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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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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 상류 왕진교 부근에서 군무를 펼치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맹물 2급인 가창오리. ⓒ 김종술
 
"우와 우와~"
 
물 위에 떠있던 수십만 마리 새들이 일제히 떠올랐다. 뭉치고 흩어지며 물결치듯 (군무) 춤을 추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핸드폰에 영상을 담는 사람들 사이로 박수 소리도 들렸다. 껑충껑충 뛰면서 좋아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강변이 소란스럽다.
 
지난 19일 <오마이뉴스> 기사가 나가고 매일같이 벌어지는 풍경이다. 지난 18일 금강 백제보에 가창오리 무리가 찾아 들었다. 발견 당시만 하더라도 3만~4만 마리 정도였으나 지금은 더 많은 새들이 찾아와 15만 마리를 훌쩍 넘어섰다. 가창오리는 국제자연보존연맹에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관련 기사 : 4대강 공사 12년 만에... 가창오리 수만 마리 날아왔다 http://omn.kr/1s4sm)
 
24일 4대강 사업 구간 모니터링을 위해 세종보를 시작으로 하류로 이동했다. 지난 2018년부터 수문이 개방된 세종보와 공주보 사이에 드러난 모래톱 주변에 왜가리, 백로와 여러 종류의 오리류들이 모여 있다. 세종시 불티교 인근 모래톱에는 겨울 철새로 맹금류인 천연기념물 243-4호이자 멸종위기 1급인 흰꼬리수리가 앉아 휴식을 취하고 모습도 보였다.
 
충남 공주시 탄천면 부근 금강에 큰고니 9마리가 찾아와 있다. ⓒ 김종술
 
널따랗게 펼쳐진 공주보 상류 고마나루 모래톱에는 고라니들이 떼 지어 뛰어다닌다.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 수십 마리가 모래톱을 오가며 유영하고 있다. 공주시 탄천면 앞 건너편 강변에는 천연기념물 201-2호인 큰고니도 보였다. 온몸이 흰색인 성체와 흰색 바탕에 검은색 때가 묻은 듯한 어린 새 포함 9마리가 갈대밭 앞에서 가끔 머리를 처박고 먹이활동 중이다.

공주시 탄천면 대학리와 청양군 목면 화양리 강물 위에도 가창오리가 보였다. 어림잡아 5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가창오리가 가장 많이 군집한 곳은 충남 부여군 백제보부터 상류 왕진교까지 3.2km 구간이다. 이곳은 저물녘 펼쳐지는 가창오리 군무를 보기 위해 연일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조금씩 살아나는 생태계
 
4대강 사업이 벌어지기 전 충남 부여군과 청양군을 연결하는 왕진교 모습으로 하류에 백제보가 건설되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으로 백제보가 막히면서 상류가 온통 녹조밭이다. 사진은 2016년 모습. ⓒ 김종술
   
4대강 사업 이후 녹조밭으로 변했던 백제보 상류가 수위를 낮추면서 모래톱이 생겨나고 가창오리들이 찾아들고 있다. ⓒ 김종술
 
그러나 이곳은 4대강 사업으로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곳이다. 위쪽에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4대강 사업 전만 하더라도 왕진나루터로 불리는 이곳은 홍수기를 제외한 갈수기에는 모래톱이 드러나고 많은 야생동식물로 넘쳐났다. 그러나 4대강 사업으로 하류에 백제보가 생기면서 녹조가 창궐하여 수자원공사가 녹조제거선까지 띄워 제거할 정도로 심각한 장소였다. 다행히 여러 번 수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고 지금은 1.5m 정도 수위를 낮추어 개방에 들어가면서 회복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백제보 상류 왕진교에서 모니터링을 하던 중 수달이 물속을 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 김종술
 

백제보부터 왕진교까지 가득한 것으로 보아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아 보였다. 크고 작은 모래톱에 앉아 머리를 등에 감고 잠을 자는 가창오리와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가창이까지 숫자를 헤아리기도 힘든 지경이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강물은 물고기 헤엄치는 모습까지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맑았다. 물고기를 찍는 도중에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이 나타났다. 늘씬한 몸으로 물속을 오가며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가창오리가 날아오르는 오후 6시가 되기도 전부터 교량 위에 차량이 모여들었다. 좌우 제방은 물론 백제보에도 가창오리가 펼치는 군무를 감상하기 위해 모여든 관광객과 사진작가들로 북적거렸다. 커다란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멘 사람들과 핸드폰을 들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가창오리를 학수고대했다.
 
6시 10분 수면을 뒤덮은 가창오리들이 조금씩 날아오르며 뭉치기 시작했다. 물을 박차고 떠올랐다 다시 내려앉고 다시 떠오르고를 반복할 때마다 카메라 셔터가 터지고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도로의 가로등이 켜지고 본격적인 군무가 펼쳐졌다. 두 무리로 쪼개지고 다시 한 무리로 합치면서 왕진교 다리 앞에서 오르락내리락 거리다가 다리를 건너 상류로 이동하는 날갯짓 소리로 뒤덮이면서 짜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엄마, 엄마, 엄마."
"물갈퀴에 묻은 물이 내 머리 위로 떨어졌어."
"아니야, 똥이야."
"똥 아니야 물이야."
"똥 맞아 새가 똥 싼 거야."
"엄마, 오빠가 나 놀려."

 
두툼한 겉옷에 모자까지 눌러쓴 아이들이 티격태격 목소리를 높이면서 하늘에 울려 퍼진다. 검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 새들을 보면서도 자리를 뜨지 못한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서로에게 보이며 자랑하는 작가들도 보였다. 어둠이 깔리고 하나둘 타고 온 차량이 떠나면서 사람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새를 쫓는 사람들
 
24일 가창오리가 떠오를 시간에 두 대의 열기구가 백제보로 다가오면서 놀란 가창오리들이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 김종술
 
그러나 이처럼 행복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창오리의 습성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무작정 사진을 찍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면서 새를 내몰기도 한다. 가창오리는 새 중에서도 약자에 속한다. 경계심이 많아 낮에는 넓은 물가나 모래톱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해질녘이면 한꺼번에 모여서 들녘으로 날아가 떨어진 낱알을 먹고 살아가는 종이다.
 
가끔 지켜보다 보면 백로나 왜가리가 가까이 날아들 때면 한꺼번에 떠오르기도 한다. 밀물가마우지가 물속에서 나올 때도 후다닥 도망칠 정도로 경계심이 강하다. 그렇게 두려움이 많은 가창오리에게 다가가는 행위는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가끔 드론을 띄우면 놀란 가창오리들이 한꺼번에 떠올라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실제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틀 전에는 가창오리가 뜨는 시간에 드론을 띄우는 바람에 반대편으로 날아가버린 가창오리들 때문에 많은 사람이 허탕을 쳤다. 오늘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많은 사람들 사이로 기자도 새들과 30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백제보 상류 갈대밭에 몸을 숨기고 새들이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나이가 들어 보이는 어르신 한 분이 성큼성큼 가창오리가 앉아 있는 물가로 다가가면서 주변에 있던 가창오리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그분은 핸드폰으로 그런 모습을 담았지만, 몸을 숨기고 자리를 지키던 많은 사람은 그 한 사람으로 인해 기다린 보람도 없이 허탕을 쳤고 주변에서는 큰소리가 터져 나왔다.
 
또, 가창오리가 군무를 펼치는 6시 10분부터 백제보 아래쪽에 두 대의 열기구가 떠올랐다. 백제보를 넘어 아래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려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놀란 가창오리들은 열기구가 날아드는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 작은 드론도 무서워하는 가창오리에게는 커다란 대형 풍선에 불까지 내뿜는 열기구는 거대한 괴물 이상이었을 것이다. 몇 사람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인해 백제보 부근에 자리를 잡았던 수백 명의 사람들이 피해를 봤다.
 
새들도 휴식을 취하지 못 하고 뜨고 앉고를 반복하다 보면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지고 더 많은 먹이가 필요로 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아 질병에 취약해지게 된다. 그러면 이곳을 위험 지역으로 생각하게 되고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을 수도 있다.
 
백제보 상류에 모여든 가창오리. ⓒ 김종술
 
가창오리만 전문적으로 찍고 있는 조수남 작가는 "새들이 쉬는 공간에 사진을 찍겠다고 달려드는 사람들을 보면 참 한심한 생각이 든다. 어떤 야생동물도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기다리지 않는다. 당연히 무서워서 피할 것이고 도망칠 것이다. 이는 기본 중 기본이다"라며 "넓은 공간에서 같이 감상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자신이 정한 자리에서 새들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려주는 기본을 알았으면 한다"라고 꼬집었다.
 
4대강 사업으로 갇히고 썩어가던 강이 수문 개방으로 인해 모래톱이 생겨나고 강물이 맑아지면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찾아들고 있다. 15만 마리 가창오리가 펼치는 군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자신들의 행동을 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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