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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울면서 쓴 딸애의 반성문, 읽어보고 빵 터져

by 광제 2011.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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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지키지 않는 애들에게 반성문 쓰라 했더니

우리가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각기 다른 상황별 자녀교육 10계명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디언의 자녀교육 10계명 중에 보면 "꾸지람 속에 자란 아이는 비난을 배우고, 격려 속에 자란 아이는 자신감을 배운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애들에게 꾸지람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부모들도 사람인지라 항상 관대함과 칭찬만 있을 수는 없지요.
가끔은 체벌 없이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을 저지를 때도 있답니다.

바로 며칠 전, 그 같은 일이 저희 집에서 있었답니다.

퇴근을 앞두고 있는 저녁시간.
이제 초등하교 4학년인 딸애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통,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깊이 반성을 하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아빠가 퇴근할 때 까지 손들고 서 있겠다."며 소리 내어 우는 것입니다. 필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울부짖는 딸애의 목소리를 들으며 울컥해지지 않을 아빠 없지요.

딸애와의 통화를 끊고는 곧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여름방학 내내 꾸준히 잘해오던 학습지 풀이를 며칠 동안 하질 않았던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교사가 방문하여 지도를 받는 학습지는 애들의 하루 계획 중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이미 오래전부터 엄마아빠와 굳게 약속을 했던 일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학교가 개학하는 틈을 타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지요. 의기투합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공교롭게도 아들 녀석과 딸애가 동시에 일을 저지른 겁니다.

아내가 이를 보고 가만히 있질 못했던 것이지요.
따끔하게 혼을 내는 과정에서 애들이 눈물콧물 다 뺏던 모양입니다.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모르지만, 일단은 깊이 뉘우치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이쯤 했으면 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손을 들고 딸애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들고 있는 손은 내리되, 깊이 반성하는 의미에서 아빠가 퇴근하기 전까지 둘 다 반성문을 써 놓을 것. 단, 반성문을 쓰되 A4용지 한 장을 채워야 하며 글씨 또한 자신이 쓸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작은 글씨로 써 놓을 것을 요구했고 애들 또한 그러겠노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지요.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시간이 밤 10시.
늦은 시간인데도 아이들이 반성문을 들고 현관에서 아빠를 맞아 주더군요. 반성문을 건네주는 애들의 얼굴에는 울었던 기색이 역력합니다. 아마도 울면서 반성문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애들에겐 잠을 자라고 한 뒤, 얼른 씻고 나와 애들이 건네준 반성문을 펼쳐봤지요.



깔끔한 글씨로 써내려간 아들의 반성문은 이제는 제법 문장의 모양새를 갖췄습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반성문을 보니 어느덧 6학년이라는 게 실감이 나더군요.


문제는 딸애의 반성문이었답니다.

4학년과 6학년의 차이가 이렇게 다른 것일까요. 아니면 아들과 딸의 차이일까요.
여태 화가 풀리지 않고 있던 아내도 애들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반성문의 내용이 궁금하여 같이 읽어 봤답니다.

"반성문이란 걸 처음 써봐서 어떻게 쓸지 몰라 그냥 이렇게 씁니다."로 시작한 글.

문장의 첫 글귀부터 심상치가 않습니다.

이거 어른 뺨치는 정말 의미심장한 사전포석입니다. 

중간의 내용은 딸애의 프라이버시도 있으니 중략하고....
 
내용을 쭈욱 읽어 내려가던 우리부부.
반성문의 말미에서 동시에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글씨가 컸다면 죄송합니다. 제 작은 글씨는 원래 이거여서......"

가능한 작은 글씨로 A4용지 가득 적어 놓으라고 했더니, 이리 적어 놓은 것이랍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아빠를 그냥 사랑하는 것도 아니라, 무지 사랑한답니다.....;;

그저 딸래미 하나 키우는 게 아니라,
교활(?)여우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이긍...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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