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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근교 출신이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 프랑스인 사진작가 호맹(Romain)이 한국 풍경 촬영기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풍경 사진은 물론, 이에 담긴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기자말]
"한국에는 사계절이 있지, 알고 있었어?"

한국인과 대화를 하다보면 이따금씩 듣게 되는 이 질문,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에는 어안이 벙벙했다. 마치 한국에만 사계절이 있다고 믿는 듣한 말투 때문이다. 내게 오히려 더 신선하게 다가온 것은 24절기란 개념이다. 그런데 4계절이든 24절기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계절과 함께 새롭게 단장하는 이곳 자연의 풍경이 이렇게도 아름다운 것을! 

자연의 움직임과 변화를 목격하기 좋은 장소는 단연 산이다. 한국의 산 속에는 절이 좀 많긴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손길마저 대부분 자연과 인류가 서로에게 찬사를 보내듯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번에는 내가 즐겨 찾는 한 촬영 장소,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불암산 경수사에서 담아본 세 가지 계절의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봄에 찾은 이곳은 안타깝게도 탁한 공기로 다른 계절에 비해 아름답지 않아서 여름과 가을, 겨울의 풍경만 실어보내기로 한다. 그럼 자연과 인류가 산뜻하게 어우러지는 현장으로 함께 여행해보자. 
 
한여름에 찾은 불암산 경수사. 시원한 폭포 줄기가 무성한 나뭇잎 및 화려한 색채의 대웅전 지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 Romain
 
여름부터 시작한다. 자연이 가장 무성한 계절, 폭포는 거세게 흘러넘친다. 하루에 두 번 이상의 샤워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우리 인간은 열과 습기에 잘 적응하지 못한 듯한데 식물의 왕국은 그렇지가 않다. 여름보다 더 이들이 파릇파릇하게 피어나는 계절은 없다!

여기에 거센 폭포의 물결이 더해지면 당신은 한국 여름의 전형적이면서도 경이로운 경치를 목격할 수 있다. 조선시대 화가가 수묵화로도 많이 표현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사진으로 이를 담아내며 느끼는 교훈과 철학은 아직도 유효해 보인다.

이러한 여름 풍경을 통해 내가 느끼는 것은 '지속적인 움직임'이다. 절대 피로를 느끼지 않는 폭포와 함께, 서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잎은 부드럽게 흩날리고, 절을 둘러싼 다양한 색깔은 나의 모든 느낌을 완전하게 일깨운다.

만일 당신의 삶에 어떠한 변화나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면 여름의 이 풍경을 보라. 자연은 당신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마도 잘 알려줄 것이다. 
 
가을날 찾은 불암산 경수사. 폭포는 온 데 간 데 없지만, 다채로운 색깔로 단장한 나뭇잎이 완연한 가을이 왔음을 일러주고 있다. ⓒ Romain
 
다음은 가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비록 곧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기도 하고 여름의 풍성함이 사라지는 시기이기도 하나, 사색을 부르기도 하는 계절. 나는 가을의 풍경을 보며 자연의 모든 유한함에 대해 반추하게 된다.

나무는 결국 시들고, 산은 결국 사라지고, 우주조차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해 동안 이 유한한 자연이 만들어낸 순환을 목격하다보면, 고대 그리스의 철학처럼 '아름다움이란 영원과 유한함 사이 충돌의 코스모스로 인해 존재한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언젠가 나도 이 아름다운 나무들의 양식이 되고, 훗날 또 다른 사진사가 순환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기 위해 렌즈를 겨눌 그 순간의 밑거름이 될 것이란 생각이 나를 평온하게 만든다. 
 
겨울날 찾은 불암산 경수사. 산과 나무는 물론 대웅전 처마에도 흰 눈이 소복이 쌓였다. ⓒ Romain
 
마침내 마지막 계절, 겨울에 도착했다. 겨울은 개인적으로 등산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헐벗은 나무와 적막 속에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를 듣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푸른 하늘보다도 밝은 새하얀 땅, 그 뒤바뀐 매력은 맑은 날 밤에 특히 더 빛난다. 코와 허파를 통과하며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얼굴과 피부를 찌르고, 나의 호흡을 뿌옇게 가시화시킨다.

이 추위는 지금 산을 오르는 나와, 나를 둘러싼 산의 모든 생명체가 지속적으로 맞서야만 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다. 따스한 날이 찾아올 때까지. 이는 폭포를 반 정도 흐르다 얼어버린 물의 생각과도 비슷할 수 있다.

'나는 언제 다시 흐를 수 있을까?'

지친 등산객은 생각한다. '언제쯤 하산 후 따뜻한 샤워를 즐길 수 있을까?' 나무와 산과 대웅전 처마, 그 모든 것을 감싸안고 있는 눈은, 생명체가 가진 따스한 봄에 대한 기대를 상징하는 듯하다. 절도 비슷하다. 멸종하는 인간이 가진 수많은 질문과 답변을 품고있는 이곳은 마치 겨울 산 속 피난처 같다. 비록 사라진 우리에겐 더 이상의 봄이 없겠지만.

참고로, 경수사는 불암산 서편 아랫쪽에 위치하고 있다. 높지 않은 곳이어서 큰 어려움 없이 닿을 수 있다.

* 원고 번역 및 정리 : 김혜민

덧붙이는 글 | 사진작가 호맹의 홈페이지 호맹포토(http://www.romainphoto.com)의 Blog에 문원폭포는 물론, 다양한 풍경사진 촬영기가 영어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romainphoto_outside)에는 하이킹 사진 외에 더 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이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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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는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