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이재정 "13년 전 일,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피해자의 책임인 것처럼 몰아가는 변명들은 너무 오랫동안 봐와서 빤했는데 역시나 검찰 조직 내에서 그런 얘기가 흘러나온다."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서지현 검사를 응원하는 '미투 캠페인' 글을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서 검사 '흠집내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1일 오후 국회에서 <오마이TV>와 만나 "항간에는 벌써 발언을 한 용감한 사람을 흠집내는 방식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그 사람의 업무를 평가하거나, 인성을 거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검찰의 조직 문화에 대해 "범죄를 수사해야 할 검사에 의해서 자행되는 범죄는 건드릴 수 없는 조직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가 있다"며 "검찰 내에는 '그 정도 일을 가지고 조직을 흔드냐'는 시각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성 피해에 대해서 수면 위로 올릴 수 없는, 용기를 줄 수 없는 이런 문화에 단호해야 할 수사권조차도 (검찰) 조직 문화에 길들여져 있다면 피해자는 누구에게 기대야 할까. 제도적 해법이 필요하다."

또한 이 의원은 "우리는 서지현 검사의 장례식장의 일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한다"며 "왜 그때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었는지, 그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투' 글을 올린 이후, '가해자적 관점'의 질문을 받을 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페이스북에 "사실은 #MeToo 변호사였을 때도 못했던 일 국회의원이면서도 망설이는 일 그러나 #MeToo 그리고 #WithYou"라고 적었다.

"어떤 기자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냐' '일상적인 것이었냐'라고 피해 방식을 묻기도 했고... 어떤 분은 '너도 당했느냐'라고 하더라. 가해자적 관점으로 저에게 다시 한번 상처를 주는 질문이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제대로 풀릴 수 있는 방향으로 관심을 쏟아달라,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의원은 한 야당 국회의원의 발언을 거론하며 구조적인 해법 마련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어떤 야당 국회의원이 '8년 전 일을 가지고 이제 와서 이야기 한다'라고 하더라. 제 경험은 13년 전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가 왜 그 순간에 노(No)라고 얘기하고 더 빨리 상황에 대처할 수 없었을까'라고 나를 책망하기도 하고, 여전히 그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왠지 내가 부끄러울 것 같다는 주저함을 가지고 있다."

그는 "국회의원의 입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서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취재 : 박정호 기자, 영상취재·편집 : 홍성민 기자)

ⓒ홍성민 | 2018.02.0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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