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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서울대 영어 어린이집 불법일까? 편법일까?

by 이윤기 2011.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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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무려 65억원을 세금을 쏟아 부어 영어 어린이집을 만들었으며, 영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1명당 월 58만원의 고액 수업료를 받는다고 하는 기가막힌 뉴스를 보았습니다.(3월 7일자 한겨레)

한겨레 신문에 보도된 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영어 어린이집을 건립하는데, 건축비 63억 4000만원, 설비비 1억 6000만원 등 모두 65억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립대학인 서울대학에서 영어어린이집을 짓는데 들어간 돈은 모두 국고회계(국비)에서 지출된었다고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영어어린이집은 개원 당시 기본 수업료를 월 60 ~90만원으로 책정하였다고 밝힌뒤 비판 여론이 일자 금액을 조금 낮춘 것이라고 합니만,  바이올린, 피아노, 태권도 등 특별활동을 할 경우, 수십만원의 활동비를 추가로 더 내야하기 때문에 국민적 위화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어린이집 수업료 월 58만원 받아도 되나?

영유아 보육법에 따라 설립된 어린이집에서 월 58만원의 비싼 수업료를 받으면서 영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어어린이집 개원이전부터 서울대에서 운영중이던, '생활과학대학 어린이집 규정'을 보면 어린이집 보육료는 서울대학에서 마음대로 정해서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어린이집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집은 관할 시군구청의 관리 감독을 받으며, 보육료도 상한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서울대 영어어린이처럼 고액의 수업료를 받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료에서 보시는 것처럼 "관할 구청장이 고시한 보육료 상한선 범위내에서" 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서울대 영어어린이집이 58만원이나 되는 수업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잘 납득이 잘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유아교육기관인 유치원의 경우에도 교육부가 정한 교육과정에 영어교육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방과후에 영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도 서울대처럼 운영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한겨레신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올해 말 법인화를 앞둔 서울대가 고액의 영어 어린이집을 만들어 외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사교육'으로 장사를 하려는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울러 초등학교에도 입학하기 전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영어 교육에 중점을 두는 어린이집을 운영하겠다고 하는 서울대의 발상은 영어 몰입교육을 하자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학인 서울대학이 정말 유아교육이나 어린이 보육에 대한 상식적인 고민이라도 하고 이런 기막힌 일을 벌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서울대는 어떤 전지전능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제도에도 없는 영어어린이집이라는 것을 만들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변재일 의원의 홈페이지를 둘러보아도 언론에 공개한 자료를 찾을 수 없어서 인터넷 기사검색을 좀 더 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 어린이집은 "서울대 교수와 직원, 연구원, 재학생 등 서울대 관계자 자녀만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생활과학대 부속시설로 외국인 교수나 강사 자녀들에게 국제화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외국인 교수와 유학생 자녀 지원자가 적어 내국인 교직원이나 재학생 자녀도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영어 조기교육을 부채질하고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겠지요.

서울대 영어 어린이집, 전국대학이 따라하면 어쩌나?

이 어린이집의 정식 명칭이 '어린이 다문화 교육 센터'라고 되어 있다고 하는데, 정식 명칭을 영어 어린이집이라고 하지 않은 것은 영어교육에 대한 규제를 피해가기 위한 편법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튼 명분으로 내세우는 당초 취지는 외국인 교수와 유학생 자녀를 위한 국제화 교육환경 제공이라고 하지만, 마치 국제중학교에 내국인 아이들이 편법으로 입학하는 것과 별로 다를바가 없는 상황이 된 것 아닐까요?

결국 서울대의 애초 의도가 무엇이었던지간에, "일본의 유명 사립대학들처럼 고액 귀족어린이집을 만들어서 유아교육에서부터 서울대를 상품화시키는 결과"를 만들게 될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서울대가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해보면, 앞으로 전국의 대학들이 영어 어린이집을 만들겠다고 나서게 되는 것은 아니지 모르겠습니다.

국립 서울대학에서 영어 몰입교육, 귀족 보육, 귀족 유아교육의 새로운 모범(?)을 만들었으니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이 따라하지 않을까요?  서울대의 모범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대 영어어린이집 개원은 국사 시험을 영어로 치르자고 하는 전임 서울대 총장의 발언과 맥락이 별로 다르지 않은 기가 막힌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영어를 중요하게 다루는 나라에서 정작 중요한 외교문서(FTA 협정문)는 엉터리로 번역하는 현실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할까요?

혹, 서울대가 영어 어린이집을 만들어서 '영어 몰입 교육'에 나선 것은 중요한 외교문서를 엉터리로 번역하는 국가적 현실을 걱정해서 시작한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