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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우리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서울시와 KT가 제공하는 '서울생활인구' 데이터와 현장 취재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증적으로 알아봤습니다.[편집자말]
 
최근 서울에서 학원 강사가 잇달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고 있지만, 서울 시내 학원 10곳 중 8곳꼴로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30일 저녁 서울 대치동학원가의 모습. 2020.3.30 ⓒ 연합뉴스
  
"(학원) 계속 쉬다가 월요일(23일)부터 다시 나오라고 해서 나왔어요."

지난 25일 오후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 앞. 대치동 학원가 근처 도시락집에서 밥을 먹고 서둘러 학원에 들어가던 학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말했다.

은마아파트 사거리를 중심으로 대치역 인근까지를 통상적으로 '대치동 학원가'라고 부른다. 크고 작은 유명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는 10대 청소년들이 많다. 학원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다중이용시설'에 해당한다.

기자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인 지난 25일 대치동 학원 20곳을 방문했다. 이 가운데 18군데가 운영하고 있었다. 학원들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학생은 의료용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고 비닐 케이스에 핸드폰을 넣어 학원으로 향했다.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원 건물을 분주하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길거리에 잠시 차를 세워두고 학원으로 학생을 데리고 뛰어 들어가는 학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대치동 학원들은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서울생활인구 데이터를 통해 1월부터 3월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9시 대치1·2·4동의 10대 숫자를 분석했다. 서울생활인구란, 서울시와 KT가 공공빅데이터와 통신데이터를 이용해 추정한 서울의 특정지역·특정시점의 모든 인구를 의미한다.

2월 말 급감했지만... 2주 하락 → 2주 횡보 → 1주만에 급등
  
한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2월 17일까지 대치동 학원가의 10대 생활인구는 큰 변화가 없었다. 1월 20일 10대 생활인구는 3만2834명이었고, 2월 17일에는 3만2282명이었다. 중간에 1월 27일 2만4957명으로 떨어졌지만, 이는 코로나19 영향이 아닌 설 연휴 영향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하지만 2월 24일 10대 생활인구는 2만3276명으로 줄었다. 직전인 2월 20일 대구 신천지예수교회를 중심으로 국내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고, 이튿날 정부는 대구·경북지역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위기 의식이 높아지던 시기다. 

코로나가 확산되자 교육부는 2월 23일 2020학년도 신학기 개학일을 3월 2일에서 9일로 연기했다. 이날 교육부는 학원에도 휴원을 권고했다. 여기에 더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같은달 27일 페이스북에 "학생과 사회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학원 휴원의 결단을 호소드립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10대 생활인구는 3월 2일(1만4593명) 저점을 찍는다. 10대 생활인구가 가장 많았던 2월 17일(3만2282명)과 비교하면 45.2%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추세는 채 3주를 가지 못했다. 2주간 1만명대 중반을 횡보를 하던 10대 생활인구는 3월 23일 전주에 비해 62.4% 증가한 2만5827명을 기록했다. 2월 초중반 3만명대보다는 아직 낮지만 한 주만에 2만 명대를 회복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를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권고는 적어도 대치동 학원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그 주부터 다시 가파르게 증가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 무색
 
아예 학생 외 외부인 입장금지를 내건 학원도 있었다. 대치동의 한 대형 학원은 '학부모, 방문객 등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해 출입을 삼가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가급적 계단을 이용해달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 유지영
 
물론 대치동에는 간혹 불이 꺼진 학원들도 보였다. 몇몇 학원에서는 일부 수업을 동영상 강의로 대체하거나 학사 일정에 맞춰 휴원을 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무기한 휴원으로 인해 상담 전화가 닿지 않는 곳도 있었다. 건물 전체가 학원인 곳도 문을 닫아 캄캄했다.

하지만 대체로 많은 학원들이 문을 열었다. 대형 학원들은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서 열이 나는 학생이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학생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엘리베이터 사용을 제한하거나 학원 내 책상 사이의 간격을 넓힌 학원도 있었다.

한 대형 학원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수업마다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며 "일부 학생들은 나와서 공부하고 있지만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돌린 학생들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경비원은 기자에게 "그래도 예전보다는 (학생들이) 많이 안 다닌다"라고 전했다.

학원 건물에서 내려오던 학생은 "강의식으로 하는 대규모 학원들은 인터넷강의로 돌리기도 하는데 소규모 학원들은 많이 열었다, 열지 않은 학원들도 개학에 맞춰서 연다고 들었다"고 했다.  
  
[데이터로 본 사회적 거리두기]
① "굶어죽으나 병들어죽으나..." 탑골공원 100m 줄 어쩌나 (http://omn.kr/1n1fe)
 
대치동 학원가가 몰려있는 은마아파트 사거리. 25일 오후 7시경. ⓒ 유지영
 
태그:#대치동학원, #코로나19, #서울생활인구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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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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