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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자영업자가 노동자파업 지지 할 이유 있다

by 이윤기 2013.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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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먹고 살만 합니까?" 자영업을 하는 많은 사장님들이 아우성이라고 합니다. 식당도 노래방도 빵집도 어느 곳하나 힘들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합니다. 어제(5월 21)는 여영국 경남도의원과 (사)경남고용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창원 지역 자영업의 실태와 정책을 진단하는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토론회 시작과 마무리에서 여영국 도의원이 거듭 강조하였는데, 경상남도와 창원시에서는 '자영업의 실태와 정책'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진 일이 없다고 합니다. 그동안 구체적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먹구구식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내놓았던 것이지요.

 

물론 이번 조사 역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정책적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였습니다만, 창원이라는 특정 지역을 한정하여 자영업 실태를 구체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시도를 하였다는 것은 중요한 성과인듯 합니다.

 

 

이번 조사는 창원 상남시장, 상남동 상업지구, 성원주상가, 대방동 사업지구 등 옛 창원 중심상권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창원 지역 자영업의 실태와 정책'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옛창원지역 중심 상업 지역을 대상으로 한 조사입니다.

 

창원 자영업자...전국 평균보다 더 어렵다

 

여영국 경남도의원이 실시한 이번 조사결과를 '2010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보고서'와 견주어보면 대체로 모든 면에서 창원시에서 자영업자로 창업한 분들이 열악한 조건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이번 창원시의 조사대상 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가맹점 비율이 높고, 창업 준비 기간은 짧았으며, 창업 비용은 더 많았다고 창업하기 위하여 빚도 더 많이지고 시작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또 창원지역의 경우 운영기간 5년 미만의 사업자가 41%로 전국 평균 29%에 비하여 훨씬 높은 수치를 보이는데, 이는 창원이 전국 평균보다 더 빈번한 개업과 폐업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창원 상남동 지역에서 자영업을 시작하신 분들은 처음부터 어려움을 격을 수 있는 조건을 대부분 갖추고 출발한 셈입니다.

 

아울러 자영업을 시작하신 분들 중에서 38%는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이 38%나 되는 것은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사람도 있겠지만, 구조조정 등 고용 불안으로 인하여 회사를 그만둔 분들이 '자영업'으로 진출할 수 밖에 없었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주목할만한 조사결과 중 하나는 많은 자영업자들이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특히 건물주들이 임대보증금을 낮게 신고하는 이면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건물주는 탈세를 하고, 임차인은 '비용공제'를 받지 못하는"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자영업 살리려면...좋은 일자리 만들어야 한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여영국 도의원은 이와 같은 자영업의 어려움을 자영업자의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예컨대 자영업 희망업종의 절반 이상이 식당(41%)과 커피숍(13%)인데, 지금처럼 노동시장의 고용불안이 계속되면 자영업 포화상태를 벗어날 수 없을뿐만 아니라 자영업을 유지 시켜줄 수 있는 '고객(노동자와 회사원)'이 모자라기 때문에 악순환이 겹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영국 도의원은 "자영업의 어려움을 자영업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고용 불안과 반드시 연결시켜서 해결방안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였습니다. 단순히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전시성 정책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조사를 거쳐 다시 한 번 확인한셈입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경남대 정성기 교수는 우리사회에서 자영업자들은 대기업 노동자들 보다 더 열악한 장시간 노동, 삶의질 저하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아침부터 늦은밤, 새벽까지 서로 경쟁할 것이 안지라 자영업 전체의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고려해보아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어 토론회 좌장을 맡은 허정도 전대표는 "통계자료에 따르면 창원에만 1만 6000 ~1만 7000개의 식당이 있고, 이를 인구를 기준으로 나누면 꼬맹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통틀어 인구 70명당 식당 1개가 있다는 것인데, 이런 구조에서는 누구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어제 토론회를 보면서 결국 포화상태인 자영업자들 중에서 많은 분들이 다시 공장이나 회사로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자영업의 어려움이 해결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은 고용불안을 해결하는 노동정책이면서 동시에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경제정책이라는 것입니다.

 

식당, 커피숍, 주점, 노래방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자영업자들이 과거 어느때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격는 것은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근로조건 개선과 금인상을 위해 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을 자영업자들이 지지해야 분명한 이유를 확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