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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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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 '싸움꾼'들이 영락없이 '사랑꾼'으로 변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미묘(예쁜 고양이)'와 '댕댕이(강아지)' 등 반려동물 앞에서죠.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이들과 함께 하는 '입법 집사' 정치인들의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심장이 아릴 정도로 사랑스러운 주인공들도 듬뿍 담겠습니다. [편집자말]
"우당탕탕탕탕탕..."
"아이고~ 저기 빠진 것 같은데?"
"또야? 이 눔 자식을..."

토끼라는 이름의 고양이. 토끼는 낯선 기자들을 보자 주방 싱크대 위에 있는 배관을 타고 환기구가 있는 칸으로 들어갔다. 그러기를 잠시, 다시 배관 위로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 이희훈
당황. 인터뷰이가 인터뷰 시작도 전에 싱크대 옆 환기구에 빠졌다. 낑낑대며 밖으로 나오지 못하자 세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한 사람은 싱크대 위에 올라가 그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머지는 "어떡해" "뭐 이상한 거 먹는 거 아니야?"라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흰 얼굴에 검정 복면을 쓴 그의 이름은 토끼. 한 살을 갓 넘은 활기 충만 아기 고양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간판은 그리 걸려있지만, "사실상 인간들이 얹혀 살고 있다"고 했다. 입구 문 앞에도 큼지막한 글씨로 "문 꼭! 고양이 나가요"라고 적혀있다. 무슨 사연일까.

책상 옆, 컴퓨터 위, 의자 아래... 공간 곳곳에 푹신한 상자들이 놓여있다. 종이 상자를 뚫어 안 입는 티셔츠를 씌운 '고양이 전용 해먹'이다. 사무실 왼 편에는 아예 3층으로 꾸민 고양이 집과 발톱을 긁는 '스크래처'가 완비돼 있었다.

4마리 길고양이들의 '묘생극장'

'단지, 마콩, 쁘띠, 토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입양한 네마리의 고양이 ⓒ 이희훈
사무실을 전세 낸 고양이 가족의 이름이다. 손 의원에 따르면 모두 아스팔트 태생, 이른바 길냥이 출신이다. 입주하기 전까지, 이들의 '묘생역로'는 웬만한 드라마 못지않다.

단지, 마콩, 쁘띠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구조됐다. 피를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진 아파트 단지에서 셋은 서로를 품고 먹이며 가족이 됐다. 손 의원과 만난 것은 지난해 총선 때다.

"지난해 3월이었나... 지역구(서울 마포구을)에서 골목골목 선거운동을 하는데, 카라(동물보호시민단체) 건물이 보이더라. 당선되어 마포에 머물게 되면, 고양이를 입양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선 두 달 후, 직접 찾아 갔다.

그런데 유독 생긴 것도 다르고, 색깔도 크기도 다른 아이들이 한 방에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게 바로 단지와 마콩, 쁘띠다. 특히나 단지는 마콩이를 자기 새끼도 아니면서 부모인양 돌봤단다. 고양이들은 원래 그렇다. 몰려다니면서 새끼 고양이가 있으면 핥아주고 함께 돌보더라. 아이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니 모두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막내 토끼의 산전수전도 만만치 않다.

토끼 ⓒ 이희훈
"토끼는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졌던 아이다. 엄마 고양이들이 아파트 처마홈통에 새끼를 낳고, (홈통에 들어가지 못해) 밥을 배달 못할 때가 있다. 그러다 굶어죽는 새끼들이 많단다. 그 과정에서, 삐쩍 마른 새끼 하나가 떨어져 구조됐다. 사무실에 계신 장 소장님이 이 사연을 인터넷 게시판에서 보고 데려오셨다."

사람 그림자만 봐도 도망치기 바빴던 이들. 1년여 동안 사람과 부대끼며 손을 탄 탓인지, 경계심은 많이 옅어진 듯 보였다. 약 70평 공간을 네 고양이가 자유자재로 가로지르며 뛰어다녔다. 근무 중인 '집사(개-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요즘 말)'들의 책상 옆에서 도롱도롱 낮잠을 청하거나, 지루한 틈에는 선반 위에 풀쩍 올라가 사무실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을 관찰했다.  

집사들의 필수품 '후○○'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입양한 고양이 쁘띠를 안고 있다. 쁘띠는 목소리를 잃은채 손 의원의 품으로 입양되었다. 네 마리의 고양이 중에 손 의원을 가장 잘 따르는 녀석이다. ⓒ 이희훈
인터뷰 초반, 품에 안긴 쁘띠가 답답했는지 손 의원의 팔을 할퀴며 바닥에 내려왔다. 쁘띠의 손톱이 지나간 자리에는 작은 상처가 생겼다. "후○○(연고) 있어요?" 손 의원은 불편한 기색 없이 자칭 '집사들의 필수품'을 찾았다. 파란 재킷에는 쁘띠의 흰 털이 뭉게뭉게 붙었다. "털 무서워하면 고양이 못 키워요." 짧은 조언도 덧붙인다.  


손혜원 의원이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고양이를 안았다. 1분을 넘기지 못했다. 몸부림을 치던 고양이가 손목을 할퀴고 도도하게 제 갈 길을 갔다. ⓒ 이희훈
반려인 16년 차. 손 의원은 집에서도 고양이 호란, 개 순돌이와 함께 산다. 그는 자신을 그리 곰살맞은 '집사'가 아니라고 했다. "감정표현을 열심히 하거나, 물고 빠는 것은 안 한다"면서. 요새 말로 '츤데레(겉은 무뚝뚝하지만 속은 따뜻한)'인 집사다. 고양이들도 "제 밥값 대주는 사람 정도로 알지 않을까"라며 웃어보였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달라진 점? 그런 건 없다. 사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신경도 많이 써야 하고... 조금 편하려고 하면 절대 못 키운다.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으면 키우기가 어렵다."

그러면서도 손 의원의 눈길은 자꾸만 네 식구에게 갔다. "저것 좀 봐", "웃기는 애들이야" 고양이들이 눈앞에서 재롱을 부릴 때마다, 인터뷰 흐름도 중간 중간 끊겼다. 손 의원이 사무실에 들어올 때마다 제일 먼저 "눈 맞춤 하는" 대상도 이들이라고 했다.

"그냥 가족. 내 곁에서 살을 맞대고, 또 잠을 자고. 아침에 내 얼굴을 핥아 깨우고.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손 의원과 함께 공간을 나눠쓰던 이들도 차츰  반려동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사무실을 관리하는 장병인 소장이 대표적인 예다. 고양이 놀이터와 집, 장난감을 직접 '핸드메이드' 제작하는 그는 처음부터 반려인은 아니었단다.

손 의원은 "평생 고양이라고는 키워본 적 없는 분이었는데, 이제는 고양이를 연구하신다"면서 "박스에 구멍을 뚫어 직접 만든 집과 해먹들이 사방에 널려있다"고 말했다. "마포에 고양이용품 가게를 내라고 해야 하나 싶을 정도"란다. 손 의원은 반려동물, 특히 고양이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반려동물은 말을 못하잖아. 그런데 키우다 보면 얘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99%가 전달된다. 특히 고양이는 한 발 떨어져 사람한테 관심 없는 '척'을 한다. 그러면서도 사람한테 관심이 엄청 많다. 좋은데 좋아하지 않는 척하는 어린아이 같달까. 고양이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으로 대개 알고 있는데, 안 키워보셔서 하는 말씀들이다."

아픈손가락 '쁘띠'

쁘띠는 상자 안에서 바깥을 지켜보며 기자들을 경계했다. ⓒ 이희훈
네 식구 중에서도 아픈 손가락은 '쁘띠'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고양이라고 했다. 손 의원은 "내게 제일 잘 오는 아이"라면서 "여길 올 때부터 목소리가 안 나왔는데, 그게 제일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키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항상 내 탓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금도 쁘띠가 내 손을 할퀴어서 상처가 났다.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인간의 잘못이다. 경계심이 생기면 공격을 하는 게 맞다. 내가 공격할 빌미를 제공한 거니까."

손혜원 의원실은 '내 탓' 대신 '동물 탓'을 하는 학대자들로부터 동물을 지키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현행 법상 동물이 학대를 당하거나, 투견 현장에 활용됐다 하더라도 기존 소유자가 반환을 요구하면 돌려보내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관련 조항을 개정, '반환 예외 규정'을 두도록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 이희훈
"얘들이 버릇이 없어서 똥을 아무 데나 싼다."

"우리가 모시고 산다. 밥도 드리고, 똥도 치워드리고."

손 의원을 비롯한 이곳 '집사'들이 네 식구에게 느끼는 감정은 오묘했다. 가끔은 귀찮다가도, 자꾸만 '사랑 받고 싶은' 대상. 손 의원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은 반려동물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다. 자식들 봐라, 조금만 크면 말 안 듣지 않나. 하지만 동물들은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 이 아이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변함없는 사랑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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