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딸은 최고점, 일반인은 과락' 밝혀진 음서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오늘 오전 국회 행안위에 출석해 외교부가 유 장관 딸을 위한 '맞춤형 채용'을 실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맹 장관은 다른 면접위원들은 다른 응시생에게 높은 점수를 준 반면, 면접에 참여한 외교부 간부들은 유 장관 딸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고, 유 장관 딸이 영어 성적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채용 공고 기간을 조정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며 감사 결과를 설명했습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유 장관 딸을 위한 맞춤형 채용이었습니다. 외부위원은 2순위자에게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하지만 내부위원은 장관 딸에게 20점 만점에 19점을 줬고 한 사람은 2순위자에게 과락 점수를 줬습니다. 그래서 점수를 합하니까 장관 딸이 합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TEPS 점수가 나오는 날의 다음 날까지로 응시 기한을 정했습니다."

일부 외교부 면접위원은 외교부 근무 경험이 있는 유 장관 딸을 위해 '실제 근무 경험이 중요하다'며 다른 면접위원들을 압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내부위원이 외부위원들에게 '이게 실제 근무 경험이 필요한 거 아니냐'하고 자꾸 말하자면 은근히 압력이면 압력이고 넌지시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겁니다."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외교부의 특채 특혜를 질타했고, 야당은 이와 같은 특혜가 더 있을 거라며 공공기관, 공기업 채용에 대한 전방위적인 감사를 요구했습니다.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 "어떠한 경우에도 '빽'으로 등용되는 일은 막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공정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이런 일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사실 그대로 공개해야 합니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붕괴될 수 있는 정도로 특권층이 형성되고 대물림된다고 하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단기간, 몇 사람 처벌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그 범위가 넓어야 합니다."

정부는 특채과정 통합관리 방안 마련 등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유 장관 딸에 대한 특혜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현대판 음서제'의 부활이 이명박 정부가 천명한 '공정 사회'였냐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걸로 보입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0.09.0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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