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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위원장에 항의하는 김태흠 의원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태흠 미래통합당 의원이 김태년 국회 운영위원장에게 다가가 항의하고 있다. 김 의원을 포함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김 위원장은 공수처 후속법안을 일괄 상정했다.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이 28, 29일 이틀에 걸쳐 주택임대차보호법·종합부동산세법 등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을 각 소관 상임위에서 속전속결 처리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관할 상임위 등을 정하는 공수처법 후속 입법도 국회 운영위에서 처리했다. 모두 법안소위를 거치지 않고 상임위 전체회의에 회부해 토론을 거친 뒤 표결처리하는 방식이었다. 
 
미래통합당은 속수무책이었다. 통합당 의원들은 각 상임위에서 거칠게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특히 '법안심사소위를 거치지 않은 법안 처리는 국회법 위반'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국회법 위반이라 단언하긴 어렵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제외한 17개 국회 상임위 모두 법안소위를 구성하지 못한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김도읍, 박대출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의 공수처장 선임을 위한 후속 법안 처리 시도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 유성호
 
통합당 퇴장 속 공수처 후속법안 상정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김태년 국회 운영위원장이 공수처 후속법안을 상정하고 있다. ⓒ 남소연

이 같은 상황은 따지고 보면, 지난 14일 작성된 민주당 김태년·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7월 임시회 의사일정 합의문에서 이미 '잉태'됐다. 보다 정확히는 총 7개 항으로 구성된 합의문 중 "법안소위의 위원장 배분과 관련하여"란 제목의 5번 문항이 문제였다. 당시 5번 문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5. 법안소위의 위원장 배분과 관련하여,
1) 3개 상임위(보건복지-행정안전-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법안소위를 2개로 분리하여 복수 법안소위 체제로 개편한다
2) 기존 복수 법안소위 8개 상임위(법제사법-정무-기획재정-과학기술정보통신-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환경노동-국토교통위원회)와 신규 복수 법안소위 3개 상임위의 법안소위 위원장은 교섭단체 양당이 11개 상임위별로 각각 1개의 법안소위 위원장을 맡는다.
3) 국방위원회 법안소위는 미래통합당이 위원장을 맡는다.
4) 상임위별 법안심사소위 내 안건처리는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한다.
 
합의문 작성 보름 지난 지금까지 법안소위 구성 못해
 
복수 법안소위 자체는 기존 8개에서 11개로 증가해 협상 대상이 늘어난 격이지만 각 소위 위원장을 여당이 맡을 건지 야당이 맡을 건지, 각 소위 인원 정수는 몇명인지 구체적 내용이 없다. 당초 원 구성 협상 당시 결정됐어야 할 '가이드라인'이 추후 가까스로 마련한 합의문에서도 완성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여야는 각 복수 법안소위 중 '핵심' 법안소위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합의문 작성 보름이 지난 이날(29일)까지 소위 구성을 완료하지 못했다.
  
윤호장 위원장에 항의하는 김도읍 의원 미래통합당 김도읍 의원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임위 내 법안심사 소위이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을 상정하고 토론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며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자,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나서 만류하고 있다. ⓒ 남소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을 처리한 29일 법사위에서도 이러한 맥락은 확인할 수 있었다. "통상 국회법 절차에 따라 (전체회의에서) 대체토론을 마친 법률안은 법안소위에 회부하게 돼 있다. 소위도 구성되지 않았는데 이 법안을 어떻게 계속 심의하나"라는 통합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의 반발에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제1법안소위와 제2법안소위에 대한 잠정적 합의를 이뤘는데 그걸 파기한 건 미래통합당이다. 소위 위원 정수 문제를 가지고 나와서 합의를 못했고 위원 정수가 합의되려고 하니 예산소위를 달라고 해서 안 됐지 않았나. 그 책임은 전적으로 통합당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김도읍 의원은 "소위 구성 비율(인원 정수)을 가지고 논의가 돼 왔고 제가 대안도 제시했으니 민주당이 답을 줘야 하는데 여당 간사께서 답을 안 줘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이) 민주당이 급한 법이라면 소위를 좀 손해 보더라도 만드는 게 여당의 도리 아닌가. 저도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소위(구성) 합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정회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법안소위의 만장일치제 관행, 그리고 통합당에 대한 불신
    
미래통합당 신원식, 박대출, 김태흠, 김정재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의 공수처장 선임을 위한 후속 법안 처리 시도에 “의회독재 다수폭거, 반민주당 각성하라”며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상임위별 법안심사소위 내 안건처리는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5번 문항의 네 번째 단서도 민주당의 '진격'을 부추긴 경향이 있다.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에 내준 통합당으로선 '안전장치'인 조항이지만, "일하는 국회"를 내세운 민주당 입장에선 기존의 '만장일치제' 관행으로 법안처리가 늦어질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는 조항이다. 
 
특히 부동산 대책에 대한 후속입법은 여당 입장에서 시급한 사안이었다. 21대 총선 대승 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나 여당 지지도가 하락세로 반전한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달 4일까지 예정된 7월 임시국회의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통합당의 협조도 구하기 어려웠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 부동산 대책 후속입법과 공수처법 후속입법 등을 7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할 것을 주장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 측은 "통합당이 법안 지연 전략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고, 통합당 측은 "민주당이 기본을 어기고 있다"고 맞받았다.
 
공교롭게도, 국회 기재위는 이 원내대표 회동 종료 즈음에 종부세법 등 '부동산 3법'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같은 날 오전 "통합당이 또 다시 시간끌기로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면 민주당은 단호한 대처로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던 김 원내대표의 발언이 즉각 현실화된 것이다.
  
집단 퇴장하는 통합당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태년 운영위원장의 의사진행 항의하며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고 있다. 통합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김 위원장은 공수처 후속법안을 일괄 상정했다. ⓒ 남소연
 
민주당의 법안 처리 강행 이면엔 앞서 원 구성 협상 때부터 축적됐던 통합당에 대한 불신이 녹아 있기도 하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이날 운영위에서 "(통합당 말대로) 국회법 지켜야 한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기엔 통합당 의원들께서 국회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고 관행이 우선이란 주장을 계속한다. 임기 시작일부터 지금까지 국회법을 안 지킨 게 도대체 어느 당이냐"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특히 "국회가 정당 간 협의·협조 등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인데 교섭단체 대표 간 협의 또는 합의를 몇 번이고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뒤집었다"고도 꼬집었다.
 
민주당만의 '핀셋' 법안 처리 방식 지속될 순 없어
 
다만, 민주당의 '밀어 붙이기'가 언제까지고 반복되진 않을 것 같다. 민주당 안에서도 이는 인정하고 있다. 한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다른 법들은 다루지 않았다. 민생과 직결된 부동산 법이니 가능했던 것"이라며 "정치적 쟁점이 있는 법안을 (같은 방식으로) 다루기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열린민주당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이들 정당은 부동산 대책 후속입법의 시급성을 인정하면서 통합당과 달리 이번 의사일정 진행에 협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번에 부동산 대책 후속입법을 처리하면서 자당 의원 발의안만을 주된 심사 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한 유감은 표명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운영위에서 "민주당 법안만 있는 게 아닌데 마치 핀셋으로 민주당 법안만 상정하는 것이 더 심각하다"며 "임대차 3법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지만 (세입자들을) 더 촘촘히 보호하는 '(정의당) 심상정안'은 왜 제외시켰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원칙과 기준이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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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