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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람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실망스런 국정감사
    시사 2012. 10. 21. 20:49





    , 존경하는 OOO의원님 질의에 답변 드리겠습니다. 그 이유는

    시간이 없으니까, 아니오로만 답하세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직접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을 감시·감독사하는 국정감사가 지난 108일부터 시작됐습니다.

     

    10여일간 국정감사를 직접 현장에서 지켜본 느낌은 한마디로 “이거 왜하는거야?라는 반문 뿐이었습니다.

     

    제가 중·고교 재학시절 국정감사에서 저러면 안된다며 매년 뉴스에서 지적했던 행동들을 10여년이 지난 지금 제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는 느낌 정도? 국회에 대한 신뢰감이 싹튼다든지, 정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는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렸습니다. 


    피감기관장을 윽박지르고, 국감도중 자리를 비우는가 하면, 고발해야 한다. 위원회 차원에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엄포를 놓은 장면은 그저 수십년간 국정감사나 각종 청문회에서 많이 본 모습일 뿐이었습니다. 또 증인이나 피감기관 관계자를 다그치다 답변을 하려면 대답을 끊어 버리는 못된 행태도 아직 고치지 못한걸로 보였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는 10분의 질의시간이 있습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핵심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질문을 한다거나, 피관기관의 해명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애초 불가능한 일 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달여간 공무원들에게 답변서를 요청해 수만 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받아가 놓고 하는 질문들 치고는 너무나 성의가 없어 보였습니다. 또 국회의원들의 지적사항은 참고서가 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거의 비슷한 내용들이었습니다.

     

    특히 연차가 오래된 의원일 수록 질문에 성의가 없어 보였습니다. 어떤 의원은 자기 질문만 하고 자리를 뜬다든지, 아니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냥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피감기관장들이 답변 하려하면 금세 말을 끊어 버려 국회의원들의 주장이 사실인냥 받아들여 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감현장에서 나온 몇몇 국회의원들의 지적 사항을 취재해 보니 전혀 사실이 아닌 것들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모 의원은 A기관 용역청소노동자들이 모은 파지를 기관에서 가져가 판매하고 이를 A기관직원들 야유회비로 사용했다는 내용을 사실인냥 이야기 했지만, 직접 그러한 주장을 했다는 노동자들과 통화해 보니 이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더 가관인 것은 이런 내용을 지적하고는 종합국감에 자료를 제출하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때도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예, 알겠습니다”라는 말을 해야만 했습니다.

     

    조금이나마 이유를 달면 윽박이 이어져 관계자들은 그저 , 검토해 잘못이 있으면 고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앵무새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또 국회의원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민원성 질의에 10분 중 3~4분을 사용한다거나 요청한 자료를 늦게 줬다고, 또는 주지 않았다고 윽박을 지르는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해당 공무원들은 수십명의 국회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요구한 자료를 모두 제출하기가 굉장히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이 자료들을 준비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합니다.

     

    국감 이전부터 의원들의 요구자료를 준비하던 한 공무원은 몇 일째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또 어떤 공무원은 사용하지도 않을 자료를 보좌관들이 무조건 내놓으라고 하니 죽을 지경이라며 푸념을 늘어 놓기도 했습니다.

     

    실제 국회의원들의 자료 요구가 시작되고 과천청사의 불은 밤늦도록 꺼지지 않았고, 심지어 새벽에도 퇴근하지 못한 공무원들이 불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요구한 자료들이 국감현장에서 날카로운 창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제가 본 국회의원들의 요구자료는 백과사전 몇권을 쌓아 놓은 방대한량이었지만 이중 실제 국감에서 지적된 내용은 보통 2~3꼭지에 불과해 공무원들의 인력만 낭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국정감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저 하나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국감장에는 NGO모니터단이 항상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의 중간평가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모니터단은 지난 몇주간 진행된 국정감사 모니터에 따른 중간평가 결과를  D학점이다, 잘하고 있는 상임위원회는 지경위와 농식품위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보고 느낀데로 쓴 위 글의 내용이 NGO모니터단이 그나마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농식품위원회의 국감 모습입니다. 다른 국감의 경우는 어느정도 수준일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어쩌면 이번 국회에 기대를 거는 것이 처음부터 잘못일 수도 있습니다. 정권말의 국감이라는 점에서   “시체에 칼을 대면 뭐하느냐”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또 애초 국감이 법을 어긴 국감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91일 이전 국정감사를 마치도록 되어 있음에도 10월을 넘겨 국감을 시작했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스스로도 법을 지키지 않는데 국정감사에서 무엇을 어떻게 지적할 것이냐는 이야기입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어쩔 수 없는 국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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