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위스의 정치축제 란쯔게마인데

스위스 취리히에서 기차로 1시간 10여 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글라루스. 알프스 산맥의 한 산자락에 있는 작은 도시 글라루스에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바로 주민총회인 란쯔게마인데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매년 5월 첫번째 일요일 총회가 열리는 광장에서 글라루스 주민들은 각종 안건을 처리합니다. 한 곳에 모인 만 16살 이상의 주민들이 그 자리에서 찬반 의견을 표시하는 겁니다. 말 그대로 직접민주주의입니다.

주 현안을 다루는 총회지만 한편으로는 축제이기도 합니다. 경쾌한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와 주 인사들의 행진에 주민들과 총회를 지켜보는 관광객들이 박수하며 환호합니다. 딱딱한 정치도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현장입니다.

안건에는 세율과 예산 문제에 각종 현안이 포함됩니다. 올해 총회에 올라온 안건은 예년보다 많은 22개. 발언을 신청한 주민들은 단상에 올라와 각각의 안건에 대한 찬반의견을 밝힙니다. 청년부터 할아버지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습니다. 주민들은 찬반의견을 경청한 뒤 손을 들어 안건마다 의사를 표시합니다. 강제금연 식당 크기 문제와 대중교통 무료화 문제 등 민간함 안건에는 뜨거운 찬반논쟁도 벌입니다.

회의 진행 중 갑작스럽게 시작된 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리를 지킵니다. 쌀쌀해진 날씨에 몸을 떨면서도 의사 표시를 할 때마다 아예 우산을 접고 비를 맞습니다. 그만큼 주민총회는 주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멩가 그싸이스(68)]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서 남아 있습니다."

[존피터 라거(54)] ""토론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직접 찬반의견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매우 효율적입니다."

아침에 시작된 총회가 끝난 시각은 오후 2시 30분. 주민들은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7백년 넘게 이어진 직접민주주의의 상징 란쯔게마인데는 폭우도 막지 못했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0.05.0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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