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일만의 장례식, 사람도 하늘도 울었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355일 만에 열린 영결식. 뒤늦게 고인들을 떠나보내는 유족들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립니다.

지난해 1월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망루에 올라갔다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오늘 서울시내에서 열렸습니다.

서울역광장에서 치러진 영결식에는 유가족들을 비롯해 야당 대표들과 각 시민, 노동 단체 회원들 그리고 일반 시민 등 4천여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마지막 가시는 날까지 억울한 진실의 진상을 세상에 알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살고 싶다는 것이 죽음의 이유가 되어야 했던 당신들의 투쟁을 잊지 않겠습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삶의 터전을 잃고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보다 높은 곳으로 오른 님들을 이명박 정권은 공권력을 동원해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서민을 학살한 이 정권을 누가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조사와 진혼무, 조가 공연이 이어진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은 인사말을 통해 고인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잘못된 재개발 정책을 바로 잡아 달라고 밝혔습니다.

[전재숙 / 고 이상림 씨 부인] 돌아가신 분들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진실을 밝혀서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철거민들이 저 위태로운 하늘 끝 망루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이 잘못된 재개발 정책을 바로 잡아 주십시오.

운구 행렬은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듯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맞으며 노제가 열리는 용산참사 현장으로 향했지만, 경찰의 비협조로 예상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1년 전 5명의 희생자들이 싸늘한 시신으로 내려온 망루 앞에서 시민들은 다시 한번 애도했고, 유가족들은 오열했습니다.

[권명숙 / 고 이성수 씨 부인] 전과 같을 수는 없겠죠. 애 아버지 없이 어떻게 생활을 이어갈 지 막막합니다. 돌아갈 집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마치면 빌딩 청소라도 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습니다. 하지만 텅 빈 방 한 구석에 자리잡은 내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쉽게 씻을 수가 없겠죠.

이제 고인들은 영원한 안식에 들게 됐지만, 용산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개발 관련 제도 개선 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졌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0.01.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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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누군가는 진실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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