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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거의 계절입니다. 오마이뉴스는 21대 총선을 맞아 주목할만한 정치 신인을 조명합니다.[편집자말]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 최지은씨는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9호다. 민주당은 "최씨는 국제기구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대표적 국제 전문가이면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글로벌 경제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오마이뉴스>가 4일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 남소연

"평화의 밑바탕이 될 '남북경제통합'을 위해 일하고 싶다."

최지은 박사(39)는 더불어민주당의 9번째 인재로 영입되면서 정치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는 지난달 16일 영입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정치적 목표로 '남북경제통합'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체제를 통한 공동번영'이라는 대북 경제기조에서 한 발 더 나가 '경제적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북핵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조금은 무모해 보일 수 있는 목표다. 그러나 최 박사는 "북한경제를 개방경제로 전환하는 일에 함께하고 싶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1980년 부산 출생인 최 박사는 2003년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했지만 '국제기구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위해 다른 길을 선택했다. 2009년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국제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고 아프리카개발은행에 입사했다. 2013년에는 세계은행에 영입돼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일했으며, 2017년에는 옥스퍼드에서 국제개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민주당은 최 박사를 "전 세계 각 지역의 경제정책 자문 및 개발계획을 수립한 국제경제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최 박사는 4일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남북경제통합'에 대해 "통일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고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는 데에는 통일비용 문제가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괜히 통일을 해서 경제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 때문"이라며 "통일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오히려 이익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면 그런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다. 통일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면 정치적인 부분에서 정부가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또 한국의 낮은 노동생산성 문제를 지적하며 소위 '기득권'에 있는 윗분들의 '노동유연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위로 올라갈수록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라며 "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일을 해야 전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 박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북한이 개방경제로 나아갈 방안 찾아야"

- 10년 넘게 외국에서 생활했다. 한국인으로서, 또 여성으로서 어려움은 없었나.
"당연히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보다 자부심이 컸다. 한국은 개도국에 희망을 주는 나라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기적을 만들었다. 선진국에서도 한류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편견에 의한 차별은 항상 있었다. 나이 많은 백인 남성과 출장을 가면 내가 상사임에도 의례 그 남성이 상사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더라. 콘텐츠로 승부하려고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스스로 훈련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 민주당의 영입 제안을 받고 무엇을 가장 고민했나. 또 수락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
"정치인이 될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정치가 중요하지만 내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안이 왔을 때 '왜 내가 정치를 해야 하지?''지금 회사에서 더 성장하고 경험을 쌓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했다. 하지만 정치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네가 해 봐라' 했을 때 회피하고 도망치는 건 비겁하다고 느꼈다. 월급이 줄고, 미래가 불투명하고, 그래서 두려워 피한다면 나중에 시민으로서 정치를 비판할 자격이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 몇 번이나 안 한다고 하다가 고민 끝에 결정했다."
     
"IMF 때 아버지 회사 도산으로 어려웠을 때..." 울먹인 최지은 더불어민주당 아홉 번째 총선 영입인재로 발표된 국제경제전문가 최지은 박사가 1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입당하기로 결심한 배경을 설명하던 중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그는 IMF 외환위기 때 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때를 반추하면서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경험이 제가 열심히 사는 원동력이 됐다. 집안의 경제적 도움도 없이 '콩클리시'를 구사하는 토종으로 유학을 가 미국과 영국에서 학위를 받았고, 더 힘든 사람을 돌아보고 빈곤문제를 담당하는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 시대 어려운 청년들을 위한 정치를 고민하겠다고 다짐했다. ⓒ 남소연
     
- 영입발표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경제협력 단계를 넘어 '남북경제통합'을 말했다. 어떤 점에서 남북경제통합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나.
"경제적 통합이 먼저냐 정치적 통일이 먼저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논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북핵문제로 인한 국제제재 때문에 경제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긴 어렵다. 그런 면에서 정치적 해결이 먼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정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에는 경제적 요인의 영향도 있다. 통일에 관심이 줄고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는 데에는 통일비용 문제가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통일하지 않아도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했는데, 괜히 통일을 해서 경제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독일 통일에서 서독이 막대한 통일비용을 부담했다는 사실도 그런 불안을 자극한다. 만약 통일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오히려 이익 될 것이 확실히 보인다면 그런 여론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정치적인 부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통일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면 정치적인 부분에서 정부가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된다.

남북경제통합을 준비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치적 상황이 좋아지더라도 경제적으로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통일은 먼 이야기다. 통일을 하면 통화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무역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토지보상은 어떻게 할 것인지 준비해 놓아야 한다. 정치적으로 대화가 닫혀 있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비용보다 효과가 더 크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어떤 방법으로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세계은행에서 일하며 2015년에 지중해 북동부에 있는 사이프러스 공화국(키프로스)의 통일협상을 지원한 적이 있다. 사이프러스는 앞서서 2004년에 통일투표를 진행 했는데 당시 남사이프러스에서 75% 반대가 나와 무산된 적이 있다. 이유는 남북의 경제수준 차이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잘사는 남사이프러스는 통일로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이 있었다. 그러다 10년 정도가 지나 다시 통일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둘 사이 경제 격차가 줄었기 때문이다. 남사이프러스는 그리스의 재정위기로 경제가 어려워졌고, 터키와 교역을 하던 북사이프러스는 과거보다 경제상황이 나아졌다. 지금은 정치적 문제(터키군 철수 등)로 협상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제적 격차가 줄면서 통일 논의에 동력이 생긴 사례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북한 경제가 지금보다 발전한다면 그만큼 비용은 줄고 통일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아프리카개발은행에서 저소득 국가의 경제개발계획을 지원했고, 세계은행에서는 구소련 국가와 중앙아시아, 동유럽 국가 등 체제 전환을 이룬 국가의 경제정책을 지원했다. 또 중국과 베트남에서 경제 개혁개방 정책을 지원했다. 그런 경험에 비춰보면 지금 경제제재가 계속되고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북한이 개방경제로 나설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나 인도주의적 지원을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 통일비용을 줄여 남북경제통합을 이루는 것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더 많이 일해야 하는 이유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 최지은씨는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9호다. 민주당은 "최씨는 국제기구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대표적 국제 전문가이면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글로벌 경제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오마이뉴스>가 4일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 남소연
           
-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과 법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낮은 노동생산성을 '직면한 문제'로 꼽았다. 국제경제 전문가로서 진단한 결론인가?
"노동생산성은 국가경제를 파악하는 여러 지표 중 하나다. 지난해 한국은 경제성장률 2%를 기록했는데 대부분 국가재정 확대로 달성한 수치다. 2018년 OECD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 순위는 전체 36개국 가운데 28위였고, 특히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생산성 향상 없이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 아마 거의 모든 분들이 공감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지만 한국경제가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다고 봤다."

- 그러면서도 "노동생산성 문제를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어떤 문제인가?
"한국의 노동자들을 보면 대학 졸업자가 많고 서비스업종의 숙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업의 R&D(연구개발) 투자집중도(2019년 OECD 전체 2위) 역시 최고 수준이다. 그렇다면 노동생산성도 그 정도로 높아야 하는데 지표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일선 노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윗사람들의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위로 올라갈수록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아래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훨씬 뛰어난 노동자들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 하지만 위로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게 '기득권의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말한 이유다."

- 정의당은 이 문제를 사회 계층의 불평등 문제로 접근해 '최고임금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비슷한 맥락인가?
"아니다. 오히려 임금에 제한을 두는 건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성과가 좋다면 더 많은 임금을 받아도 된다. 문제는 소위 윗사람 '기득권층의 노동유연화'라고 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도 성과가 좋지 않으면 언제든지 잘릴 수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20대 국회의 법안통과률이 얼마나 되었나. 국회의원도 생산성 낮으면 주민 소환제 등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돈을 많이 받을수록, 사회적 지위가 올라갈수록,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높은 노동생산성을 보여야 한다. 어느 정도 지위에 올라서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리만 지키려는 소위 '철밥통' 문화가 사라져야 일자리 순환이 이뤄지고, '양질의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

- 그렇게 되면 윗사람들은 그동안 자신들도 어렵게, 죽어라 일해서 이 자리에 왔는데 또 많은 일을 하라는 건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세계은행에서 일하면서 한국에서 파견오신 분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대부분 국장급이었는데 이런 말을 하더라. 본인들은 과장일 때 일을 정말 많이 했고, 이제 국장이 돼서 좀 덜 해도 되는데, 여기(세계은행)에 오니까 전보다 더 많이 일해야 한다고. 그분들은 불만이겠지만 결국 그것이 한국 사회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핵심은 방법론일 것 같다. 재벌개혁, 공정거래, 규제완화, 벤처육성과 같은 경제구조 개혁 방안 중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기득권층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공정거래를 통한 공정경쟁, 규제완화를 통한 혁신성장이 동시에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관계에서 불공정으로 피해를 보는 문제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여기에는 보다 강력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획기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공익에 해를 끼치거나 인권과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는 최대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 산업 전반에 규제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 규제를 두지 않는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들, 꿈을 찾을 시간 보장 받아야 한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 최지은씨는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9호다. 민주당은 "최씨는 국제기구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대표적 국제 전문가이면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글로벌 경제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오마이뉴스>가 4일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 남소연
   
- 최근 청년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청년 문제는 일자리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꼭 필요한 정책이 있다면? 
"일자리정책이 핵심이지만 그걸 제외하고 꼭 필요한 게 있다면, 다양한 삶이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획일적인 삶을 지향하는 모습이 존재한다.  스무살에는 대학을 가고, 언제 졸업하고 취업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헌법에 나온 것도 아닌데 그게 아니면 실패한 것처럼 여기는 문화가 존재한다. 이걸 깨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것은 없으니 다르게 살아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꿈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내 이야기를 하자면 유럽으로 배낭여행 갔다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지인의 언니를 만나 국제기구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키웠다. 당장 취직을 위해 자격증을 따고, 토익을 공부하고 스펙을 쌓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찾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줘야 한다."

- 영입 기자회견에서 소외계층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사회가 발전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삼성에 입사해 맡은 업무가 접대장소에서 통역하는 일이었다. 외국에서 한국뉴스를 보는데 '포용적 성장' 관련 회의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사진에는 나이 많은 남성들만 있더라. 청년도 없고 여성도 없었다. 도대체 누굴 포용한다는 건지 모르겠더라.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창의성, 혁신이 필요하다. 여성, 청년, 장애인, 성소수자에게 차별적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면 결국 우물 안 개구리로 남게 될 수밖에 없다."

- 총선에는 비례대표로 출마할 건가.
"아직 정해진 건 없다. 그동안 해왔던 것과 정치는 분명 다르기 때문에 공부도 많이 하고, 내가 가진 문제의식을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하면서 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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