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사는이야기

포토뉴스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환하게 밝은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갑작스레 날씨도 따뜻해지고, 마음도 따뜻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창희

2020년이 밝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디에서 새해의 첫 태양을 맞이하셨는지요? 저는 올해, 조금 특별한 도전을 했습니다. 연말을 제주에서 보내기로 결정했거든요. 당연히 성산일출봉의 태양과 함께 2020년을 시작하겠다 결심했는데, 친구가 한 마디를 보탭니다.

"한라산 (야간에) 열어요. 일 년에 딱 한 번, 그날에만!"

와~ 놀라운 소식이었어요. 백록담은 당연히, 매일 12시까지 진달래밭 휴게소에 도착해야만 볼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야간개장이라니요! 놀이공원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그곳에서 보는 해맞이에 저는 이미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1월 1일 새벽 드디어 운해를 뚫고 올라오는 아름다운 2020년의 첫 해를 맞이하고야 말았습니다.

산행의 준비는 12월 31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한라산과 가까운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얼른 잘 준비를 합니다. 새벽에 떠나야 하는 산행이니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잠을 자야 했어요.

다행히 세 시간쯤 자고 일어난 후, 숙소에서 만난 산행 동지들과 함께 성판악 휴게소로 출발했습니다. 벌써부터 주차장은 만원이었고, 자치 경찰분들의 안내에 따라 갓길에 차를 세웠습니다. 새해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2020년의 일출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12월 31일 밤 12시, 즉 1월 1일 0시에요. 
 
그런데, 오늘 산행은 정말 백록담의 산신령이 보살피신 것만 같아요. 제주에 와 있는 동안 강풍주의보에 비까지 계속 내려서 날씨가 계속 좋지 않았거든요. 마침 31일 오후부터는 날도 개었고 바람도 조금씩 잦아들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게 되더라고요.

백록담까지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도 계속 통제 중이었데, 마침 이날 저녁에 모두 해제되었고요. 와~ 정말 산신령님께 감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진달래밭 휴게소에 가까워지며 하늘 가득 박혀 있는 반짝이는 별님들은, 오늘의 일출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했습니다.

요즘 좀처럼 별을 볼 수 없는 하늘인데, 이날의 산행 중에는 북반구의 별들이 몇 개인지 모두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어요! 요즘 들어 무척이나 어두워진 오리온자리의 베텔기우스도 이날은 근심 걱정 따위는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멋지게 반짝였답니다.
 
와, 우리는 구름 위에 올라와 있어요! 일출을 기다리던 풍경입니다. 멀리로 수평선을 가득 채운 것이 구름의 바다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우리가, 구름 위에 올라와 있는 거예요! ⓒ 이창희

도중에 진달래밭 휴게소에서 두 시간쯤 졸다가 다시 출발,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6시 30분. 조금씩 멀리 붉은 빛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며, 하늘을 가득 채웠던 별들은 어디론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하겠다는 듯, 붉은 빛은 수평선을 환하게 밝혔고 그제서야 그 빛의 경계를 차지하는 것이 제주의 바다가 아니라 '구름의 운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구름 위로 해가 뜬다'던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말이 이제서야 확인되는 풍경입니다. 1947미터의 한라산 정상에서만 가능한 풍경이지요.
 
와! 놀라운 순간입니다. 추위에 벌벌 떨고 있던 그 순간, 멀리로 운해를 뚫고 2020년의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창희

    
얼어붙은 백록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차가웠지만, 멀리로 고개를 내민 2020년의 첫 번째 태양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어요. 모두가 새해의 행복을 기원했고, 그 말을 거기의 모두에게 되돌리는 순간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제발 2020년 경자년 새해엔, 모두가 바라는 일들이 이뤄지는 날들이었으면 좋겠어요
 
태양이 비치기 시작하는 백록담입니다. 제발 새해에는 백록담의 신령님이 천지의 신령님이랑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인 물이 잔뜩 얼어버렸어요. ⓒ 이창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