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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 '싸움꾼'들이 영락없이 '사랑꾼'으로 변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미묘(예쁜 고양이)'와 '댕댕이(강아지)' 등 반려동물 앞에서죠.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이들과 함께 하는 '입법 집사' 정치인들의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심장이 아릴 정도로 사랑스러운 주인공들도 듬뿍 담겠습니다. [편집자말]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 동대문을)의 반려묘인 고양이 '이오비'. ⓒ 민병두 의원
"이오비의 차기 대선 출마 선언을 기다리겠습니다. 민병두 의원님은 거기 선대위원장 하시고..." (트위터ID @tejeva******)
"이오비가 본체이고 집사는 트윗 작성하는 기계일 뿐…. 문제 인식과 정책 입안 등은 모두 이오비가 하는 것입니다." (트위터ID @guys*****)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대문구을)은 지난17대부터 19대·20대 국회까지 3선을 한 다선 국회의원에, 문재인 선대위에서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에서는 '이오비 집사'로 더 유명해졌다. 한 살이 채 안 된 반려묘 이오비를 기르면서, 현안에 맞춰 '고양이 한 줄 논평'을 본인 SNS 계정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 닉네임은 아예 '민병두-이오비 집사'다.

'돌아온 홍준표(자유한국당 당대표)' 소식과 이오비가 찡그린 사진을 함께 올리며 "이오비도 한심하다는 표정", "이오비 기분 별로"라고 쓰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침대가 '처치 곤란'이라는 뉴스를 전하며 "이오비는 개구리 인형 침대에서 잔다. 이오비는 청렴하다"는 내용을 덧붙이는 식이다. 묘하게 들어맞는 고양이 사진과 글에 누리꾼들은 열광한다. 일각에선 "집사(민병두)는 기계고 이오비가 본체"라는 '이오비 본체설'을 내놓기도 했다.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 동대문을)의 반려묘인 고양이 '이오비'. ⓒ 민병두 의원
이오비와의 첫 만남... 서로 투명인간·투명고양이 취급을 했다

지난 24일, 민 의원이 사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한 아파트에서 민 의원과 이오비를 함께 만났다. 진한 회색빛 털을 지닌 이오비와 민 의원은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색깔이었다. 검은 뿔테 안경에 검은 상·하의를 입고, 검은 양말까지 신은 민 의원은 이오비를 "오비씨~", "오비야~"라 부르며 '무심한 듯 시크하게' 나름 애정을 표시했다. '이오비'는 반려묘가 오비작대는(좁은 틈이나 구멍 속을 자꾸 갉아 파내는) 모습이 귀여워, 민 의원 딸이 직접 붙인 이름이란다.

"오비야, 찡찡이(문재인 대통령 반려묘) 한 번 만나러 가야지?"
"오비씨, 언니(딸)한테 또 가? 아빠한테 잠깐만, 한 번만 와 봐~"

브리티시 숏헤어(모계)와 러시안 블루(부계)가 섞인 '믹스냥' 이오비는 이제 갓 10개월을 넘긴 새끼고양이다. 민 의원의 아들이 분양받아 데려오면서 기르게 됐다고 한다. 반면 1958년 6월생 '집사' 민 의원은 현 60세, 곧 환갑을 앞둔 3선 국회의원이다. 인터뷰 질문에 나오는 대답도 짧고 말투도 무뚝뚝한 편이었다.

그런 민 의원이지만 이오비를 대하는 모습은 조금 달랐다. 자신을 "얘(이오비) 아빠"라고 지칭하며 아이 키우듯 했다. 과거 전두환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가고, 독재 정권에 맞서다 고문을 받기도 한 사람이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의 모습이었다. 그는 '이오비 본체설'을 묻자 그는 "뭐 이오비가 진짜고 민병두는 아바타라는데... 사람들이 이오비에 그렇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게 좋고 너무 신기하더라"며 웃었다.

그러나 둘 사이가 처음부터 가깝지는 않았다는 게 가족들 전언이다. "둘 다 지나치게 시크해서 처음엔 데면데면했다. '어 그래 너 거기 있구나', 이렇게 무슨 행성처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았다"고 민 의원 부인은 말했다. 민 의원 또한 "처음엔 서로 투명인간, 투명고양이 취급을 했다"며 "이제는 제게 안기기도 하니까 굉장히 달라진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올해 초,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받은 게 민 의원이 집사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단다.

"그 전엔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얘가 중성화 수술을 받더니만 이틀 만에 붕대를 다 풀어버리더라고요. 아직 아기인데 수술받고 난 그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붕대 풀어버리는 성질 급한 거나 비 오는 거 좋아하는 게 저랑 닮았다는 생각도 들고... 정이 든 거죠."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 동대문을) 가족의 반려묘 '이오비' 어릴적 사진. ⓒ 민병두 의원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 동대문을)의 반려묘인 고양이 '이오비'. ⓒ 민병두 의원
"저 사람(부인)은 진짜 아기 대하듯 하며 대화를 하더라. 저는 대화까진 안 한다", "제가 뭐 잔정이 많은 성격은 아니다. 얘가 그렇다고 진짜로 인간은 아니잖아요"라며 손사래 치는 민 의원이지만, 그 또한 이오비를 얘기할 때는 '미묘(※아름다운 고양이를 일컫는 용어)'라고 자랑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팔불출 '냥집사'가 되고야 만다.

"얘가 뭐 인간은 아니잖아요" 하다가도... "이오비, 아빠한테도 좀 와 봐"

"제가 집에 와서 문을 열려고 '삑'하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오비가 알아채고는 달려와서 저를 보면 딱 드러누워요. 자기 쓰다듬어 달라고."
"이오비, 이름도 예쁘고 생긴 것도 미묘잖아요. 글 쓰고 나면 거기에 맞게 자세도 딱딱 취하고. 우리 오비씨는 '깨묘', 그러니까 '깨시민(깨어있는시민)'처럼 깨어 있는 고양이 같아. 영혼이 있는 고양이 같고요."

그렇게 한 살도 안 된 '아깽이(아기고양이)'는 민병두 의원을 바꿔놓았다. 얼마 전엔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우는 '캣맘'과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한 시간 넘게 고양이 얘기로만 수다를 떠는 자신을 보며 스스로도 놀랐다고 했다. "이렇게 바뀔 줄 예전엔 상상도 못 했다. '사람에게도 이렇게까진 안 하는 내가 고양이 때문에 이렇게 됐구나(생각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이날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이오비 어릴 적 사진을 자꾸 기자에게 보여주며 "두 달 때다. 정말 귀엽지 않으냐"고 물었고, "성질 급하고 성격이 시크한 게 저랑 똑 닮았다"며 공통점을 찾아내기도 했다. 이오비는 처음 보는 기자와 카메라·노트북이 흥미로운 듯 계속 꼬리를 살랑이며 주변을 맴돌더니, 이내 흥미를 잃고는 옆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 동대문을)과 고양이 '이오비'. ⓒ 권우성
"저는 사람과 거리 두는 '고양이과 정치인'... 이오비와 닮았다"

집사의 필수 코스, 고양이 똥은 치워본 적 있을까? 기자가 묻자 민 의원은 "저는 주로 만지는 것만 한다. 똥은 엄마(부인)가 주로 갖다버린다"고 사실을 털어놓는다. 평소 의정활동이 바빠 집보다는 국회에 주로 있다 보니, 이오비와 보내는 시간이 길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그는 '새우깡', '감자' 등 고양이 관련 전문 용어를 줄줄 읊었다. 집사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다.

"보통 이걸 새우깡이라고 하고 감자라고 하거든요? 모래 위에 고양이가 오줌을 누면 그게 감자처럼 말려 나오고, 똥은 새우깡처럼 길게 나온다고 해서 그렇게 불러요. 그걸 나중에 모래로 덮으면 이게 감자처럼 뭉쳐지는데, 그걸 주로 엄마가 화장실에 갖다 버립니다. 저는 늦게 들어와서 주로 만지는 것만 하고….(웃음)"

"내가 정말 많이 변했구나"를 느끼면서, 이오비 덕분에 동물복지 전반에 관심이 생겼다는 민 의원은 외국에 출장을 가서도 동물복지에 주로 눈길이 간다고 했다. 그는 "덴마크 같은 나라는 공장식 축산이 아니라 반드시 방목해서 키우게 돼 있다. 죽일 때도 고통이 없도록 '쇼크사'를 시켜야 한다"며 "국내 동물복지 관련 법안들을 예전보다 더 꼼꼼히 제대로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 동대문을)과 고양이 '이오비'. ⓒ 권우성
"사실 정치인도 개과(科) 정치인이 있고 고양이과 정치인이 있어요. 개과 정치인은 사람을 잘 사귀는데, 저 같은 사람은 고양이과 정치인이에요. 노출도 잘 안 하고, 보통은 거리를 두고, 가까운 사람들한테만 잘하고.."

앞서 자신을 '고양이과 정치인'이라며 소개하던 민 의원. 그는 이어 "이제는 민병두보다도 이오비 집사로 많이들 알아주시더라. '청와대 찡찡이는 뭐 하냐, 긴장하라'는 사람도 있더라"며 웃었다.  실제로 트위터에서는 "민병두는 몰랐는데 이오비 보고 팔로우했다", "의원님 트윗에는 관심 없고 이오비 사진만 열어본다"는 답글들이 많다.

민 의원은 "수년 전엔 의원들이 보신탕집에서 단체 회식을 한 적도 있었는데, 최근엔 이오비 생각이 나서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 "동물 의료보험이 민간 보험처럼 돼 있어 지금은 비용이 비싸다. 병원비를 대는 게 쉽지 않다"면서 "반려동물 의료보험 상품을 제대로 개발하고 보편화했으면 싶다. 그 부분을 이슈화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냥 선생 한 분, 백 트잉여 안 부럽다"는 한 누리꾼의 평가처럼 '트위터 냥이' 이오비는 민 집사와 함께 행복한 모습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오비와 눈을 맞추고 "민 집사가 잘해주느냐"고 물었다. 이오비는 인간이 던지는 질문 따위엔 관심 없다는 듯 하품을 하더니만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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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자세히 보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A political reporter. I'm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