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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충남 청양군 남양면 온직 3리에서는 폭우로 인한 피해 복구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 이재환
   
고속도로 공사현장 쪽에서 물이 내려와 논의 둑이 터진 상태이다. 주민들이 이 물이 부여 방향에서 내려온 물과 합류하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재환

지난 13일 오후 11시부터 충남 청양군에 집중호우가 내렸다. 밤새 내린 비로 하천 둑이 터지고 농경지와 주택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229mm의 집중호우가 내린 남양면 온직리의 경우 소류지가 범람해 피해가 더 컸다.
 
14일 오후 피해가 가장 컸던 청양군 온직리 일대를 살펴봤다. 온직리 일대에서는 포클레인과 양수기 등이 동원돼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한 농가는 수확을 5일 앞둔 포도밭이 침수되어 포도 수확을 포기한 상태였다. 이웃에 있는 600평 고추밭은 집중호우와 함께 쓸려 내려온 토사와 돌덩이로 뒤덮여 있었다. 논둑이 터지고 벼가 토사로 뒤덮여 있는 장면도 쉽게 목격됐다.
     
노승일 온직3리 이장은 "순식간에 내린 폭우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며 "온직리는 1·2·3리 전체가 큰 피해를 입었다. 말 그대로 재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주민 A씨도 "아침에 나와 보니 고추밭이 사라져 있었다"며 "고추 한번 제대로 따 보지도 못했다. 고추가 폭우에 모두 쓸려갔다"며 허탈해했다.
 
온직리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이번 피해는 단순히 자연재해로만 볼 수 없다. 천재와 인재가 뒤섞여 있다"고 말했다. 온직리 마을 전역에서 진행 중인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가 폭우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노승일 이장은 "비가 워낙에 많이 온 탓이 크다. 하지만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를 하면서 산을 깎아 버렸다. 공사현장에서 내려온 물과 부여 방면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류하면서 피해가 커졌다"며 "고속도로 공사를 진행한다고 산을 깎아 '빗물 고속도로'가 생겼다. 공사현장에서 쓸려 내려 토사들이 포도밭에 쌓였다. 도로공사가 없었다면 단순히 침수피해만 입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왼쪽이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 현장이다. 오른 쪽 논들은 부여 방향에서 온 빗물로 침수가 됐다.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내려온 물과 부여 방향에서 논을 타고 내려온 물이 합쳐 지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다. 노란색 동그라미는 업체가 뒤늦게 터버린 둑이다. 바로 그 아래 비닐하우스가 포도밭이다. ⓒ 이재환
 
폭우로 토사가 밀려와 초토화된 고추밭 ⓒ 이재환
         
실제로 곳곳에서 고속도로 공사에 쓰이는 설비가 쉽게 발견됐다. 심지어 온직리의 한 논에서는 서부내륙고속도로 배수로 공사에 쓰이는 배수관(흄관)이 폭우와 함께 휩쓸려 논 한가운데로 굴러간 장면이 목격됐다.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은 처참했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를 위해 공사업체 측이 온직천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도로도 처참한 모습으로 끊어져 있었다. 비가 모두 그친 뒤 공사 업체 측에서 도로를 끊은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사후 약방문'이라는 지적이다.
 
주민 B씨도 "폭우가 내려 둑(둑 형태의 임시도로)이 터지면 시골집이 물에 잠길 수 있어 위험하다는 내용으로 구두민원도 냈다. 하지만 공사 업체 측에서는 알았다고 말만 하더니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시골집에 85세 노모가 혼자 사신다. 14일 새벽에 시골집 CCTV로 집이 침수되는 장면을 부랴부랴 내려왔다"며 "적어도 우리 시골집이 침수된 것은 인재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업체는 비가 그친 뒤 뒤늦게 임시 도로의 둑을 파괴하고 물길을 냈다. ⓒ 이재환
  
B씨의 어머니인 C씨도 "스물두 살에 이 마을로 시집을 왔다.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집 앞까지 물이 차오르는 것은 이번에 처음 봤다. 고속도로 공사를 한다고 물길을 막아 버리더니 결국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성토했다.
  
이웃에 있는 온직2리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주민 D씨는 "13일 오전 11시경부터 집안에 물이 차올랐다. 밤새 물을 퍼냈다"며 "뒷산에 있는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현장 쪽에서 물이 쏟아져 내려온 것이다. 수확해 놓은 구기자도 물에 젖었다"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고속도로 공사를 한다고 뒷산을 다 파헤쳐 놓았다. 공사현장에서 나온 물이 집 뒤편의 좁은 배수로를 통해 한꺼번에 밀려왔다"며 "좁은 배수로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이런 일은 평생 처음이다. 천재가 아닌 인재이다"라고 주장했다.

업체 "부여 방향에서 온 빗물이 피해 원인" 
 
 
침수된 온직리 포토밭 ⓒ 이재환
   
논 한가운데로 흘러간 배수관(흉관) ⓒ 이재환
   
하지만 서부내륙고속도 도로 온직리 구간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E업체 측은 자신들도 폭우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E업체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 온직리 포도밭은 부여 쪽에서부터 내려온 빗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라며 "그 때문에 아래쪽에 있는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현장도 피해를 입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도로공사에서 나온) 토사가 일부 가옥으로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가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그:#온직리 , #청양 비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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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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