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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영덕의 해산물이 모이는 새벽의 강구항.ⓒ 경북매일 자료사진
 
세월과 세태의 변화 속에 여행의 패턴도 바뀌고 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유명한 관광지로 우르르 몰려가 사진 한 장 찍고는, 또 다른 장소로 바삐 옮겨 다니는 천편일률적인 관광은 이제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가능하면 한 곳에 오래 머물며 꼼꼼하게 그 지역의 특색을 살피고, 남들은 잘 찾지 않는 '나만의 명소'를 발견하고자 하는 여행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더불어 신세대들은 새로운 걸 '보는 기쁨'과 함께 독특한 음식을 '먹는 즐거움'까지 포기하기 않으려 한다. 경북 영덕은 볼거리와 더불어 먹을거리 또한 풍부한 여행지다.

해 뜰 무렵 강구항에 나가보면 "바다는 인간의 식량창고"라는 말이 실감으로 다가온다. 새벽부터 항구에 모여든 어부와 상인들은 싱싱한 해산물 사이를 바삐 오가며 '살아간다는 것의 엄혹함'을 몸으로 보여준다.

청정한 바다에서 잡아온 대게와 물가자미, 청어와 멍게 등의 수산물은 물론이고 오염되지 않은 산과 들에서 자라는 송이버섯과 복숭아 등은 영덕이 '미식의 도시'로 발전할 수 있음을 구체화해 보여주고 있다.

'먹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싶은 관광객들을 위해 영덕군이 내세우는 식재료와 그것들을 이용해 이른바 '맛집'으로 자리매김한 식당을 소개한다.

'물가자미'와 '송이', 빼놓을 수 없는 영덕의 먹을거리
 
영덕의 바다가 키운 물가자미.ⓒ 경북매일 자료사진
 
영덕군은 6개 읍면이 64km의 바다와 접해 있다. 다소 비싸지만 그 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영덕대게를 비롯해 다양한 해산물이 1년 내내 풍부하다.

대게와 함께 전국의 미식가들을 불러들이는 영덕 축산항의 '효자 생선'은 물가자미(미주구리)다. 영덕 해역에서 잡히는 물가자미는 수심 200m 이내의 모래와 뻘에서 주로 산다. "몸의 길이가 20~40cm 정도인 물가자미는 양식이 되지 않은 100% 자연산"이라는 게 영덕 어부들의 설명.

영덕군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바다 목장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는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해산물 품질의 우수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이를 통해 '영덕의 수산물은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신뢰감을 얻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물가자미는 회, 찌개, 구이, 조림 등 다양한 형태로 조리하는 게 가능하다. 얼마 전부턴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뼈 채로 발효한 '물가자미 밥식해'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덕 주민들은 "물가자미를 생소하게 느꼈던 사람들도 한번만 먹어보면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 매료돼 물가자미 요리 마니아가 된다"며 웃었다. 다른 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격 경쟁력'도 갖춘 게 바로 물가자미다.

물가자미의 뼈에는 칼슘이 풍부해 수술 직후 환자의 기력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2010년 '한국의 8대 웰빙 해산물'에 선정된 물가자미는 골다공증 환자에게도 권할 만한 음식이다. 영덕군 축산항 인근에서 자란 물가자미는 타 지역에서 잡히는 것보다 갈색 무늬가 선명하고, 육질 또한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정한 환경에서 자라는 영덕 송이버섯.ⓒ 경북매일 자료사진
 
예로부터 왕의 밥상에 오르는 등 귀한 대접을 받았던 송이버섯은 숲에서 소나무 뿌리에 공생해 만들어진다. 지구 위에서 생산되는 송이의 95%가 한국, 일본, 중국에서 나온다.

송이는 강원도 인제, 삼척, 강릉 등지와 경북 영덕, 울진, 봉화 등에서 주로 자란다. 이중 영덕군의 송이 생산량은 30% 정도로 추정된다.

얼마 전부턴 북한과 중국에서 수입된 송이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지만, 씹히는 맛과 향에서는 국내산을 따르지 못한다는 것이 요리사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영덕군은 '송이 환경 개선사업'과 '솔잎 혹파리 방제사업', '소나무 재선충 예찰 강화' 등으로 영덕 송이의 명성 유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식물 생장에 적합한 토질이 영덕 송이버섯의 맛과 향기를 만들어낸다"고 영덕군청은 말한다.

단백질은 높고 칼로리는 낮은 영덕의 송이는 건강 식품인 동시에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송이버섯은 비타민 B가 풍부하고, 구아닐산이 다량 함유돼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며, 동맥경화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식재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입이 즐거운' 영덕 여행을 위해 노력하는 식당들
 
영덕의 별미 미주구리찌개.ⓒ 경북매일 자료사진
   
깔끔한 상차림의 옛날식 불고기.ⓒ 경북매일 자료사진
 
사람들의 입맛은 각기 다르다. 그렇기에 몇 군데를 선별해 "이곳이 맛집"이라 말하는 건 언제나 조심스럽다. 아래 소개하는 식당 외에도 영덕군에는 다양한 맛집이 존재한다. '맛집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각자의 취향과 기호에 따르는 것이다.

보리밥을 좋아한다면 '수석분식'에 들러도 좋을 것 같다. 제철 채소로 만든 나물과 보리밥을 내놓는다. 나물과 밥이 따로 제공돼 자기 입맛에 맞춰 스스로 비빔밥을 제조하는 재미가 있다.

'풍경시골'은 양기를 살려주는 음식으로 알려진 들깨칼국수를 낸다. 주재료가 모두 국내산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특식으로 먹던 불고기의 맛을 재현한 식당은 '이가네 옛날불고기'다. 한우를 사용하고, 함께 먹는 깻잎 장아찌도 맛있다.

다양한 생선초밥과 함께 한우불초밥을 맛볼 수 있는 '해동초밥'은 재료가 신선하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야성 숯불가든'은 무청과 재래식 된장이 하모니를 이루는 시래기정식이 인기다.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좋은 품질의 풋고추, 마늘, 멸치 등을 사용한다.

미주구리찌개를 맛보려면 '나비산 기사식당'에 가면 된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물가자미에 채소와 고추장 양념을 올려 끓인다.

'낙원 보쌈식당'에선 여러 가지 한약재를 더한 보쌈을 즐길 수 있다. 돼지고기의 기름기를 잘 제거한 담백한 맛이 방문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돌솥에 지은 따끈한 밥에 정갈한 반찬이 차려지는 '토박이 돌솥밥'은 마지막에 먹는 누룽지도 좋다. 아이들을 위한 메뉴도 준비하고 있다.

시원한 대구지리탕이 먹고 싶다면 '별미식당'을 찾으면 된다. 소박한 상차림이지만 손님을 위한 정성은 언제나 잊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 출신 청년이 운영하는 독특한 카페도

영덕군 강구면 금호리에 들어선 카페 '커피 앤 스프'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보통의 젊은이들은 꿈을 찾아 '도시'로 간다. 하지만, 이 카페의 운영자인 김수빈씨는 반대의 방법을 선택했다. 대도시 서울 출신임에도 자신의 꿈을 소도시 영덕에서 키워가고 있는 것.

김수빈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공부했고, 광고디자인 회사에 입사해 3년간 일했다. 야근이 잦았고 스케줄은 타이트했지만 즐겁게 일하려 애썼다. 하지만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퇴사한 김씨는 평소 동경해온 '조용하고 아늑한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영덕에 정착할 계획을 세웠다. 물론 이전에도 영덕 여행을 수차례 다녔다.
  
영덕의 특산물인 송이와 대게 등은 김수빈씨가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줬다. 좋은 식재료를 구하는 건 카페 운영의 기본이다.

서울에서의 회사 생활을 마무리한 뒤 본격적으로 커피 만들기와 요리를 공부한 김씨는 외국에선 버섯커피를 마신다는 것에 착안해 송이를 활용한 '번영커피(송이 크림라떼)'와 송이 스프, 송이 마들렌 등을 개발해냈다.

7년 동안 비어있던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지금의 카페를 만든 김씨는 직접 바닥공사를 하는 등 힘겨운 육체노동도 피하지 않았다고 한다.

"관광객과 주민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편안한 휴식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젊은 창업자의 꿈이 영덕의 바다 빛깔처럼 푸르게 커나갈 수 있을까.
 
영덕의 지역적 특성을 살린 메뉴인 송이 크림라떼와 송이 마들렌.ⓒ 경북매일 자료사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 게재된 것을 일부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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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등의 저자. 경북매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