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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화창한 일요일이었던 어제, 조금 색다른 가족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어디 유원지나 공원에 다녀왔으면 좋았을 날씨였지만, 저희집 온가족 세식구가 함께 다녀온 곳은 바로 요즘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경북 왜관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요즘 왜관은 연일 언론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어느 퇴역 미군이 공개한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대량 매립 파문 때문인데요. 심각한 독성물질인 고엽제를 600드럼이나 땅에 그대로 묻었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모두를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실이 공개된 이후 당시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왜관만이 아니라 인천 등 타 지역에서도 비슷한 고엽제 매립이 있었다는 발표가 이어지면서 사태는 날이 갈수록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중에도 주한미군 당국과 우리 정부는 사태를 어떻게 보는 건지 아주 소극적이면서도 의아스럽기만한 대응으로 일관해 더욱더 국민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는데요. 

어제는 이러한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왜관역앞에서 열렸습니다. 경북 왜관이긴하지만 제가 사는 대구 강북지역에서는 사실 이웃이라 할 만큼 가까운 동네이기도 합니다. 옆동네에 난리가 났으니 이웃에서 달려가 돕는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 


행사가 열린 왜관역에 도착했습니다. 미군기지에서 많이 먼곳은 아니지만 이곳 역 앞 광장 외에는 기지 가까운 전 지역에 미리 집회 신고가 접수되서 부득이 하게 장소로 선택됐다고 하더군요. 참 발빠르기도 하죠..ㅡㅡ;.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동네인 경북 칠곡군 왜관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도 참 오랜만일 듯 합니다. 그것도 눈빛 이글거리는 화가난 사람들로 말이죠. 


깃발만 봐도 알 수 있지만 휴일에 맞춰 진행된 결의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많이들 오셨더군요. 그만큰 또 이번 사건이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왜관역 광장에서 열린 결의대회는 이렇게 대형 트럭을 이용해서 간이 무대를 설치하고 진행됐습니다. 정식 제목은 보시듯 "왜관 주한미군기지 고엽제 매립 범죄 진상규명 촉구 결의대회" 입니다. 좀 길죠..ㅡㅡ;. 그래도 뭐 꼭 필요한 말들이니...^^. 다시보니 역시 고엽제 매립은 사건이나 사태가 아닌 범죄라고 칭하는게 적절 할 듯 합니다. 그냥 범죄도 아니고 중 범죄죠... 음.


이날 가장 눈에 띄였던 분들입니다. 바로 미군기지에 인접한 곳에 위치해있는 성 베네딕트 수도원의 수사분들인데요. 검은색으로 통일된 복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날 자리에서 가장 돋보이는 분들이었습니다. 


열띤 취재열기, 역시 세간의 관심이라니까요. 


주민들은 물론이고 각계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들어진 대책위에서도 주로 2가지의 요구를 밝히고 있는데요. 투명한 진상규명과 함께 미국당국의 사과도 반드시 있어야 하겠습니다. 


행사가 진행된 왜관역앞 광장에는 따분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렇게 각종 퍼포먼스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문제가 된 고엽제가 만일 사람들이 먹는 수도로 흘러들어간다면 보시듯 아이들이나 주민들의 식수로 먹게되는게 당연한데요. 생각만해도 정말 끔찍합니다.
스스로 살아있는 조각의 역할 했던 세분에게 다시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가족나들이 왔으니 울 딸래미도 인사 시켜야겠군요. 복장만 보면 제대로 나들이용 맞죠..ㅎㅎ. 


왜관역 광장에서 진행된 결의대회를 마치고 미군기지까지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가면서 보니 정말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인 왜관 동네분들이 관심있게 지켜보시더군요. 모두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한 듯 하여. 참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진상규명은 물론 제대로 대책을 세워서 이분들의 마음에서도 걱정이 사라지도록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행진하는 부녀입니다.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목마 태운 시간이 길어지니 안그래도 날씨도 더웠는데 목도 아프고 힘들더군요. ㅡㅡ;. 그런데 내려오지 않을레 물어보니...싫다고 해서 한동안 태우고 행진을 했습니다. 역시 아빠는 위대하다는...ㅎㅎ


행진하는 중에 만난 어느 아파트 베란다입니다. 손을 흔들어 주며 응원을 해주시더군요. 이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


얼마간을 걸어가니 왜관 미군기지인 캠프캐럴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예상했지만 역시 빈틈없이 쳐진 철조망과 굳게닫힌 철문이 오늘따라 유난히 뭔가 숨기려는 것 처럼 보입니다. 


역시 거리행진에서 꼭 만나게 되는 폴리스라인입니다. 


준비해간 항의서한을 부대측에 전달하고 참가자들이 일제히 종이비행기를 날렸습니다. 이번 미군의 범죄에 대해 정말 제대로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미국 측의 사과를 바라는 염원아닌 염원, 요구를 담아서 날렸습니다. 


그런데 이날 집회를 주최한 고엽제매립대책위에서는 미군측에 전달하기위해 한가지 선물(?)을 더 준비했는데요. 바로 보시는 것처럼 철조망에 대롱대롱 매달린 포크레인 입니다.^^. 비록 장난감 포크레인이긴 합니다만, 사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헬기장 아래를 직접 파보는게 가장 합리적인 대응이니까요. 

하지만 정부와 주한미군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기지내 헬기장 아래를 파보기는 커녕 주변 지하수와 토양 샘플만을 채취해서 조사하는 변죽 울리기만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자체에서 하던 각종 샘플 검사와 결과발표는 정부와 보조를 맞추자며 함부로 이야기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이 있을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들먹이는 SOFA 규정을 들이 대면서 말이죠. ㅡㅡ;  

이런 모습이 되풀이 되는 걸 보면, 잊고 있던 우리의 주권문제가 떠오릅니다. 우린 참 잘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철문 틈으로 안쪽 풍경을 살펴봤는데요.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미군들도 상당히 신경을 쓰는 눈치입니다. 그러니까 당신들 말이야, 어서 헬기장가서 땅부터 파서 확인부터 해보자는 말이지.


마지막으로 기지 앞을 떠나며 보니 경고 문구가 새삼 눈에 들어오는군요. 저 경고문 내용에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독극물주의라고 말이죠.  


그다지 즐겁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주말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정말이지 그동안 수없이 많았던 다른 주한미군 범죄들처럼 그냥 저냥 대충 쑤시다가 은근슬쩍 넘어가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텐데요. 벌써부터 진상조사를 미군 측 마음대로 하고 있는 모양새가 아주 걱정입니다. 범죄자한테 수사를 맡긴 꼴이니 말입니다. ㅡㅡ;. 

개인적으로는 어떻게든 힘을 모아서 헬기장 아래를 파서 확인부터 했으면 하는 바람인데요.그래야 진짜 진상규명이죠. 정말이지 4대강에서 쓸데없는 짓 하는 포크레인들 다 불러서 확 파버렸으면 정말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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