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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획일적 수학여행 취소에 반대한다

by 이윤기 2014.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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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교육당국의 획일적인 수학여행 중단에 반대한다 !

 

무능한 교육당국이 앞장서서 결국 수학여행을 중지하기로 하였답니다. 사고 이틀 후에 뉴스를 통해 '다음 아고라'등에서 수학여행을 없애자고 하는 청원 서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페이스북에 '수학여행이 세월호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는 취지의 의견을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이 수학 여행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교육부가 '절묘한 절충안'을 선택한 모양입니다. 수학여행을 폐지하지도 않고, 수학여행을 강행하지도 않는 '1학기 수학여행 중지'를 선택하였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수학여행 중지 결정에도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됩니다.

 

이미 수학 여행 계획을 세우고 교통편과 숙소를 예약해둔 학교들은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데,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 도 교육청은 이에 대한 대책은 내놓치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1학기 수학여행 중지만 결정하고 어물쩡 넘어가면 결국 위약금은 학부모가 부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열린 현장체험학습 안전 대책 관련 시, 도교육청 교육국장 회의에서 17개 교육청이 이 같은 결정을 하였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자율적인 결정이라기 보다는 교육부의 방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으며, 만에 하나 자율적인 결정이었다고 하더라도 전국이 똑같은 결정을 하여 여론의 화살을 피하려는 시도라고 보여집니다.

 

이 분들이 모여서 수학여행만 중단하기로 한 것이 아닙니다. '안전이 확보도지 않은 경우'라는 단서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수련활동도 당분간 보류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라는 단서 조항은 사실상 강제 규정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제주 수학여행, 2학기에 떠나면 안전이 보장될까?

 

왜냐하면 객관적으로 '안전이 확보된 경우'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메뉴얼도 없고, 체크리스트도 없습니다. 안전이 확보되었는지, 확보되지 않았는지는 주관적 판단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은 '여론의 추이'를 보아가면서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며칠 전 페북에도 밝혔다시피 교육당국의 즉자적 대응은 무능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수련회에서 사고가 나면 수련회를 중단시키고, 오렌테이션에서 사고가 나면 오렌테이션을 없애거나 중단시키겠다는 대책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이번 세월호 사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학여행을 가던 여객선이 침몰하였으니 수학여행을 중단하자는 발상이기 때문입니다. 교육당국의 이런 즉자적 대책을 불신하는 까닭은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수학 여행 중단' 이후에 근본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련회를 중단시키고, 오렌테이션을 중단시키고, 수학여행을 중단시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에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민들이 교육당국을 불신하는 것은 '소나기만 피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수학여행 중에 큰 사고가 났기 때문에 수학여행을 중단시켰다가 아무런 대책없이 6개월이나 1년 후에 슬그머니 수학여행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사실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사고를 당했으니 수학여행을 중단하는 것은 가장 수준 낮은 대책입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마다 처한 상황과 조건이 다른 것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교육계 일각에서는 '대규모 수학여행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하는데, 일률적인 수학여행 연기 때문에 '학급 단위로 이루어지는 소규모 수학여행도 모두 중단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학교 마다 처한 상황과 조건에는 당장 1학기로 예정된 '수학여행을 취소할 만한 조건'이 되는 학교도 있고, 취소하기에는 위약금 부담 등 더 큰 어려움이 있는 학교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능한 교육당국에서는 전국의 모든 학교에 대하여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수학여행 중단'을 결정한 것입니다.

 

 

(며칠 전 페북에 올라 온 글입니다. 수학여행 중단을 결정한 분들은 아이들의 이런 마음을 헤아렸을까요?)

 

수학여행 진행과 중단, 학교 현장에서 결정하면 왜 안될까?

 

이번 조치를 보면서 교육당국은 학교의 자치 능력을 전혀 신뢰하지 못하는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학교 운영위원회는 왜 만들었을까요? 이런 사고가 있을 때 학교 운영위원들(교사대표, 학부모 대표, 지역사회 대표)과 학생 대표(학생회)들이 모여서 '수학 여행 진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의 안전이 달린 중요한 문제를 학교 구성원들이 모여서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안전대책을 점검하도록 하는 것이 책임과 권한을 발휘하는 민주주의 학습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수학여행 중단 결정 역시 교육당국이 학교 운영 주체를 불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이번 수학여행 중단 결정은 정작 수학여행을 떠나야 하는 학생들의 의견은 티끌 만큼도 반영되지 않은 결정입니다. 다행이 지금 제 아이는 수학여행을 떠나 있습니다. 제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한 학년이 세 학급 45명에 불과합니다. 마침 세월호 사고가 있던 다음날 수학여행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 없어 수학여행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이번 결정으로 이번 주로 예정된 1학년 아이들의 체험학습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교육부가 나서서 전국의 모든 학교에 '수학여행 중단', '현장 체험 학습 중단'을 결정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교육부의 발표처럼 대규모 수학여행의 존폐여부는 시간을 두고 결정하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당장 올해 계획된 수학여행을 교육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고위 공직자인 어른들만 모여서 결정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입니다.

 

과연 이분들이 올해 수학여행을 떠나기로 했던 전국의 중학교, 고등학교 아이들의 '2학년 수학 여행의 추억이 없어지는 것'을 한 번이라도 깊이 고민해 보았을까요? 그래서 예정된 수학여행과 체험 학습 진행 여부는 고위 공직자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들이 개별학교가 처한 상황과 여건을 감안하여 수학여행을 갈 수도 있고, 수학 여행을 중단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분위기라면 수학여행 중단을 결정하는 학교가 많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여건과 상황을 살핀 후에 수학여행을 진행하는 학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도 모두 소중한 결정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숫자가 아니겠지만, 수학여행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학교도 있을 겁니다.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국민적 추모분위기 해치거나 경거망동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수학 여행을 떠나는 우리아이들과 인솔하는 교사들이 혹은 수학여행을 보내는 학부모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주체인 현재 수학여행의 문제점을 진단해보고, 안전 기준도 점검해보고 새로운 수학 여행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만 한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