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머리 먹지말라던 오세훈, 세발낙지 '꿀꺽'

오늘 오전 국회 행안위의 서울시에 대한 국감장에는 때 아닌 낙지가 등장했습니다. 낙지 주산지 전남 무안ㆍ신안군이 지역구인 이윤석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3일 '낙지 머리에서 중금속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서울시에 대한 질의를 위해 지역구에서 가져온 겁니다.

낙지를 꺼내든 이 의원은 서울시가 식약청과 상의도 없이 조사 결과를 발표해 낙지 어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오 시장을 질타했습니다.

[이윤석 민주당 의원] "우연히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고, 오세훈 성과주의가 던진 돌에 불쌍한 낙지어민, 판매상인들만 맞아 죽었습니다. 대한민국 먹을거리의 기준은 식약청이 정하는데 무엇 때문에 서울시에서 신중하지 못하게 발표를 하고 많은 어민들과 상인들에게 피해를 줍니까."

장세환 민주당 의원도 오 시장의 이번 발표는 독선적이고 오만한 조치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 "오 시장은 차기 대선주자군으로 불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에하나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려는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당도 오 시장을 향해 쓴소리를 했습니다.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은 낙지에 이상이 있다고 해도 매일 한 마리씩 먹지 않는 한 문제가 없다는 게 식약청의 입장이라며 일방적인 서울시의 발표를 지적했습니다.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 "낙지에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매일 낙지 한 마리씩을 먹지 않는 한 문제가 없다는 게 식약청과 농식품부의 입장입니다. 앞으로 다른 먹을거리에 대해 조사할 때도 식약청이나 농식품부와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뒷수습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의 비판과 앞선 식약청의 '낙지에 문제가 없다'는 조사결과 발표에도 오 시장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오 시장은 낙지 내장과 먹물은 먹지 않는 게 좋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저희가 발표한 대로 낙지 내장과 먹물은 드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기관 간의 논쟁이 계속되면 어민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서울시에서는 대응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낙지 내장을 먹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오 시장은 오찬장에서 의원들과 함께 무안 세발낙지를 머리부터 다리까지 모두 입에 넣었습니다.

오 시장은 국감 내내 성급한 '카드뮴 낙지' 발표에 대한 사과 대신 낙지 내장과 먹물의 위험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자신은 국민들에게 먹지 말라던 낙지 머리를 의원들과 시식하는 촌극을 벌였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0.10.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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