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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이주영 안홍준 결심하면 마산 분리 가능하다 !

by 이윤기 2013.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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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드디어 "마산 분리" 주장이 공식적으로 나왔다고 하는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지역 언론보도를 보면 마산지역 의원들이 "청사가 안 되면 시 명칭이라도 달라"고 요구하였고, 창원 쪽 의원들은 "이미 결정한 시 명칭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맞섰다고 합니다.

마산 지역 의원들이 시청사가 안 되면 명칭이라도 달라고 하자, 창원 지역 의원들은 새로운 시명칭을 정하는 경우  물리적으로만 대략 4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신중론을 폈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2010년 마창진 통합 이후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는 갈등과 혼란을 잠재울 수만 있다면, 시 명칭 변경에 따른 비용 40억원은 그리 큰 돈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멀쩡한 도로를 파내고 자전거 도로를 좁혀서 중앙 분리대에 화단을 만드는데, 수백억 원을 쏟아붓는 시장님도 계시는데, 창원시를 마산시로 바꾸고 통합을 원만하게 마무리 할 수만 있다면 40억 원이면 큰 돈은 아니지요.

아무튼 '2011년 창원시 3개시 분리 촉구 건의안' 통과 이후에 잠잠하던 분리 논의가 다시 촉발되는 것은 아주 반가운 일입니다. 어떤 분들은 통합시가 이대로 발전해가야 한다는 분들도 있겠지만, 마창진 통합은 애당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산, 창원, 진해 혹은 창원 진해와 마산이 다시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를 몇 가지만 들어보겠습니다.

첫째, 2010년 마창진 통합은 이명박 대통령의 경축사 한 마디에서 촉발된 졸속 통합입니다. 당시 정부는 2014년까지 전국 시군구 통합을 마무리하겠다고 호언하였지만, 2014년 지방선거를 1년 남겨 둔 지금 싯점에서 보면 더 이상 행정구역 통합은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 막바지에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있었던 여수 - 순천, 안양-군포-의왕 같은 지역도 이제는 통합 논의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들 시에 설치되었던 통합 추진위원회도 모든 논의를 중단하고 지금은 해산된 상태입니다.

결국 엄청난 인센티브를 줄 것처럼 '혹세무민'하는 행정안전부에 사탕 발림에 속아 넘어가 행정구역 통합을 하고 갈등과 혼란을 겪는 지역은 통합창원시(마창진)가 유일 합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기형적인 통합을 이룬 창원시는 과거보다 행정 단계가 3단계에서(시-도-중앙정부) 4단계(행정구-시-도-중앙정부)로 늘어나서 행정 효율을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 되었습니다.

세 도시를 억지로 합쳐서 큰 도시를 만들어 놓고 도시 규모와 인구 규모에 맞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겠다고 토건 행정을 펼치려고 하고 있으며, 각종 사업소와  관리공단 등의 규모가 확대되어 행정 효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창원시 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당초 공약했던 행정 효율성이나 슬림 행정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마창진 통합, 행정 효율성 더 나빠졌다

둘째, 마창진 통합은 절차상으로도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행정구역 통합은 법률상 다른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주민들의 직접 의사를 묻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2010년 마창진 통합은 주민투표 절차를 생략하고 진행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여당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보는 마산, 창원, 진해 시의원들이 시민(단체)들의 주민투표 요구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일방적으로 통합을 결정하였습니다. 절차상 근본적이고도 심각한 하자가 있는 통합이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되돌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마창진 통합 이후 3개시 의회가 창원시 의회로 통합되고, 시장도 세명을 선출하다가 한 명만 선출하게 되었기 때문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과거보다 후퇴하였습니다. 산술적으로만 봐도 시민들이 시장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1/3로 줄어들었습니다.

아울러 통합 창원시 규모의 광역시(울산, 대전 등)의 경우 주민들이 직접 구청장을 선출하고, 구의원을 선출하여 민의를 대변하고 있는데, 창원시의 경우 자치구가 아니기 때문에 구청장과 구의원을 선출하지 않습니다. 지방자치 주민자치의 측면에서 명백하게 후퇴한 것이지요.

넷째, 마창진 통합은 통합 이후에 옛 3개 지역 주민 어느 누구도 만족스러워하지 않습니다. 창원 시민들은 마산에 예산을 퍼주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진해 시민들은 마산, 창원에 다 뺐기고 껍데기만 남았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마산 시민들은 명칭도 시청사도 다 빼앗기고 자존심 마저 잃었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표면적으로 갈등이 터져나오지는 않았지만, 공직사회의 유기적 통합도 요원한 일입니다. 사석에서 만난 공무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장이나 국장이 마산 출신이냐, 창원 출신이냐, 진해 출신이냐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과 불이익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합니다. 인사철이 될 때마다 창원 출신 직원들은 창원 출신 간부가 오기를 바라고, 마산 출신 직원들은 마산 출신 간부가 오기를 바란다는 것이지요.

이런 몇 가지 이유만 살펴봐도 통합창원시를 지금 다시 분리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지난 몇 년간 겪은 혼란이 아깝다는 분들도 있겠지만, 앞으로 겪을 혼란과 갈등을 생각해보면 지금이라도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이주영 안홍준 의원, 결심하면 마산 분리 가능하다

사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만 마음을 먹으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딱 좋습니다. 2010년 마창진 통합을 위한 지방 행정체제 개편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듯이 지금도 마산, 창원, 진해를 분리하는 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면 그만입니다.

2010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마창진 통합과 분리를 결정하는 여의도의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리지 않은 이 일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마창진이 통합되어 창원시로 남아있던, 마산, 창원, 진해가 분리되든 자신들과 별 관련이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자신들의 국회의원 선거구가 조정되는 전국적인 행정체제 개편이라면 민감하게 관심을 가지겠지만, 창원시가 1개시로 남건, 3개시로 다시 쪼개지건 큰 관심이 없을거라는 이야기입니다.

국회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 중에 자신의 지역구도 아닌 창원시 행정체제 개편에 소신을 가지고 달려들 의원들이 있을리 만무하고, 제 코가 석자인 민주당의 경우도 새누리당 텃밭인 창원시가 1개가 되던 3개 시로 다시 분리가 되던 별 관심을 두지 않을 겁니다.

결국 마창진 분리 문제는 통합창원시 국회의원 5명이 어떤 입장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중에서도 마산 출신이면서 창원시 5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가장 다선 의원인 안홍준, 이주영 국회의원이 어떤 입장을 가지느냐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주영, 안홍준 마산 출신 두 국회의원이 결단만하면 마산시 분리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박완수 시장이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창원시의회가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이해관계가 없는 다수의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남의 구역(?) 일에 발벗고 나서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시기적으로보면 지금이 딱 좋습니다. 2013년 정기국회 이전에 마창진 분리 혹은 마산시 분리 법안을 상정하여 국회에서 통과되면, 2014년 지방선거는 따로 치르면 됩니다. 깔끔하게 분리하는 일, 복잡하게 보이지만,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날 수도 있습니다.

엊그제 제 블로그에 공지영 소설 <즐거운 나의 집> 서평을 포스팅 하면서 '이혼하는 딸보다 불행하게 사는 딸이 더 싫다'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소설 속 친정 아버지가 이혼을 세 번하는 딸에게 하는 말입니다. 딸이 이혼하는 것이 정말 싫지만, 그래도 불행하게 사는 것이 더 싫다는 친정아버지의 심정이지요.

며칠 전 시의회 특위에서 "시청사도 안 되고 명칭도 안 되면 차라리 마산을 분리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보도를 보니,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의 옛마산 시민들의 마음도 이혼이 싫지만 불행하게 사는 딸이 더 싫다는 친정 아버지 마음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부 주도로 억지로 마산 창원 진해를 합쳐놓고 상실감과 분노를 쌓으면서 갈등과 혼란 속에 불행하게 살아야 한다면, 2014년 지방선거에 맞추어 다시 각자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