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에서 김장을? 폐허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포격으로 전소된지 사흘이 지났지만, 건물에는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르고 수도꼭지에는 물이 새어나옵니다.

불씨가 남은 건물 곳곳과 날리는 잿가루가 며칠전 이 곳에서 벌어진 참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제 좀처럼 인기척을 느끼기 힘든 연평도지만, 한켠에서는 뜻밖에 김장이 한창입니다.

[상황음/김장 준비하는 주민]

대부분의 주민들이 떠나버린 마을은 을씨년스럽게 한산했지만, 이 곳에는 아직 10여 명의 주민이 남아 다시 삶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자들의 취재도 묵묵무답으로 거부한 채, 상처를 이겨내기 위한 작업에 안간힘을 쏟았습니다.

[상황음/집 정리하는 주민 (사진)]

포성이 멎은 연평도의 아침은 언제 참사가 있었냐는 듯 고요합니다.

북한군의 포격이 있은지 사흘째, 마을 곳곳은 시설 복구를 위한 노력들이 한창입니다.

어제 오후 연평도를 찾은 재해구호협회 구호팀은 새벽부터 일어나 업무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마을 인근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에 피격으로 집을 잃은 주민들을 위한 임시거주지를 지으며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재해구호협회 구호팀 김삼열] 보시다시피 전파된 집이 많습니다. 그 분들이 돌아왔을 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 주민들이 잘 정착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전신주 위와 맨홀 안에서는 끊어진 전선과 인터넷선를 복구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아직 면사무소에 전기와 통신시설을 끌어오는 임시조치를 하는데 불과하지만, 이들의 노력들이 모여 마을은 점차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KT 직원] 면사무소까지 전기를 끌어가는 작업 중입니다.

정부가 한미 연합훈련을 강행하고 국회가 대북규탄결의안에 합의하는 등 북한에 대한 강경 일변도의 방침이 이어지며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주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그저 예전과 같은 그들의 삶을 되찾는 것 뿐입니다.

연평도에서, 오마이뉴스 오대양입니다.

| 2010.11.2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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