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왜 책을 내는가?

朱雀 2011. 12. 12. 07:00
728x90
반응형



지난 한주에만 약 18건의 출판 기념회가 열렸단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똑같은 직업군의 사람들이다. 바로 현역이나 전직 국회의원들이다. 요즘 유행하는 북콘서트 형식을 취하며, 심지어 <슈퍼스타 K3>를 통해 인기를 얻은 투개월까지 부른 그들. 그들은 왜 책을 내는가?

 

사실 이건 방송을 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답은 나온다. 정당이 아니라 인물을 보고 투표를 하는 우리사회의 풍토에서 자신을 알리는데 책만큼 좋은 것이 있겠는가? 아울러 인세수입을 통해 모자란 정치자금을 충당하는 것 정도 되지 않겠는가?

 

근데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나온 내용들은 그 예상에선 벗어나진 않지만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바로 규모와 범위 때문이다. ! TV내용을 좀더 살펴보자. 한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를 보면, 수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책을 사려고 줄을 서고 있다.

 

 

그들은 겨우 책을 한두권 가져가면서 평균 20~30만원을 내고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국회의원이 소속된 위원회와 관련된 업계나 관련단체의 인물들인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순수한 의도로 책을 구입하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들의 명부를 살펴보면 해당 상임위의 관련 공기업이거나 관련 업체인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서 이들로서는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게다가 이런 출판기념회를 한번 하면 평균 12~3천만원 정도가 들어오고, 순수입으로 8천만원 정도가 남는다고 한다. 선관위의 활동이 강해진 이후, 정치자금을 모금하기 힘든 우리네 실정에서 유일하게 출판기념회는 제한이 없고,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주 애용하는 방법이 된 것이다.

 

국회의원이 주로 내는 책은 자서전이나 에세이 그리고 정책 자료집의 두가지 정도가 대다수다. 그런데 국회의원 사실 정말 바쁘다. 자신의 지역구를 돌고 국정활동만 해도 잠잘 시간이 모자를 정도다. 여건만 따지면 책을 내는 게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최효종의 말마따나 책 내는 거 어렵지 않다! 정책자료집은 보좌관이 99%이상 다해준다. 재밌는 점은 보좌관도 직접 하는게 아니라 박사나 정치 전문가들의 자료를 받아서 편집하는 수준이라는 것.

 

자서전과 에세이는 더욱 기가 막히다. 대필작가가 이용되는데, 인터뷰가 평균 5회 정도고, 심하면 2~3회 정도면 끝난다. 원고는 한달 내로 끝나기 때문에 그 수준이 형편없는 건 안봐도 비디오다.

 

스티브 잡스 공식전기의 경우 저자인 월터 아이작슨이 무려 18개월 동안 40회의 인터뷰를 통해 저술한 것이다. 게다가 이건 단순히 스티브 잡스와의 인터뷰를 따진 것이고, 잡스와 관련된 인물들과의 인터뷰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당장 열배 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다.

 

물론 잡스와 우리나라 국회의원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따를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낮은 완성도와 날림 공사 수준으로 책이 나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게다가 책의 유통방법도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는 현 상황에선 개선이 시급하다고 여겨진다. 책은 형태 때문에 문화예술활동 즉 저술활동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부자들이 단순히 미술품을 사고 파는 것이 예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부의 손쉬운 증식과 편법 증여를 위한 방법이듯이 현재의 국회의원들의 출판 행위는 분명히 검은 통로가 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당장은 어렵더라도 선관위에서 감시감독해야 하고, 좀더 덜 돈이 들고 투명하게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과 대책등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관련업체와 공기업이 아무런 이유없이 국회의원의 책을 구매할 리가 없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어떤 식으로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책이 그저 돈이 되고, 정치자금이 되고, 누군가의 부담이 되는 세상은 정말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