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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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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해고승무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면담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거래'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과 판결 원상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가만두어선 안 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에서 벌어진 '사법 농단' 피해자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사법부를 '최후의 보루'로 여겼다는 점에서,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판결 이후 동료가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다.

초여름 더위가 시작된 30일 오후 1시께 서울 서초동 대법원 동문 앞에는 각양각색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짙은 남색의 '금속노조' 조끼를 입은 조합원과 검은색 정장을 입은 중년 여성, 한쪽 어깨에 가방을 멘 청년까지 50여 명이었다.

내리 쬐는 햇볕 아래에서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공동고발 입장발표"라고 쓴 녹색 현수막을 펼쳤다. 맨 하단에 열거해 놓은 주최 단체는 '키코공동대책위원회' 포함 13개나 됐다. 지난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특조단)이 발표한 조사보고서에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정부와의 '협상 카드'로 내세운 재판 관련자들이다.

이틀째 대법원 찾은 해고 승무원들... "양승태 처벌하라"
KTX해고승무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면담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무산 스님 영결식 참석한 양승태 30일 강원 속초시 설악산 신흥사에서 열린 설악 무산 대종사의 영결식에 참석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헌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해고 승무원인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오늘로서 4474일째 투쟁하고 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서울 서부역 천막농성장에서 한뎃잠을 자는 등 13년째 고통받고 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아직 조사조차 받지 않고 있다"라며 "이 문제를 만든 모든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KTX 해고 승무원들은 전날 사법농단의 피해자로서 가장 먼저 대법원에 찾아와 항의했다. 항소심까지 승소했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대법원에서 뒤집어졌고, 이후 한 해고 노동자가 생활고 등으로 목숨을 끊었다.

한 사람의 생명까지 좌우한 판결이지만, '양승태 대법원'은 내부보고서에 이를 청와대와의 '협상카드'로 기재했다. 전날 해고승무원들이 헌정 사상 최초로 대법정을 기습 점거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김 지부장은 "내 친구를 살려내라"라며 울먹였다.

10년째 복직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역시 '양승태 대법원'에서 소송 결과가 뒤바뀐 당사자다. 이 자리에서 "하루하루가 정말 절박하다"라고 토로한 그는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조사보고서를 보고 정말 기가 찼다"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 포함,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된 154명은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고등법원까지 승리했지만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히고 말았다.

김 지부장은 "대법원이 최선의 판결을 최악의 판결로 되돌려줬다"라면서 "그 판결 이후 4명의 동료를 떠나보냈다"라고 토로했다.

12년째 복직투쟁 중인 이인근 콜트콜텍지회장 역시 "사법부가 노동자의 아픔에 함께하기 보다는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라면서 "그것이 권력과 거래 속에 이뤄졌다는 사실이 더욱 분노스럽다"라고 일갈했다. 강석현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중소기업 죽이기 판결로 사업주는 죽거나, 병에 걸리거나, 경제사범이 되었다"라고 분노했다.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법원 사법농단 피해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고발하며 구속과 강제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거래'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과 판결 원상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오후 1시 정각에 시작한 기자회견은 피해자들의 발언이 잇따르면서 40분을 훌쩍 넘겼다. 황당한 심경을 모두 털어놓기에 허락된 시간은 몹시 부족했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친누나 이경진씨는 "무슨 말을 먼저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손에 든 흰색 피켓은 부들부들 떨렸다. 이씨는 "청와대와 사법부가 재판을 두고 물밑 거래한 정황이 분명한데도 (이 전 의원이) 아직 갇혀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며 "이 나라가 법치주의 국가가 맞느냐"라고 되물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내란음모죄는 최종 무죄로 결정됐지만, 내란선동 등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서 5년째 수감중이다. 이 사건 역시 '양승태 대법원' 내부 보고서에 "청와대 국정운영 협조사례"로 기재돼 있다.

이사랑 진실의힘 간사는 사법부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라고 외쳤다. '양승태 대법원'이 조작간첩 등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회피하는 판결을 내린 것을 성토한 것이다. 이런 판결들은 역시나 '협조사례'로 기재됐다.

이 간사는 "손해배상은 국가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아주 최소한의 사죄"라면서 "이런 판결은 진실규명을 위한 피해자들의 노력과 삶에 대한 쿠데타"라고 강조했다.

사법농단 피해자들은 오는 6월 5일에 양 전 원장과 사건 관련자 전부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동시에 특조단이 공개하지 않고 봉인한 사법행정권 남용 보고서들을 전부 공개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금의 위태로운 사법부가 바로설 때까지 끈질기게 노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대법원 민원실에는 김명수 현 대법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면담요청서가 하나둘 쌓였다. 잇따른 기자회견으로 경찰병력이 배치된 대법원 문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족문제연구소, 긴급조치피해자모임 등이 준비해온 면담요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대기했다.
KTX 해고 승무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전국철도노조 KTX열차 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 정미정 총무,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 철도노조 양한웅 수석부위원장,이한일기획총괄심의관, 김환수 비서실장. ⓒ 이희훈
KTX 해고 승무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한편, 전날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했던 KTX 해고 승무원들은 이날 오후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해고 승무원들은 자신들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직권재심'을 요청하며 "대법원의 잘못된 판결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다. 대법원 스스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김 비서실장은 "대법원이 여러 각도로 의견을 청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늦지 않는 시간 내에 관련 내용을 발표하겠다"라며 "모든 의견을 대법원장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겠다. KTX 해고 승무원들의 아픔을 이해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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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이희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