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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적폐 없앤다더니 적폐 총리 안대희가 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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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개국공신이자 대사성, 형조전서, 대사헌을 거쳐 우의정까지 지낸 류관(1346~1433)은 황희, 맹사성과 함께 조선 초기 3대 청백리로 불릴만큼 청렴결백했지만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도 서울에는 류관의 청빈했던 성품을 알 수 있는 유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바로 비우당(庇雨堂)이다. 비우당은 '비를 피할만한 집'이란 뜻이다. 사실 비우당은 <지봉유설>의 저자 이수광이 거처했던 집이다. 지금은 기와집 형태로 남아있지만 원래 비우당은 허름한 초가집으로 류관이 살았던 집이었다. 류관이 살았던 당시에는 '우산각'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산각이 비우당이 되었을까?

 

서거정의 <필원잡기>에 의하면 류관은 정승까지 지낸 고위관료였지만 평생 가난하게 살았다고 한다. 조정에서 받은 녹은 마을에 다리를 놓거나 길을 넓히는 데 썼다. 또 조정에서 받은 녹으로 가난한 백성들에게 식량을 사주고, 하사품이라도 받으면 모두 백성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한다. 어느날은 집에 비가 새자 우산을 펴들고는 부인에게 "우리는 우산이라도 있지만 이마저도 없는 백성들은 어떻게 비를 피할까."라며 오히려 백성들을 걱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류관이 살던 초가집을 '우산각(雨傘閣)'이라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류관이 죽은 후 허름했던 이 초가집이 오래 버틸 리 없었다. 터만 남은 이곳에 훗날 이수광이 비우당이라는 집을 짓고 거처했다. 이수광은 류관의 6대 외손이다. 6대조 외할아버지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 조상의 그 후손이다.

 

▲비우당. 사진>서울톡톡

 

청렴한 공직자는 예나 지금이나 존경과 추앙의 대상이다. 특히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은 한 국가나 사회의 도덕적·윤리적 수준의 잣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반인보다 훨씬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새 총리 후보로 지명한 안대희 전 대법관을 보면서 착잡한 심정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민 검사', '칼날 검사'라는 애칭이 무색할 정도로 그가 대법관을 물러난 후 변호사 개업으로 16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그것도 단 5개월 동안. 대법관을 지낼 정도였으면 그만큼 능력도 뛰어났으리라 생각하면 그만인데 문제는 '전관예우'라는 전근대적인 악습이 아니었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액수라는 것이다. 

 

'전관예우'란 판사나 검사로 재직했던 사람이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맡은 사건에 대해서 법원과 검찰에서 유리하게 판결하는 법조계의 관행적 특혜를 말한다. 그들만의 리그 때문에 법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는 악습 중의 악습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적폐' 중의 하나가 바로 '전관예우'라는 것이다. 변호사법에서도 전관예우를 금지하고 있지만 형사처벌 조항이 없어 잘못된 관행을 끊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관예우는 그간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낙마의 중요 원인이 될 정도로 국민정서는 물론 법정신에도 맞지 않는 구시대적인 관습으로 알려졌다.

 

▲안대희 총리 지명자. 사진>헤럴드 경제 

 

안대희 총리 지명자도 세간의 이런 비판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은 걸로 봐서 수입의 상당 부분이 전관예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서둘러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여론의 뭇매를 피해보려고 하지만 사회환원과 부당한 방법으로 취한 이득은 별개의 문제다.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해명도 옹색하기 그지 없다. 그는 "국민 정서에 비춰봐도 변호사 활동을 한 이후 약 1년 동안 늘어난 재산 11억여 원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까지 사회에 모두 환원하겠다."고 했다. 덧붙여 "이 소득은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한 결과이며 30년 넘는 공직생활 동안 많지 않은 소득으로 낡은 집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가족에 그동안 미안한 마음이 있어 어느 정도 보상을 해주고 싶단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한 측면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를 이용해 부의 축적이 총리로서는 중대한 결격 사유라는 것이다. "개혁은 저부터 하겠다."는 안 총리 지명자의 약속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이미 그는 '개혁의 대상'이지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는 준엄한 현실 때문이다.

 

더 한심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적폐'를 지적해 국가 수장으로서의 책임 회피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게 엊그제인데 '적폐'를 온몸으로 실천한 사람을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하다니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과거로부터 겹겹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를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한스럽다."며 "집권 초에 이런 악습과 잘못된 관행들,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노력을 더 강화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했던 '적폐', '악습', '잘못된 관행', '비정상적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전관예우'다. 또 안대희 총리 지명자는 이런 '적폐', '악습', '잘못된 관행', '비정상적인 것'을 통해 엄청난 부당이익을 취했던 것이고. 대통령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수많은 논란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자신의 높은 지지율만 믿고 임명을 강행했던 장·관급 인사들이 결국에는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는 사실을. 안대희 총리 지명자도 짧은 기간 동안 축적한 엄청난 재산이 '전관예우' 때문이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총리 후보를 사퇴하는 것이 더 명예로운 법조인의 길이 아닐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적폐'를 없앤다던 대통령이 '살아있는 적폐'와의 동거를 선택했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라더니 어쨌든 세상은 요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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