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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포토뉴스

대통령 탄핵으로 예정보다 일찍 치러진 대선이 불과 7개월 전이라는 게 믿겨지시나요?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고 적폐 청산 작업이 곳곳에서 일어난 올 한해는 유독 큰 사건이 많았습니다.

우리 사회 사건이 최종적으로 당도하는 곳, 검찰은 특히 더 분주했습니다. 지난 권력의 핵심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서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독특(?)했던 장면들을 뒷이야기와 함께 풀어봤습니다.

① 최순실 돌변에 기자들 "와, 대박" 
항변하는 최순실 "자백 강요하고 있다"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씨가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며 취재기자들을 향해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공동 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 유성호
박영수특별검사팀의 소환 통보에 한 달 동안 버티다 지난 1월 25일 결국 강제 구인된 '비선실세' 최순실씨. 지난해 10월 첫 검찰 소환 당시 "죽을죄를 지었다"며 울먹이는 모습은 이날 볼 수 없었습니다. 상아색 수의를 입고 법무부 호송 차량에서 내린 그는 좌우를 한번 살피더니 돌변했습니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겁니다.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자백을 강요하고 있어요!"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버티며 "억울하다"고 소리친 최씨는 결국 교도관들에 떠밀려 조사실로 올라갔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청소노동자가 "염병하네"라고 응수하기도 했죠. 불과 한 달 전 고개를 푹 숙이고 특검 조사실로 향하던 모습에서 돌변한 겁니다. 상황 종료 직후 기자들 사이에선 "와, 대박"이라는 말이 저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최씨는 법정에서도 종종 돌변합니다. 쉬는 시간 "못 참겠어. 빨리 사형시키란 말이에요"라고 통곡하는가 하면, 검사를 향해서는 "나에게 뒤집어씌우지 말라"고 목청을 높이기도 합니다. 25년형을 구형받은 날에는 피고인 대기실에서 "끄아아악"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②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우병우의 "고맙습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검찰 포토라인을 이야기 하자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첫 소환 때 질문하는 여성 기자를 노려봐 논란을 부른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이후 세 번 더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회(?)가 거듭될수록 태도는 조금씩 유순해졌습니다. 네 번째 포토라인에 서던 날에는 취재진 질문에 답을 마치고 옅은 미소와 함께 "고맙습니다. 들어갈게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뜬금없는 감사 인사였지만 '우병우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그로부터 보름 후, 세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그는 다시 한번 레이저 눈빛을 발사했습니다. 법원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밀려든 취재진에 떠밀려 그만 유리문에 부딪히고 만 겁니다. 큰소리로 "으아악" 비명을 지른 우 전 수석은 한동안 취재진을 노려봤습니다. 다음 날 새벽 그는 구속 영장 발부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③ 포켓몬고? 추선희고!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지난 10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관제데모'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늦더위가 차츰 물러가던 지난 9월 2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선 느닷없는 '술래잡기'가 펼쳐졌습니다. 'MB 국정원' 지시를 받고 관제데모를 벌였다는 의혹의 주인공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 때문이었습니다.

추 사무총장의 출석 예정 시간인 오후 4시가 다가오자 청사 앞에는 하나둘 출입기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예정 시각에서 20분이 지나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곧 "당초 4시에 출석하기로 했으나 5시쯤 출석하겠다고 전해왔다"는 기자단 공지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5시 정각이 되어서도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지루한 기다림이 한 시간 이상 이어졌고, 다시 "추선희씨가 출석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는 두 번째 공지 문자가 왔습니다. 모두가 허탈해하며 자리를 뜬 이후 '추선희씨가 어딘가 숨어서 기자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몇몇 기자들은 그를 찾아 검찰 청사 앞 화단과 계단, 출입구를 샅샅이 훑었습니다. '오기'로 정문 밖 편의점까지 살펴본 기자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인기를 끈 게임 '포켓몬고'를 연상시키는 작업이었습니다.

추 사무총장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 관제데모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됐을 때도 기자들을 따돌린 전력이 있습니다. 소환 예정 시각보다 30분 일찍, 다른 출구로 들어오는 방법이었습니다. 당황한 기자들이 급히 따라붙었지만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답답한 기자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에게 "부정이든 긍정이든 한마디만 해달라"라고 했고, "청와대 지시받은 적 없어요"라는 답을 겨우 들었습니다. 그제야 기자들은 "아휴, 가자"라며 흩어졌습니다.

④ "한 말씀 할 테니까 밀지 마" 당당한 남재준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지난 11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면서 취재진들을 뿌리치며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2017.11.08 ⓒ 최윤석
국정원 특수활동비 40여억 원을 청와대에 상납해 역대 국정원장 3명에게 동시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죠. 그중에서 첫 번째로 포토라인에 선 사람은 박근혜 정부 초대 국정원장, 남재준 전 원장이었습니다.

지난 11월 8일, "40년 군인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는 그는 포토라인에서도 양손은 가볍게 주먹을 쥐고 어깨를 활짝 편 특유의 걸음걸이로 걸어왔습니다. 누구보다 당당한 모습의 남 전 원장은 취재진이 혐의에 대해 캐묻자 불편한 심기를 마구 표출했습니다.

"국정원 돈을 왜 청와대에 상납했습니까"라는 묻자 "쓸데없는 소리"라고 답하더니, 앞에 있는 마이크를 손으로 훼훼 뿌리치고 돌진했습니다. 취재진이 따라붙어 "한 말씀만 하고 들어가시라"고 설득하자 그제서야 "한 말씀 할 테니까 밀지 마"라며 포토라인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어렵게 입을 열었지만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없었습니다. 대신 아침 조회 때나 들어본 '훈화말씀' 같은 어조로 "국정원 직원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취재진을 거칠게 밀치며 조사실로 향했습니다.

⑤ '레이저 꿈나무' 신연희 강남구청장
"마이크 치우세요" 지난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지난 6월 21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들의 마이크를 뿌리치며 청사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최윤석
검찰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들은 보통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는 뻔한 말 정도는 남기고 떠납니다. 대선을 앞두고 수백 명이 모인 카톡방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방한 글을 올린 혐의로 지난 6월 21일 검찰에 소환된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좀 달랐습니다.

출석 예정 시각보다 약 20분 앞서 검찰 청사 앞에 도착한 그는 입을 꾹 다물고 포토라인까지 걸어왔습니다. 취재진 앞에서 잠시 멈췄지만 질문에는 일절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질문이 이어지자 손으로 마이크를 뿌리치고 청사 안으로 들어 가버렸습니다. 취재진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갔지만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한 기자가 답답하다는 듯 "나는 당당하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라고 묻자 신 구청장은 기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었습니다.

최근 검찰은 "여론을 왜곡해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했다"라며 신 구청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재판부의 선고는 내년 1월 10일에 내려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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