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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명운을 건 통영의 소중한 보물은 섬이다. 570여 개의 섬 중 유인도는 41개, 무인도는 529개로, 통영의 호위무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부터 지정된 제1회 섬의 날(8월 8일)을 맞아 통영 섬 중 유인도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 기자말

일명 '물섬'으로 불리는 수도(水島)는 통영 섬이지만 거제 성포와 더 가깝다. 수도와 약 3.5㎞ 떨어진 거제 성포항에서 하루 3번 운행하는 배를 탔다.
 
섬의 동쪽으로 가조도, 북쪽으로는 어의도가 있다. 조그마한 방파제엔 허름한 부잔교가 걸쳐져 있다. 배 위에서 바라본 마을은 깔끔한 느낌이다. 방파제를 중심으로 형성된 호안은 돌을 쌓은 후 시멘트로 임도를 만들었다. 시간의 더께가 내려앉은 마을에는 정적이 흐른다. 개짓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수도는 모두 세 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본 마을인 '귀목지' 마을을 비롯해 동부의 '새바지' 마을, 그리고 서부의 '갈바지' 마을이다. '귀목지'는 오래된 큰 귀목나무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나머지는 바람의 방향인 샛바람(동풍), 갈바람(서풍)에서 유래했다.
 
수도의 갈바지 마을 수도는 모두 세 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서부의 ‘갈바지’ 마을이다. 갈바람(서풍)이 분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 최정선
   
수도의 번영과 쇠퇴
 
귀목지 마을 쉼터로 갔다. 운동 시설과 함께 두 개의 우물이 있다. 커다란 팽나무 아래 나란히 앉은 우물이다. 현재 진주 남강댐 물을 해저터널로 공급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물을 사용한다. 두레박이 걸쳐진 물을 봤다. 물빛이 뿌옇게 보여서 마시기엔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섬의 정상엔 큰 웅덩이가 있다고 한다. 그 물은 심한 가뭄에도 끄떡없다. 일명 마르지 않는 샘이다.
  
수도의 귀목지 마을 물섬으로 통하는 수도의 가장 큰 마을이다. ⓒ 최정선
 
두 개의 방파제 중 북방파제 방향에 수도발전소가 있다. 북쪽 해안길 끝, 오르막을 올랐다. 제법 경사가 가파르다. 바다와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마을회관이 자리 잡았다. 그 뒤로 수도발전소가 있다. 주민들은 발전소가 생기면 인구가 늘 거라고 기대했지만, 2006년 9월 준공 이후에도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진 않았다고 한다. 
 
발전소 앞에 있는 2층짜리 마을회관 건물이 깨끗하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발급한 '자율관리어업' 표지판이 부착돼 있다. 과연 어르신들이 젊은이도 걷기 힘든 언덕을 따라 마을회관까지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파제로 갔다. 앞바다엔 모두 네 개의 펜션이 있다. 뜬부두 위에 가건물을 올린 원형 펜션이다. 꼭 알래스카의 이글루 같다. 수상 펜션 겸 해상 낚시터다. 돔 형식으로 된 이곳은 방과 함께 화장실도 갖추고 있다. 물론 전기는 발전소를 통해 공급받는다.
 
수도의 마르지 않는 우물
    
수도 새바지 언덕의 유자밭 유자나무가 숲을 이루고 가조도가 보인다. ⓒ 최정선
   
다시 쉼터로 돌아왔다. 마을 위쪽 수도교회의 옆 계단을 따라 새바지(동부) 마을로 향했다. 이끼 낀 산길을 타고 계속 걷자 커다란 물탱크가 나왔다. 곧이어 대숲이 나타났다. 아주 오래된 옛길이다. 경사진 언덕 아래로 유자나무가 숲을 이뤘다. 새바지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거제 가조도가 눈 앞에 펼쳐진다. 남쪽의 선착장 쪽에는 한 가구가 살고 있다. 그곳 주인장은 1948년생 백기순 어르신이다. 과거엔 그래도 대여섯 가구가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3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로 혼자 마을을 지키고 있다는 백기순 어르신의 안내를 따라 우물로 향했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철철 넘치는 물섬의 우물이다. '먹는 물'이란 안내문이 있다. 족히 100년은 된 듯한 우물이다. 과거 모래 사이로 맑은 물이 샘솟아 도랑으로 물이 흘러넘쳤단다. 그는 "밤엔 가끔씩 발만 있는 도깨비가 나타나 오금을 저리게 하곤 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전했다.
 
수도 새바지(동부) 마을의 우물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철철 넘치는 물섬의 우물이다. ⓒ 최정선

이 섬은 옛날부터 마을마다 우물이 많아 물이 넉넉했다. 그래서 별명도 물섬이다. 섬의 7부 능선까지는 어딜 파도 물이 솟는다. 아무리 가물어도 수도는 물이 마르는 법이 없어 늘 걱정이 없었다. 섬사람들은 자기 사는 곳을 '딴 세상'이라 부르곤 했다. 우물의 물은 여름엔 차고 겨울엔 따뜻했다. 고마운 존재였다. 그 넉넉한 물 덕분에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40가구에 10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살았다.
 
이곳도 여느 섬과 마찬가지로 예전엔 학교가 있었다. 원평초등학교 수도분교다. 섬사람이 급격히 줄며 1995년경 폐교했다. 아이들이 뛰놀던 학교는 대나무가 점령해 어두컴컴한 숲을 이뤘다. 학교로 가는 시멘트 담길만 드러나 있다. 덩그러니 남은 교문 앞 기둥과 녹슨 놀이기구로 이곳이 학교였음을 짐작할 뿐이다. 
 
오래 전에 폐교된 학교를 나왔다. 언덕을 따라 재를 넘으니 갈바지(서부)다. 먼저 탐방을 다녀온 분들은 풀숲에 가려 고갯길을 찾을 수가 없다고 했었다. 우리가 간 날은 풀숲이 정리돼 온전한 산길을 따라 갈바지 마을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섬 사람들은 귀목지에서 갈바지를 잇는 육로보단 배를 이용해 오간다고 한다.
 
수도는 가까운 어의도와 마찬가지로 한때 피조개 채묘사업 덕에 돈이 흘러넘쳤다. 유자망으로 봄엔 도다리, 겨울엔 대구와 딱새우를 꽤 잡았다. 섬에서는 농사를 짓기 힘든데 수도에선 벼와 보리농사를 지었다. 유자 농사도 꽤 크게 했다. 하지만 가스공사,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어획고가 크게 줄었고, 그동안 누리던 영화는 뒤안길로 접어들었다.
 
수도 북쪽엔 작은 섬이 딸려 있다. 섬의 형상이 쳉이(키의 방언)처럼 길게 생겨 '쳉이섬'이라 한다. 한자로는 초아도(草芽島)로 불린다. 물이 빠지면 수도와 한 몸이 될 것 같은 거리에 있다. 이 작은 섬엔 거의 파손된 창고 한 채만 덩그러니 있다. 청명한 하늘과 맑은 바다가 하나가 되고, 그 사이로 하얀 뱃길이 열린다.
 
수도에 딸린 무인도, 초아도 섬의 형상이 쳉이(키의 방언)처럼 길게 생겨 ‘쳉이섬’ 이라 한다. 한자로는 초아도로 불린다. ⓒ 최정선
 
* 가는 법
- 성포 선착장: 경상남도 거제시 사등면 성포로 3길(7:40, 13:30, 16:00 하루 3회 운행)
 
* 문의
- 어의호 선장(010-4808-7406)
- 용남면사무소(055-650-3520)

* 추천 코스
수도선착장→수도발전소→ 귀목지 마을회관→ 쉼터→ 수도교회 → 새바지(동부)마을 → 폐교(수도분교) →갈바지(서부) 마을→ 선착장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내일도 통영섬> 저자입니다. 이 기사는 책에도 일부 실렸습니다.

태그:#통영, #통영섬, #여행, #수도, #내일도통영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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