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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센트럴자이 견본주택관 모습. 당시 분양가가 저렴하다며 청약자들이 몰렸다. ⓒ GS건설
8.2 부동산 대책의 여파가 한창일 때인 9월, GS건설은 서울 강남에서 '청약 대박'을 쳤다. 분양한 서초구 신반포 센트럴자이 청약에 모두 1만6472명(평균 경쟁률 160.08대 1)이 몰린 것. 너도나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몰리며, 이 아파트는 4일 만에 모두 팔렸다.

싸늘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이 단지가 주목 받았던 이유는 '착한 분양가(?)'였다. 신반포센트럴자이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250만원, 84㎡형이 14억~15억 수준이다. 다른 지역에선 입이 떡 벌어질만한 가격이지만, '강남'치고는 오히려 저렴했다는 평이다.

'3.3㎡당 4000만원(84㎡형을 기준 12억~13억원)'은 기준금리처럼 굳어진 강남 아파트 분양가의 '공식'이다. 이제 3.3㎡당 5000만원도 멀지 않았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강남 분양가 상승은 '시세 상승'에 따른 것으로 생각하지만, '본질'은 아니다.

분양가 거품의 핵심은 아파트 '건축비'에 있다. 

아파트 분양 전단에 나온 분양가는 토지비(대지비)와 건축비로 나뉜다. 토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금액이 분양가다. 아파트를 짓는데 들이는 비용이 건축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틀렸다. 건축비는 건물에 대한 미래 가치다.

분양가에 나온 건축비 가격이 3억이라면 앞으로 아파트 건물 값이 그 정도 될 거라는 예측 가격이다. 공사비 3억원이 든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파트의 건축비는 건물의 미래가치를 산정한 것으로 공사비의 개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건축비 책정은 그럴싸한 절차를 거친다. 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사나 재건축 조합은 감정평가업체를 정해 건물의 미래 가치를 평가하게끔 한다. 감정 평가에서는 건물 공사비는 물론 주변 시세도 반영한다.

실제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감정평가기준을 보면, 감정평가는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장가치를 반영한다는 것은 가장 잘 팔릴 가격대에 물건 값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시장에서 거래만 잘 되면 가격을 높여도 상관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시장 상승기에는 자연스럽게 아파트 건축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감정평가사는 당연히 현재의 부동산 상승률을 감안해 물건 가치를 판단할 테니 말이다. 이를 막았던 장치가 분양가상한제였다.

분양가상한제란 기본형건축비를 기준으로 상한선을 정해, 아파트 분양가가 그 이상을 넘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5년 경기활성화를 목적으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분양가상한제 유명무실화되면서 강남 아파트 건축비 '날개'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10% 이상인 경우 등 지정 요건을 무척 까다롭게 한 것. 그러면서 재건축 아파트 건축비는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었다. 

특히 서울 강남에서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 건축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5년 이후 강남에서 분양한 단지들은 대부분 3.3㎡당 건축비만 1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웬만한 지방 아파트값과 맞먹는 수준이다.

경실련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분양가 논란으로 분양 일정에 차질을 빚었던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는 3.3㎡당 건축비가 1210만원에 달했다. 앞서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도 건축비는 3.3㎡당 1122만원이었다.

올해 분양한 단지는 더 올랐다. 최근 '로또분양'으로 화제를 모았던 GS건설의 신반포센트럴자이(반포6차)는 3.3㎡당 건축비가 1541만원이었다. 래미안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건축비도 3.3㎡당 1388만원이었다. 해를 넘길 때마다 건축비는 거품처럼 불어나고 있다.

서울 강남이니까 건물 가치도 그 정도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강남도 분양가상한제 고삐가 풀리지 전까지는 얌전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던 2013년 분양했던 래미안 대치팰리스는 3.3㎡당 건축비가 634만원이었다.

강남 분양 아파트 건축비 상승률, 강남 아파트 매매가 웃돌아

신반포센트럴자이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나온 분양가, 빨간색 선 안이 건축비인데 최대 7억원이 넘는다. ⓒ 신상호
2017년 분양한 신반포센트럴자이의 건축비(평당 1541만원)와 비교하면, 건축비는 4년동안 143%, 매년 35%씩 상승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같은 기간 강남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을 3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2013년 -1.56%로 하락했다가 2014년 4.61%, 2015년 7.39%로 10%대를 넘지 못했다. 가장 시장 상황이 좋았던  2016년에도 매매가 상승률이 10.96%였다. 매매가 상승률이 연 10% 안팎이지만, '시장가치'를 반영한다는 아파트 건축비는 매년 30% 이상 오르는 기이한 흐름이다. 

실제 아파트 공사비를 보면, 미래가치를 반영했다는 '건축비'는 더 뻥튀기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신반포센트럴자이의 경우, 건축비는 건설사가 책정한 공사비의 2배 수준이다.

서초구청에 게시된 신반포센트럴자이 감리자 모집 공고문에 따르면 공사비(건축, 전기, 통신 등)는 1862억9713만5천원, 아파트 설계 등 간접비는 1402억7040만원이다. 이 아파트(연면적, 14만2572.55㎡)를 짓는데 들이는 시공비(공사비+간접비)는 전부 3362억5779만원이다.

이를 평 단가(3.3㎡)로 환산하면, 778만3059원이다. 앞서 신반포센트럴자이 분양가에 포함된 건축비는 3.3㎡당 1541만원이라고 했다. 건축비 가운데 순수 공사비(778만3059원)를 뺀 나머지 763만원이 '미래가치' 명목으로 뻥튀기된 셈이다.

"30년 뒤 부술 건물, 뭐가 그리 비싼가. 건설사들이 맘대로 속이는 것"

건축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사업 시행자인 조합이 결정하고, 시공사인 우리는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조합이 건축비 산정을 감정평가사에 의뢰해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건축비가 어떻게 책정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처럼 건설사도 잘 모른다는 건축비 책정을 두고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예술작품도 아니고 오래되면 허물 건물의 값을 지나치게 높게 매긴다는 것이다.

김헌동 전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아파트를 예술품처럼 만든다면 모르겠지만, 어차피 30년 뒤에 또 부술 건물인데 값이 왜 그렇게 높은가"면서 "미래 가치라는 명목으로 업자들이 소비자를 마음껏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본부장은 "건축비의 원가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으니, 건설사들이 맘대로 건축비를 늘렸다 줄였다 한다"면서 "건설사들이 숨기지 못하도록 건설원가를 항목별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분양가상한제도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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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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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