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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돈봉투 구태정치 표상, 전당대회를 바꿔라 !

by 이윤기 2012.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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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아예 전당대회 때 관광버스 비용이나 식사비를 중앙당에서 낼 수 있도록 정당법을 개정하기로 하였답니다.

핵심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정당법에 '경선에 참여하는 당원에게 여비를 제공하면 매수 및 이해유도죄'로 처벌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당 대표 경선에 참석하는 당원에 대한 실비의 여비 제공 행위를 허용한다'로 고친다는 겁니다.

그 뿐만 아니라 전당대회 때 금품을 제공 받은 사람에 대한 처벌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을 과태료 처분으로 바꾼다는 것입니다. 뭐 딱 잘라 말하면 전당대회에 100만원 이하 돈봉투를 뿌려도 큰 탈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네요.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 어이없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이것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제가 지난주 일산 킨덱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참여해보았기 때문에 이것 참 뻘짓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정당 전당대회 처음 참석해보고 이런 낭비성 행사를 왜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에 포스팅 한 번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정말 어이없는 여야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이네요.



민주통합당 당대표 최고위원 선거가 국민참여 경선으로 치뤄지면서 나름 흥행에 성공하였지요. 그러면서 대의원 투표의 주가도 높아져서 모바일 투표 13표와 같다, 15표와 마찬가지다 하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아무튼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으로서 아무리 멀리 살아도 기권할 수 없는 분위기였지요.

아무튼 야권통합 운동을 하던 시민운동 선배들이 민주통합당에 참여한 덕분에 원래 팔자(?)에는 없었던 전당대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별수 없이 마산에서 일산 킨덱스까지 하룻 만에 갔다왔지요. 단순히 투표하기 위해서...

일산 킨덱스에서 개최되는 전당대회를 며칠 앞두고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 문자메시지를 보면 전당대회 비용을 국고로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문자메시지의 핵심 내용은 '지역 당원들은 지역에서 투표하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배경에는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도 있었고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온 전당대회의 버스 동원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지역당원들은 지역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땅끝의 대의원들을 판문점 근처의 대회 장소로 굳이 불러야 하는 겁니까?"

땅끝에서 투표 1번하러 판문점 근처까지 가야하는 상황을 문자메시지를 보낸 분은 지역당원을 배려하지 않는 서울 중심주의 사고라는 표현을 썼는데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우스로 클릭 하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음]

저도 난생 처음 가는 일산 킨덱스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는 방법을 찾아보면서 난감해하다가 지역에서 출발하는 민주통합당 관광버스를 함께 타고 갔습니다.

이른바 돈봉투 사건 때문인지 참석 대의원 숫자가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5시간 넘게 버스타고 올라가서 투표만 마치고 곧장 버스 타고 내려가야 한다는 공지도 들었습니다. 당대표 선출하는 투표 한 번 하러 왕복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길을 갔다오는 시간 낭비, 돈 낭비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10만 명 이상이 모인 전당대회는 후보자 연설과 투표가 전부였습니다. 아니 실제로는 투표가 전부였습니다. 왜냐하면 후보자 연설은 이미 전국 순회 연설회를 하면서 충분히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제주부터 시작하여 지역별 순회 연설회를 다 해놓고 다시 전국 대의원들을 모아 놓고 재방송(?) 연설회를 하였을 뿐입니다.

이른바 '세'를 과시하기 위한 것 말고는 별의미를 찾기 어려운 대중 동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혹한 세월을 보냈던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던 시절에는 투쟁의 한 방식으로라도 대규모 전당대회가 필요했는지 모르겠습니만,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설 중반부터 대의원들은 투표소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하여 마지막 후보가 연설 할 때는 빈자리가 수두룩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투표가 시작되었을 때는 '줄을 서서 천천히 투표해 달라,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사고 위험이 있다' 하는 안내 방송도 여러 번 나왔습니다.


전당대회에는 처음 가봤지만, 현장에서 개표 결과까지 보고 갈 생각이면 그렇게 복잡하게 줄을 서서 투표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수 만명이 한꺼번에 비좁은 투표장에 빽빽히 줄을 선 것은 얼른 투표하고 집에 가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투표가 끝나고나자 전당대회장은 마치 바닷물이 빠져나가듯 사람들이 떠나버리고 장사 끝난 장터처럼 텅 비어 버리더군요. 대부분 대의원들은 '투표'하러 온 사람들이었고, 투표가 끝난 후에는 떠나버린 것입니다.



난생 처음 전당대회라는 곳을 가보고나니 돈봉투 사건 같은 것이 생기는 이유를 짐작 할 수 있겠더군요. 1년 혹은 2년에 한번씩 이렇게 힘들게 와서 투표하고 가야한다면, 일당(?)이라도 받아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대의원들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겠더군요. 

아무 댓가없이 왕복 교통비, 밥값만 해도 5~10만원, 차를 타는 시간만 왕복 10시간 이상 걸리는 투표를 하러 갔다온다는 것이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문자메시지에서 보시는 것처럼 지역 대의원들은 지역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간단하고 쉬운 방법 대신에 중앙당이 비용을 부담해서 지역 대의원들을 서울로 불러모으도록 하자는 구시대적 개선책 만들어내는 정치인들은 도대체 어떤 사고체계를 가진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 분들은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싫고, 국민들이 자꾸 정치에 관심 갖는 것이 싫어서, 앞으로도 쭉 그들만의 리그(?)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국민들의 참여를 불편하게 만들려고, 이런 구시대적 관행을 아예 합법화 시키려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