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끌고 거리로 나온 엄마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인데..."

오늘(30일) 오후 서울 강남역 앞에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거나 품에 안은 엄마 100여 명이 피켓을 들고 세월호 침몰 사고 추모행진을 벌였습니다.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를 통해 모인 엄마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을 위해서 거리로 나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지후(31) / 서울 도봉] "사고가 아닌 참사로 키운 거는 정부와 돈과 권력이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가만히 집에서 있을 수가 없어서, 우리 아이들이 이제 크면 살아갈 세상이니까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나왔습니다."

[이안나(30) / 서울 금호] "아이를 낳기 전보다 아이를 낳고 나니까 세월호에서 사고를 당해서 희생당한 아이들이 내 아이들같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 사고를 접했을 때에도 눈물이 많이 났었고..."

1시간 동안 강남역과 교보문고 사이를 왕복한 엄마들 중 일부는 사회 참여에 소홀히 했던 점을 반성했고, 또 다른 엄마들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한다솜(34) / 경기 분당] "앞으로는 좀 더 참여하고 발언하면 우리나라도 점점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써봤습니다."

[허연미(34) / 서울 흑석] "사과처럼 느껴지지도 않고요. 누구를 위한 사과인지, 그것도 자기 변명에 불과한 것 같고, 가슴 속으로 다가오지도 않더라고요."

지난주 목요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추모행진을 제안했던 엄마는 이런 참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주영(30) / 서울 방배] "선장도 물론 잘못이 있지만 그 부분을 부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뜻인 거 같아요. 그것들을 시민들은 관심을 가지고 각 부처들이나 이 재난매뉴얼을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 엄마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오프라인 모임을 이어나갈 뜻을 내비쳤습니다.

[전주영(30) / 서울 방배] "집회가 어려운 게 아니고, 오늘도 평화롭게 잘 끝났잖아요. 우리가 할 말을 밖에서 하자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고요. 이 희생들을 헛되게 보내지 말고 우리가 이런 문화를 좀 만들자."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개조차원의 국민안전 마스터 플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지만, 아이 엄마들은 거리를 행진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4.04.3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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