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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 머핀. 지리산 자락 섬진강변에서 재배한 우리밀을 빻은 밀가루에다 쑥부쟁이를 분말로 만들어 우유와 섞어 버무려 만든다. 이명엽 씨가 개발한 음식이다. ⓒ 이돈삼
 
"쑥부쟁이, 들국화하고 비슷하게 생겼어요. 꽃이 이쁘잖아요. 비타민C, 칼슘, 철분이 많이 들어있죠. 맛은 쌉싸름하면서도 담백해요. 나물로 무치면 부드럽고 상큼하고. 우리 몸 안의 나트륨을 배출해 준다고 합니다. 혈압을 낮추고 기침과 천식에 좋아요. <동의보감>에는 해열과 이뇨에, <본초강목>에는 항염과 해독에 좋다고 나와 있어요. 다이어트에도 좋아요. 건강나물입니다."
 

이명엽(69·전라남도 구례군 광의면 예술인마을)씨의 쑥부쟁이 예찬이다. 그는 지리산 자락으로 귀촌해 살며 쑥부쟁이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쑥부쟁이 전문가다. 구례로 오기 전까지는 미국과 영국에서 10년, 청주에서 31년을 살았다.
 
이씨가 지리산 자락에 지천인 쑥부쟁이로 개발한 요리가 30여 가지에 이른다. 쑥부쟁이를 이용한 머핀과 쿠키는 특허를 받았다. 쑥부쟁이 샐러드와 수프, 국수, 비빔밥도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쑥부쟁이로 만든 수수차, 분말, 두유라테도 있다. 쑥부쟁이를 가미한 한방비누와 자운고크림도 만들었다. 산수유와 쑥부쟁이를 활용한 다른 제품 4건도 특허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이뿐 아니다. 쑥부쟁이 요리책도 펴냈다. 구례군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았다. 쑥부쟁이 밥상과 꽃나물 밥상을 개발, 구례지역 6개 식당에 컨설팅도 했다. 쑥부쟁이 꽃처럼 환한 미소를 지닌 그가 최근 몇 년 동안 한 일이다.
 
쑥부쟁이 그림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이명엽 씨. 이 씨는 지리산에 지천인 쑥부쟁이와 우리밀을 이용해 머핀과 쿠키를 만들고 있다. ⓒ 이돈삼
 
이명엽 씨가 귀촌해 살고 있는 구례예술인마을 전경. 이 씨는 천연염색 작가로 예술인마을에 들어가 살고 있다. ⓒ 이돈삼
 
이씨가 어머니의 품 같은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온 건 우연이었다. 남편(김동환 전 청주대 교수)의 정년퇴직 이후 생활을 도시 근교나 농촌에서 하려고 마땅한 공간을 찾던 중이었다. 지인으로부터 구례에서 예술인마을을 조성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같이 가서 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천연염색 작가 자격으로 구례예술인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2011년 10월이었다. 쑥부쟁이를 만난 건 구례산나물연구회를 통해서였다. 구례군 누리집을 훑어보던 남편이 산나물연구회 얘기를 했다. 천연염색을 위한 다양한 재료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연스레 농업기술센터와 군청 관계자들도 만났다. 전공을 살려 농업기술센터와 군청 행사장의 장식과 음식 마련을 거들었다.
 
때마침 농업기술센터는 쑥부쟁이를 특화작물로 정하고, 쑥부쟁이 나물을 보급하고 있었다. 나물이 나지 않는 겨울에, 온실에서 키운 쑥부쟁이는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봄나물이 나올 때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판로가 문제였다. 가격도 내려갔다. 농가의 어려움이 컸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쑥부쟁이를 활용한 제품 개발을 제안해 왔다.
 
이명엽 씨가 쑥부쟁이 쿠키를 만들고 있다. 이 씨는 지리산 자락에 지천인 쑥부쟁이와 구례사람들이 재배한 우리밀을 이용해 쿠키와 머핀을 만들고 있다. ⓒ 이돈삼
 
굽기 전의 쑥부쟁이 머핀. 쑥부쟁이 머핀은 우리밀을 빻은 밀가루에다 쑥부쟁이를 분말로 만들어 우유와 섞어 버무려 만든다. ⓒ 이돈삼
 
"제품만 개발하면 농가소득을 높이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겠다 싶었죠. 구례에서 생산되는 우리 밀을 활용하면 더 좋고요. 머핀 개발에 나섰죠. 영양 만점의 간편 대용식으로요. 나물을 좋아하지 않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삼아도 좋겠고요. 커피나 차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콘셉트로 잡았죠."
 
이씨의 회고다.
 
시제품 생산 시설은 농업기술센터의 가공실을 이용했다. 문제는 수입 밀가루에 익숙해진 고객의 취향과 입맛을 우리 밀로 맞추는 것이었다. 제품 생산까지 기간이 꽤 걸렸다. 시행착오도 되풀이했다.
 
1년 반 만에 모습을 드러낸 시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서울, 부산, 광주 등 농어민 관련 행사나 박람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다 찾아다녔다. 제품의 우수성과 맛을 인정받았다. 대학교 연구소와 함께 쑥부쟁이의 기능성 물질도 확인했다.
 
세계농업기술상 기술 부문 우수상, 농업기술보급사업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6차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 농촌진흥청장상을 받았다.
 
"사실, 쉬면서 여유를 갖고 살려고 왔는데, 쑥부쟁이에 발목 잡혔습니다. 청주에 살 때도 음식점을 내라는 권유를 여러 번 받았는데, 뿌리쳤거든요. 그런데 여기 와서 머핀과 쿠키를 만들고 있네요. 나물도 무치고요. 제 팔자인가 봅니다.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하려고요. 제 목숨 걸고, 소비자가 흡족할 때까지. 제 성격이 그래요."
 
이씨의 각오다.
 
이명엽 씨가 컨설팅해 보급한 쑥부쟁이 밥상의 산나물들. 쑥부쟁이 등 여러 가지의 나물이 밥상에 오른다. 지리산 자락 구례에서 만날 수 있다. ⓒ 이돈삼
 
오븐에서 구워져 나온 쑥부쟁이 머핀. 이명엽 씨가 지리산 자락에 지천인 쑥부쟁이를 이용해 만드는 것으로 식사 대용 또는 간식용으로 좋다. ⓒ 이돈삼
 
이씨의 주 생산품은 쑥부쟁이 머핀과 쿠키다. 지리산 자락 섬진강변에서 재배한 우리 밀을 빻은 밀가루에다 쑥부쟁이를 분말로 만들어 우유와 섞어 버무린다. 물은 한 방울도 넣지 않는다. 달걀도 항생제를 쓰지 않는 것만 사용한다. 반죽에 들어가는 당근 등 야채도 지리산 자락에서 재배한 것을 쓴다. 가장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는다.
 
제품은 손으로 하나하나 빚는다. 굽는 과정을 빼고는 모두 수작업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머핀, 쿠키와는 다르다. 머핀은 달지 않으면서도 부드럽다. 쑥부쟁이 특유의 식감도 살아 있다. 쿠키는 바삭바삭 고소하고 맛있다. 한 번 맛을 본 고객들이 다시 찾고,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연락을 해온다. 쑥부쟁이 차와 떡, 국수, 나물, 장아찌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씨의 요리 솜씨는 이미 외국에서 인정받았다. 남편과 함께 미국 하와이, 루이지애나, 텍사스주에 살면서 공부를 했다. 케이크로 장식을 하는 대회에서 대상과 최우수상을 여러 번 받았다. 동양 음식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에게 한국과 중국, 일본의 음식 조리법을 가르쳤다. 루이지애나에서 발행한 요리책에 요리법이 실리기도 했다.
 
이명엽 씨가 쑥부쟁이와 우리밀로 만든 쑥부쟁이 쿠키. 고소하면서도 바삭바삭하다. 달지도 않아 간식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 이돈삼
 
쑥부쟁이와 함께 장식된 쑥부쟁이 머핀. 차, 커피 등과 곁들이면 더욱 맛이 좋다. 간단한 식사 대신 먹기에도 좋다. ⓒ 이돈삼
 
청주에 살 때는 요리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쳤다. 청주방송의 중학생 퀴즈 영어강사, 충북경찰청 영어 통역위원으로 활동했다. 외국어학원 원장, 원어민 강사의 국내 취업 회사인 '리쿠리팅'도 운영했다.
 
천연염색 작가로 활동한 것도 그때였다. 딸의 혼수를 천연염색 제품으로 준비했다. 천연염색 제품으로 개인전 '시집가는 날'도 열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초대 작가로도 참여했다.
 
"쑥부쟁이 머핀과 쿠키를 더 알려야죠. 최근 개발한 산수유 머핀과 쿠키, 찰보리 머핀도 잘 팔려서 주민소득을 올리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나이 칠십이 된 저도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거들면 더 낫겠지요? 인터넷이나 통신을 이용한 판매도 가능하고요."
 
그의 꿈은 쑥부쟁이와 산수유로 먹고사는 고장, 구례를 그리고 있다. 쑥부쟁이 머핀과 쿠키, 산수유 머핀과 쿠키가 산수유의 꽃말처럼 영원불멸의 구례 명품으로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다. 쑥부쟁이의 꽃말처럼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쑥부쟁이에 푹 빠져 사는 그의 바람이다.
 
이명엽 씨가 자신이 살아온 길과 쑥부쟁이를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지난 2월 12일 지리산 자락 구례에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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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