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통합우승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2024년 FA시장이 열렸다.

한국배구연맹은 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3-2024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선수 18명의 명단과 급수를 발표했다. FA 자격을 얻은 18명의 선수들은 4일부터 오는 17일 오후 6시까지 7개 구단을 상대로 FA협상과 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단 구단에서 A등급 FA를 영입할 경우 18일 12시까지 보호선수 6명의 명단을 제시해야 하고 이적한 FA 선수의 원 소속팀은 21일 오후 6시까지 보상선수를 지명할 수 있다.

FA시장에서 2023-2024 시즌 기준 연봉 1억 원이 넘는 선수는 A등급으로 분류된다. A등급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은 원 소속 구단에 전 시즌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 6명 외 1명의 보상선수, 또는 전 시즌 연봉의 300%를 지불해야 한다. 연봉 5000만 이상 1억 원 미만의 B등급 선수는 보상 선수 없이 전 시즌 연봉의 300%를 지불하면 된다. 올해 FA시장에는 A등급이 13명, B등급이 5명이고 연봉 5000만원 미만의 C등급은 한 명도 없다.

두 번째 '대박계약' 노리는 소영선배 
 
 '만능 아웃사이드히터' 이소영을 영입하는 구단은 공수에서 눈에 보이는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만능 아웃사이드히터' 이소영을 영입하는 구단은 공수에서 눈에 보이는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 한국배구연맹

 
올해 FA시장 최대어는 단연 지난 2020-2021 시즌 GS칼텍스 KIXX의 트레블을 이끌었던 '쏘쏘자매' 이소영과 강소휘다. 지난 2021년 4월 계약기간 3년에 연봉총액 19억 5000만 원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의 유니폼을 입었던 이소영은 2021-2022 시즌 377득점, 2022-2023 시즌 457득점을 기록하며 정관장의 토종에이스로 맹활약했다. 다만 이번 시즌엔 어깨와 발목부상으로 26경기에서 215득점에 그치며 다소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이소영의 최대 강점은 바로 '공수겸장'이라는 점이다. 정관장 이적 후 지난 세 시즌 동안 1049득점을 기록한 이소영은 세 시즌 연속 40% 이상의 리시브 효율과 세트당 3.5개 이상의 디그를 기록하며 수비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발휘했다. 2022-2023 시즌이 끝나고 어깨부상, 이번 시즌 막판 발목부상을 당하면서 2021년과 같은 초대형 계약을 따낼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이소영을 영입하는 팀은 아웃사이드히터의 고민을 크게 덜 수 있다.

2015년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GS칼텍스를 떠난 적이 없는 프랜차이즈 스타 강소휘도 커리어 두 번째 FA자격을 얻었다. 이소영이 정관장으로 이적했을 때 GS칼텍스와 3년 총액 15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하며 GS칼텍스에 잔류한 강소휘는 FA계약 후 세 시즌 동안 1256득점을 기록하며 뛰어난 공격력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프로에서 9시즌을 보낸 중견(?)선수임에도 여전히 만 26세에 불과하다는 점이 강소휘가 가진 최대 강점이다.

이번 시즌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우승멤버 정지윤은 생애 첫 FA자격을 얻었다. 정지윤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34.09%의 공격성공률로 254득점을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챔프전에서는 44.93%의 성공률로 34득점을 올리며 현대건설의 우승에 기여했다. 정지윤은 아직 서브리시브와 수비 등에서 '미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발전가능성이 풍부한 2001년생의 젊은 아웃사이드히터로 여러 팀에서 군침을 흘릴 만한 선수다.

이 밖에 이번 시즌 이소영이 부상으로 결장했을 때 빈자리를 메웠던 박혜민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주장 김미연, 현대건설과 GS칼텍스에서 백업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던 김주향, 최은지가 나란히 FA자격을 얻었다. '아웃사이드히터 빅3'라 할 수 있는 이소영, 강소휘, 정지윤이 있어 좋은 계약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인 만큼 이들의 행보 역시 이번 FA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앙 라이벌' 박은진-이주아, 동반 FA 취득
 
 흥국생명에서 한 번의 우승과 3번의 준우승을 기록한 이주아는 이번 시즌이 끝나고 생애 첫 FA자격을 얻었다.

흥국생명에서 한 번의 우승과 3번의 준우승을 기록한 이주아는 이번 시즌이 끝나고 생애 첫 FA자격을 얻었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이번 FA시장에는 아웃사이드히터와 함께 미들블로커 포지션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시즌 속공(50.61%)과 이동공격(43.68%) 3위, 블로킹 7위(세트당0.53)에 오르며 정호영과 함께 정관장의 중앙을 지켰던 박은진은 각 부문에서 고른 활약을 통해 인상적인 시즌을 보내며 FA자격을 얻었다. 박은진은 이번 시즌 높이의 약점으로 고전했던 GS칼텍스나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같은 팀에서 충분히 노릴 수 있는 미들블로커 자원이다.

2018-201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라이벌 박은진을 제치고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던 이주아 역시 생애 첫 FA자격을 얻었다. 이주아는 이번 시즌 블로킹 4위(세트당0.62개)와 속공 5위(47.03%)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미들블로커로 좋은 시즌을 보냈다. 다만 이주아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이동공격 성공률이 34.09%로 떨어졌는데 다음 시즌 이동공격의 성공률만 40% 이상으로 회복한다면 더욱 위력적인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

지난 2022-2023 시즌 세트당 0.83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생애 첫 블로킹 여왕에 등극했던 한수지도 FA자격을 획득했다. 한수지는 이번 시즌 기복을 보이면서 33경기에서 101득점에 그쳤고 블로킹 역시 세트당 0.27개(14위)로 크게 떨어졌다. 60%의 성공률로 1위를 기록한 이동공격도 시도가 5회에 불과해 의미를 찾기 힘들다. 다만 한수지도 2022-2023 시즌의 블로킹 감각을 회복한다면 FA시장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미들블로커다.

리베로 중에서도 알짜배기 선수들이 눈에 띈다. 이번 시즌 디그 5위(세트당 4.54개)와 수비 4위(세트당 6.41개)로 정관장을 7년 만에 봄 배구로 이끌었던 노란 리베로와 리시브 3위(45.10%)와 수비 2위(세트당 6.77개)를 기록한 한다혜 리베로가 대표적이다. 신연경이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IBK 기업은행 알토스와 오지영이 팀을 떠난 페퍼저축은행 등 리베로 보강이 필요한 팀들이 적지 않지만 원 소속 구단에서도 이들의 잔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주전 세터로 활약했던 이원정 세터와 아시아쿼터 폰푼 게드파르드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김하경 세터도 나란히 생애 첫 FA자격을 얻었다. 이원정 세터는 흥국생명 이적 후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을 놓쳤고 김하경 세터는 태국 국가대표 세터 폰푼이 합류하자마자 주전 자리를 내주며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두 젊은 세터가 다음 시즌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고 명예회복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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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FA시장 이소영 강소휘 이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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