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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Soccer/유럽리그

메시의 두 골, 레알의 심장을 멈추게 했다

by 스포토리 2011.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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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클라시코 4연전의 세 번째 게임인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은 메시가 활약한 바르샤가 레알을 2-0으로 완파하고 끝이 났습니다. '축구는 전쟁'이라는 명제를 직접적으로 보여준 이 경기는 아름다운 축구가 어떤 것인지 작은 거인 메시가 완벽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메시의 진화,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천재



메시는 지난 두 시즌동안 99골을 넣었습니다. 아직 일곱 경기를 남겨준 상황에서 그는 한 골만 넣으면 두 시즌 동안 100골을 넣은 존재가 됩니다. 축구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 그가 거둔 성과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기록입니다.

바르샤와 레알의 독주로 몰아넣기가 가능하다고 라리가를 평가 절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메시가 기록한 이 엄청난 성과를 왜 다른 이들은 기록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메시와 함께 축구 천재로 불리는 호날두 만이 메시와 경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 역시 메시를 넘어서기에는 여전히 한계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챔스 4강 1차전이 열린 레알의 홈구장은 거대한 규모만큼 웅장함이 숨이 막힐 정도의 중압감으로 다가옵니다. 더욱 스페인과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바르샤로서는 이 곳은 적지와 다름없습니다. 레알 역시 바르샤를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스페인이 아닌 카탈로니아 국민으로 여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일전을 연상케 하는 그들의 대결은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닐 수밖에는 없고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은 어느 한 순간 놓칠 수 없는 긴장감으로 팬들을 열광하게 합니다. 축구의 신이 장난이라도 친 듯 숙명의 라이벌은 가장 중요한 시점 18일 동안 네 번의 맞대결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리그 마지막 맞대결과 국왕 컵 결승, 챔스 4강전에서 연속으로 상대해야만 하는 그들의 대결은 팬들로서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일 수밖에 없지만 정작 필드에서 경쟁해야 하는 그들에게는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게 하는 힘겨운 대결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리그 엘 클라시코에서는 1차전에서 5-0 완패를 당했던 레알이 1-1로 비기며 체면은 차릴 수 있었습니다. 절치부심은 무리뉴의 레알은 국왕 컵 결승에서 많은 이들의 우려를 딛고 바르샤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페페 전술'이라 부를 수 있는 이중 수비는 정교한 패싱 게임을 주로 하는 바르샤를 묶는데 주요했습니다.


중앙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하는 레알의 전술은 바르샤의 패스 망을 모두 잠가버렸고 그렇게 질식하듯 몰아붙이는 수비로 인해 바르샤 특유의 축구는 보일 수 없었습니다. 연장에서 터진 레알의 멋진 패싱 게임은 돌고래처럼 뛰어 오른 호날두의 멋진 헤딩골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무관의 제왕에 놓일 수도 있었던 무리뉴로서는 다행이었고, 다시 한 번 트레블을 꿈꾸었던 과르디올라에게는 아픔이었습니다. 샤비에서 메시로 이어지는 길목을 철저하게 봉쇄하며 바르샤를 압박했던 무리뉴의 변칙 전술은 챔스 4강 1차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전형적인 스트라이커 없는 4-4-2 전설의 핵은 메시 전담마크로 나온 페페의 몫이었습니다. 강력한 수비를 펼치는 그가 중아에 나서며 수비라인에서는 할 수 없었던 과감한 행동들은 바르샤의 공격 루트를 끊어 놓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철저하게 이기기 위한 경기가 아닌, 지지 않으려는 경기를 펼치는 무리뉴의 특징이 그대로 녹아들어간 이번 경기는 중원까지 수비망을 끌어올린 레알로 인해 바르샤의 공격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었습니다. 무리뉴의 전술은 주효했고 레알은 바르샤의 예봉을 꺾으며 전반을 무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아데바요르를 외질과 교체하며 원 톱을 내세운 공격 전술을 펼치며 그들의 중원 싸움은 더욱 가열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수비위주에서 공격 전술로 바뀌며 페페는 최전방까지 오버래핑하며 공격 가담을 늘이며 활동 폭을 넓히며 레알의 공격을 주도했지만 그의 그런 역할은 한 번의 실수로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알베스가 공을 잡으려는 순간 스파이크 징이 보일 정도로 높이 올린 페페의 발은 그의 발목을 노리고 들어갔고 이는 곧바로 레드카드로 이어졌습니다. 과열되었던 엘 클라시코는 페페의 퇴장으로 더욱 가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반 종료와 함께 벤치들이 싸움을 벌여 골키퍼인 핀투가 퇴장 당하는 사건이 있을 정도로 그들의 경기는 이미 과열되어 있었습니다. 

바르샤의 핵심인 메시를 전담마크하며 무리뉴의 '바르샤 공략'의 첨병 역할을 했던 페페의 퇴장은 무리뉴 전술의 붕괴를 의미했습니다. 마르첼로에게 발을 밟힌 페드로를 대신해 투입된 아펠라이는 마르첼로를 무너트리고 중앙으로 침투하는 메시에게 패스해 첫 골을 연결했습니다.

박스 내에 레알 수비진들이 모두 포진한 상황에서 아펠라이와 같은 속도로 골문을 파고든 메시는 자신에게 다가온 볼을 침착하게 골문에 넣으며 치열했던 전쟁을 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게 했습니다. 메시의 첫 골이 전술과 전략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면 승부의 쐐기를 박은 메시의 두 번째 골은 메시가 왜 이 시대 최고의 선수인지를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메시 홀로 레알의 영토로 침투해 그를 막아서는 여섯 명의 수비진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트리며 세계 최고의 수문장이라는 카스티야마저 무력하게 만들며 기록한 이 골은 최고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살아 있는 전설인 마라도나가 월드컵에서 영국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현란한 드리블로 수비진들을 모두 제치고 골을 넣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장면은 메시의 존재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모아 놓은 레알. 그 대단한 선수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린 메시의 현란한 드리블과 침착한 슛은 그가 왜 위대한 선수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챔스리그 11경기에서 11골을 기록한 메시. 이번 시즌 벌써 51골을 기록해 축구 선수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이는 그의 폭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거함 레알을 무너트린 작은 축구 천재 메시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조용하게 하지만 너무나 강력한 한 방으로 보여주었습니다. 10만 8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레알의 홈구장인 베르나베우를 가득 메운 홈 관중들은 메시의 이 그림 같은 한 방으로 심장이 멎어버렸습니다. 적이 아니라면 좋았을 축구 천재를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은 착잡할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베르나베우의 10만 관중들만이 아닌 전 세계 축구 팬들을 매료시킨 메시의 활약으로 바르샤는 유리한 조건에서 레알과 2차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맨유처럼 이미 8부 능선을 넘어선 바르샤가 결승에 오른다면 '맨유vs바르샤'의 리벤지 매치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목말라 무리뉴를 데려왔던 레알은 그를 떠나보내고 누구를 데려 올지 고민이 깊어질 듯합니다. 이미 떠나기를 작정하고 스페인 축구 전체를 욕하기 시작한 무리뉴는 스페인을 떠나 첼시로 향할지는 알 수 없지만 상처 입은 베르나베우의 심장들은 오늘 펼쳐진 메시의 화려하고 우아한 모습에 깊은 내상을 입을 듯합니다.  

작은 축구 천재 메시의 우아한 두 골은 뜨거운 레알의 심장을 멈추게 했습니다. 과연 레알이 내세우는 천재 호날두는 레알의 심장이 다시 뛸 수 있도록 할까요? 그들의 2차전은 2-0이라는 스코어로 인해 '메시vs호날두'의 대결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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