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이는 밤늦은 시간까지 대치했고, 새벽 겨우 잠들었다. 아내가 이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아빠, 아프지 마요.”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아이 사진과 함께. 몸살에 걸려 몸져누운 상태에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포항 처가에 있는 아내가 보낸 것이다. 아이가 내게 직접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울컥했다.

아빠가 아파서 미안해.’

지난 주말의 일이다. 일요일 당직 근무를 섰다. 그날 오후 경기도 양주시 마트 화재 사고를 취재했다. 칼바람이 불었지만, 추운 줄도 모르고 맨 손에 취재수첩과 펜을 들었다. 기사를 쓰려고 탁자가 있는 빵집에 들어갔다. 손을 녹이는 데에만 시간이 꽤 걸렸다. 끼니를 대충 빵으로 때우며, 기사를 썼다.

기사를 마무리한 후, 안양으로 향했다. 월요일 쉬면서 집에서 혼자 보내는 것보다 부모님 댁에 가서 맛있는 걸 얻어먹기로 한 것이다. 양주에서 안양까지 지하철로 2시간이 걸렸다. 부모님 댁에 도착한 건 자정에 가까운 때였다. 씻은 뒤, 바로 잠들었다.

이튿날 일어나니, 오한이 느껴졌다. 몸살이었다. 아내가 처가에 간 뒤, ‘기러기 아빠생활을 하면서 최대한 잘 먹으려고 했다. 홀로 지내는 남자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아내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고, 홀로 밥도 잘해먹는 만능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더구나 앞으로 아이를 잘 돌보려면, 튼튼한 몸은 필수 아닌가.

그랬던 내가 몸져누웠다. 사실 몸 상태가 나빠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직 근무 전날 오랜만에 술을 진탕 마셨다. 오후에는 집들이, 저녁에는 친구들과의 술 약속이 있었다. 취할 정도로 마셨다. 아주 오랜만에 먹은 것들을 게워냈다.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을까. 잠시 아이를 돌보지 않아도 되니,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였을까.

점심 때, 오랜만에 아들을 본 부모님은 한우를 구웠다. 난 몇 점 먹지 못했다. “병원에 가자는 부모님의 말에 괜찮아요라며 짜증냈다. 아내와 영상통화를 했다. 내 몰골을 본 아내는 바로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내가 머뭇거리자, 조금 뒤 아이의 사진과 메시지가 왔다.

아빠, 병원 갔다 와서 약 먹고 자요. 그래야 낫지요. 아프지 마요.”

아이에게 언제나 멋지고 든든한 아빠이고 싶다. 축구하면 골을 넣고, 야구를 하면 홈런 친 뒤, 아이로부터 아빠 멋있어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기쁠까. 반대로, 헛발질을 하거나 삼진을 당한다면? 안될 일이다. 내 모습은 여기에 가깝지만. 아이에게 비실비실 허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아직 아이는 사리 분별을 못하겠지만, 아이의 사진을 보자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그제야 일어나, 병원으로 향했다.

아내는 얼른 나아서 아이를 보러 오라고 했다. 주사 맞고 와서는 바로 잠들었다. 식은땀을 한 바가지 흘린 뒤에야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아이의 잠든 모습이 들어와 있었다. 사진 속 아이에게 말했다.

네 사진을 보고 힘이 나서, 몸살을 이겼어. 아빠 멋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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