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CC가 프로농구 역사를 새로 썼다.

KCC는 5일 경기도 수원 kt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 4승제) 5차전 원정 경기에서 수원 kt를 88-70으로 크게 이겼다.

이로써 KCC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kt를 꺾고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이자 통산 6회째 우승을 달성했다. 또한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5위를 하고도 챔피언 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이 됐다.

분위기 탄 KCC, 압도적 활약으로 우승 

벼랑 끝에 몰린 kt는 허훈이 내외곽에서 슛을 몰아치며 리드를 잡았다. 여기에 한희원이 3점슛으로 힘을 보태며 kt가 21-16으로 앞선 채 1쿼터를 마쳤다.

그러나 kt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KCC는 2쿼터에 들어온 최준용이 속공으로 공격을 이끌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kt는 허훈이 고군분투했으나 KCC의 전방위 공격을 버텨내지 못하면서 역전을 당했다.

KCC는 3쿼터부터 캘빈 제프리 에스피톨라의 3점슛을 시작으로 라건아와 최준용의 덩크슛 등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이날 부진을 거듭하던 kt의 패리스 배스는 교체되자 화를 참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기도 했다.

마지막 4쿼터 들어 KCC는 라건아와 허웅을 앞세워 20점 차 이상 달아났다. 배스와 한희원이 3점슛으로 만회하려 했으나 무리하게 던진 슛은 림을 빗나갔다. 또한 허훈과 하윤기가 어렵게 득점해도 KCC의 속공에 쉽게 점수를 내줬다.

KCC는 작전 타임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kt는 사실상 의욕을 잃고 경기를 포기했고, 결국 KCC가 대망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손에 넣었다.

정규리그는 연습... 플레이오프서 폭발한 '슈퍼 팀'
   
프로농구를 대표하던 명문 구단인 KCC는 2021-2022시즌 정규리그 9위까지 추락하자 이후 2년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허웅, 이승현, 최준용, 이호현 등을 영입하며 과감하게 전력을 보강했다.

여기에 라건아가 건재한 데다가 송교창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KCC는 국가대표급 라인을 구성하며 '슈퍼 팀'으로 불렸다. 또한 전주에서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새롭게 출발했다.

그럼에도 주전급 선수들이 돌아가며 부상을 당하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정규리그 5위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슈퍼 팀의 위력은 플레이오프가 시작되자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며 '완전체'가 된 KCC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울 SK를 3전 전승을 이겼고,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 DB를 3승 1패로 탈락시켰다.

정규리그 5위 팀으로는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KCC는 내친김에 우승까지 차지하며 기적을 일궈냈다.

허웅은 기자단 투표 84표 중 31표를 획득하며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이로써 현역 시절 '농구 대통령'으로 불렸던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이 1997-1998시즌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된 이후 26년 만에 대를 이어 처음으로 '부자(父子) MVP'가 됐다.

반면에 동생 허훈은 이날 29점으로 맹활약하고 MVP 투표에서도 21표를 받아 3위에 올랐으나, 팀의 준우승으로 끝내 웃지 못했다.

KCC는 부산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전 3, 4차전에서 연달아 1만 명이 넘는 구름 관중을 불러들이며 프로농구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연고지를 옮긴 첫 시즌에 우승을 차지한 KCC가 부산에서 새로운 왕조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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