을 계획하고 출발하였지요.


새벽 기차를 타고 출발하였더니 오전 10시 조금 넘어 서울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에서 내려 서울도서관 입구에 도착했더니 10시 30분이더군요. 약 2시간 가까운 12시 20분까지 정말 조금도 지루한 줄 모르고 전시회를 둘러보았습니다. 굉장히 몰입하였던 탓인지 12시쯤 되어서야 비로소 한꺼번에 피로감이 몰려오더군요. 



권정생 선생님과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들입니다. 세 분 중에서는 이오덕 선생님에 대한 관심이 덜 했는데, 이번 전시회를 보면서 이오덕 선생님이 놀라운 기록물들을 보면서 크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분들이 세상에 남긴 책을 다 찾아 읽지는 못하였지만 제 블로그에 쓴 서평만 모아도 10편은 넘을 것이고 집에 있는 책들을 모아보면 30~40여 권은 족히 될 것입니다. 특히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지면서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이 쓰신 책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요즘은 후배들과 함께 하는 공부 모임에서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우리들의 하느님>을 함께 읽고 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대표은 <강아지 똥>인데, 제가 일하는 단체의 유치원에서는 일곱 살 아이들이 <강아지 똥>을 모두 한 권씩 구입하여 '슬로 리딩'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도서관 1층 전시실에는 세 분의 사진, 친필 원고, 유품 그리고 그동안 쓴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눈에 뛴 원고는 권정생 선생님의 유서였습니다. 이미 인터넷에서 권정생 선생님의 유서를 읽은 일이 있었지만, 막상 친필로 씌어진 손 글씨를 보니 느낌이 새롭더군요. 



언젠가 강원도로 강의를 다녀오면서 권정생 선생님 생가에 다녀 왔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보니 사람과 그 사람이 살았던 집과 그 사람의 글씨가 모두 참 소박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서라고 하면 이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글이라서 정성을 다해 쓰거나 혹은 한 번 썼던 글을 다시 다듬어서 깨끗하게 다시 썼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소박한 편지지에 하고 싶은 말만 담았더군요. 



저에게 다른 원고나 전시 작품들보다 유독 눈에 띄는 글들은 세 분이 남긴 마지막 글들이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까지 일기를 썼다고 합니다. 


그 마지막 일기가 바로 <몇 평생 다시 살으라네>라는 글인데, 침대에 꼼짝 없이 누워 지내는 힘든 하루하루를 매일매일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것에 비유하였더군요. 매일 매일을 사는 것이 한 평생을 사는 것 만큼 힘들다는 심경을 이렇게 표현하셨더군요. 


죽을 친구를 기다리듯이 담담하게 맞이하는 하이타니 겐지로의 마지막 글도 인상 깊었습니다. 


"삶은 그렇지 못했지만 죽음은 자연에 맡기고 싶습니다." 

"죽음을 무턱대고 멀리하지 않고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때로는 죽음도 축하할 일이라는 생각이 나는 더없이 좋습니다."

"장례식이나 추모회 등은 하지 않기 바랍니다. 그럼 언젠가 저 세상에서 만나 뵙지요."


마치 이웃집이나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았습니다. 






전시회를 보면서 세 사람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해 낸 공통점은 세 분 모두 아이들을 지극히 좋아했다는 것입니다. 세 분이 남긴 작품들은 대부분 아이들과 관련 있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원래부터 혹은 귀농이나 귀촌을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살았다는 공통점도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읽은 권정생 선생님이나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책들을 보면 사람과 자연의 공존 혹은 미화하지 않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야쿠시마를 다녀오면서 새로 알게 된 '야마오 산세이'의 삶은 말할 것도 없고, 권정생 선생님과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 이오덕 선생님처럼 자연과 가까운 삶을 찾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가될지 아직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머지 않아 자연에 더 가까이 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하였습니다. 


이번 특별 전시회는 이오덕학교,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하이타니겐지로사무소 그리고 서울도서관이 공동으로 주최하였고, 5월 6 ~ 31일까지 열립니다.(월요일, 공휴일 휴관) 전시회와 함께 매주 수요일에는 이오덕, 권정생, 하이타니겐지로의 삶을 이야기하는 강연회가 열리고, 30일(토)에는 '아이처럼 살다' 이야기 마당도 개최됩니다. 


지방에 사는 저는 강연회와 이야기마당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