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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을지로 일대의 풍경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최인기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풍경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최인기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풍경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최인기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풍경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최인기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풍경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최인기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풍경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최인기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풍경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최인기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풍경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최인기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풍경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최인기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풍경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최인기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풍경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풍경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최인기
     
​공사장 펜스가 둘러쳐진 공업지대에 어둠이 내린다. 하루의 일과를 마친 노동자들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평생을 일했다. 하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 반쯤 내려진 셔터문 사이로 체념 섞인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떤 이는 낡은 작업복과 공구상자를 챙기고 먼저 종종걸음으로 골목길을 나섰다.

지금 청계천·을지로 일대 공업지대는 깊은 자상을 입고 철거를 알리는 현수막 아래 신음하고 있다. 공사장 아래 깨진 유리와 타일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다. 뼈마디처럼 벽을 뚫고 나온 철근은 상처의 깊이를 짐작하게끔 한다.

한때 이 나라는 청계천·을지로 사람들을 근대화의 역군으로 추켜세웠다. ​세상은 이곳을 일컬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곳이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식의 찬사를 보냈다.

이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왔는지 청계천과 을지로 공업지대에 가보면 안다. 하루 세끼 '쇠 밥에 기름 국' 말아 가족을 부양하며 열심히 살아왔다. 정부 정책은 물론 누구의 지원 없이 스스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왔다. 각각 독립된 업종이 군락을 형성하여, 도심제조업 생태계를 이루며 기계 산업의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삶의 터전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평당 얼마라는 말이 돌았다. 개발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기가 무섭게 투박한 글씨의 간판들이 하나둘 내려지고 사람들은 하나둘 떠났다. 건물과 상가가 굴착기 앞에 속수무책 무너졌다. 오랜 세월 촘촘히 엮인 그물망처럼 삶의 공동체를 유지하던 공간이 하루 아침에 흔들렸다. 한 우물만 파면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도시의 신화'를 이루던 사람들도 함께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는 도시가 상품으로 전락하였고, 돈이 사람을 쫓아냈기 때문이다.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더 이상의 철거가 없을 거라는 시장의 약속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1월, 서울시가 청계천 을지로 재개발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지 11개월이나 흘렀다. 해가 저물어가는 데도 대안을 마련하겠다던 서울시는 기다려 달라는 말뿐, 대화 창구조차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

그 시간 개발은 멈추지 않고 밤낮으로 계속되었다. 건설사의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 광고가 내걸렸다. 일하는 도중에도 굴착기가 공장 담벼락을 할퀴고 지나갔다. 자고 일어나면 도로가 사라졌다. 재개발을 위한 토지수용과 퇴거 종용이 이어졌다.

대신 저녁이면 술판이 벌어졌다. 캄캄했던 골목에 군데군데 등불이 걸리고 식탁이 깔리면, 맥락 없이 흥겨운 음악이 흘러 나왔다. 불투명한 미래로 불안했던 곳이 불야성을 이루며 '힙스터'의 성지로 떠올랐다. 호기심 어린 눈초리와 낯선 것을 찾아 헤매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청계천은 인간의 멈출 줄 모르는 욕망과 돈이 결합해 분열로 치닫고 있다. ​한때 우리는 '개발'을 발전과 진보로 떠받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선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던 개발이 재앙으로 변질되지 않았던가?

낡은 작업복을 챙기고 떠날 채비를 하는 청계천·을지로 일대 노동자에게 더 이상 희망이란 없는 것일까? 우리가 꿈꾸는 도시는 어떤 도시여야 하는가? 청계천 을지로 주변의 개발은 우리에게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산업생태계를 보전하고 오래된 건물의 사연을 품어 안을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란 진정 불가능한 것일까? 무엇보다 어떤 공간이든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함부로 짓밟아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의식이 갈등으로 비칠지 몰라도 갈등의 끝은 미래를 위한 희망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다시 오래된 골목길을 보존하고 사람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시를 꿈꿔 본다.
 

덧붙이는 글 | 사진 찍은 최인기는... : 기록하는 빈민운동가이다. 빈민해방실천연대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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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의 이름으로 재개발 될 위기에 처한 청계천-을지로를 지키고자 작년 연말 결성된 예술가, 디자이너, 메이커, 연구자,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는 도시재생이란 이름의 재개발로부터 이 곳의 가치를 기록하고 알리고 지킬 수 있도록 상인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