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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만년설 덮히 산을 배경으로 결혼식이 진행됐다 ⓒ 조수희
아이슬란드 뮤지션 시규어 로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궁금했다. 어떻게 몽환적인 느낌, 쓸쓸함, 아름다움을 노래 한 곡에 담을 수 있는 걸까.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요정들이 만든 음악 같다. 시규어 로스가 나고 자란 땅은 도대체 어떤 모습이길래, 이런 음악이 탄생한 걸까. 아이슬란드의 풍경이 무척 궁금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관광상품 하나당 보통 10~20만 원, 관광지를 연결하는 버스표는 한 구간 당 10만 원을 육박한다. 4인용 경차를 대여하면 하루에 15만 원 정도가 든다. 당연히 대부분의 여행자는 여럿이서 차를 대여해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도는 1번 국도 '링 로드'를 따라 전국 일주를 한다. 나는 운전을 하지 못해 카우치 서핑을 통해 링로드 일주가 아니라 아이슬란드 남부지역만 가는 스위스, 캐나다, 일본 여행자와 함께 4박 5일을 여행했다. 두고두고 후회한 결정이었다. 아이슬란드가 이토록 아름다울 줄 알았다면, 어떻게든 링로드 일주를 했을 텐데.

아이슬란드 여행 첫날,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 있는 등대에 갔다. 등대 앞바다도 좋았지만, 등대까지 가는 길에 펼쳐진 이끼 들판은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검은 현무암을 덮은 이끼는 한국에서 보던 밝은 초록빛이 아니었다. 빛바랜 초록, 아니 회색에 좀 더 가까웠다. 검푸른 대서양 바다, 회색빛 이끼, 검은 현무암이 섞여 수묵화 같은 모습을 만들었다. 해 질 무렵의 구름 낀 하늘에서는 구름 사이로 강렬한 햇빛이 쏟아졌다. 사진 찍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쓸쓸하고 황량한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정말, 나 아이슬란드에 왔구나.'
아이슬란드 게이사르 게이사르 분출장면 ⓒ 조수희
여행 둘째 날에도, 셋째 날에도, 마지막 날에도 아이슬란드는 매일 새로운 풍경을 보여줬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찾는다는 게이사르, 한국말로는 간헐천이다. 게이사르는 화산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형으로 100℃에 이르는 뜨거운 물, 증기, 가스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분출한다. 진흙 구덩이에서 공기 방울이 연기를 내며 부글부글 끓다가 갑자기 10m 높이의 물기둥이 되어 대지를 뚫고 솟아오르는 장관이라니. 지구에 어떻게 이런 곳이 존재하는 걸까.

아이슬란드 곳곳에는 작은 간헐천, 온천들이 많았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데도, 고속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이끼 긴 들판 곳곳에서 유황 냄새가 짙게 밴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지구가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뀌는 듯 했다.

아이슬란드의 유명 관광지 중에는 굴포스, 스코가포스, 하이포스 등의 폭포가 많다. 빙하에서 녹은 물이 강을 타고 흐르다가 쏟아져 내리는 덕에 강수량에 관계없이 수량이 풍부하다. 굴포스는 3단 계단형으로 굽이쳐 흐르다가 13층 높이의 건물 높이 정도인 32m 깊이의 협곡으로 직하했다. 폭 20m의 이 폭포는 늘 수량이 풍성해서 한때 사람들이 수력발전 시설로 사용할까 고민도 했었다고 한다.   
아이슬란드 스코가폭포 ⓒ 조수희
높이 60m 스코가포스는 폭포 앞 무지개로 유명하다. 내가 간 날에도 폭포에서 튀긴 물보라에 무지개가 걸려있었다.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요정이 사는 무지개 걸린 전형적이고, 비현실적인 폭포였다. 폭포 옆에 난 돌계단을 따라 오르니 너른 들판과 강이 펼쳐졌다. 들판은 완만하게 높아졌는데, 마치 제주도의 오름을 떠오르게 하는 지형이었다. 다만, 오름보다 높고 넓었다. 들판 왼쪽에는 강이 흐르고, 반대편에는 빙하가 펼쳐졌다. 앞쪽에는 광활한 이끼 들판이 끝없이 놓여 있었다. 낡은 표현이지만 아름답다, 장관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풍경이었다.

검은 자갈 해변과 주상절리로 유명한 레이니스파아라에도 갔다. 사실 주상절리나 검은 자갈 해변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경치여서 기대하지 않았다. 막상 해변에 도착하니 주상절리 위 둥지를 튼 아이슬란드의 새 '퍼핀' 군락이 눈에 들어왔다. 영국 북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등 극지방에서만 사는 이 새는 아이슬란드의 상징이다. 날개는 검고, 배는 하얗고, 부리는 붉은 색인 바다 오리과의 새다. 갈매기처럼 날개를 수평으로 펴고 날지 못하고, 수도 없이 파닥거려야 겨우 나는 모습이 매우 귀여웠다.

퍼핀 구경을 마치고 해변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니 여기 풍경 또한 별천지였다. 앉은 장소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대서양 바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 이끼 들판, 피오르 지형, 빙하를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그저 놀랍기만 했다.
아이슬란드 마그마가 굳은 동굴 ⓒ 조수희
아이슬란드 여행 마지막 날, 아이슬란드의 속살이 궁금해 동굴 답사 투어를 신청했다. 레이캬비크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동굴을 1시간 정도 걸었다. 동굴 속 길이 시원하게 쭉 뚫린 제주도 만장굴을 떠올리고 갔지만, 만장굴보다 더 험난하고 거칠었다. 동굴 안에 인공조명 따위 하나도 없었고, 길의 폭과 높이가 좁아 맨땅에 온몸을 구르다시피 길을 통과했다. 동굴 안에 종유석은 많지 않았지만, 용암이 흘러간 흔적은 선명했다. 용암은 파도처럼 물결을 일으키며 흘렀고, 그 모양대로 굳었다. 용암이 흘러간 흔적을 맨손으로 만지고 관찰하며, 아이슬란드의 자연에 감탄했다.

아이슬란드는 굳이 유명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지나가는 길목마다 잊지 못할 풍경들이 가득했다. 세계 일주를 하며 기가 막힌 풍경들을 많이 봤지만, 어느 곳도 아이슬란드와 비교할 수 없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내내 좌우로 펼쳐진 빙하와 폭포들을 넋을 놓고 바라보며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시규어 로스에 감사했다. 이제 그들의 음악이 왜 그토록 신비롭고 몽환적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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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