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25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아메리칸 불리' 아쿠(수컷, 6살)와 순심이(암컷, 4살)가 고민견으로 등장했다. 보호자는 집 안에 엄청난 사이즈의 반려견용 펜스를 설치해 거실을 절반으로 나눈 채 지내고 있었는데, 아쿠와 순심이를 분리하기 위함이었다. 범상치 않은 비주얼의 아메리칸 불리 두 마리가 거실에 나타나자 숨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무서운 생김새를 지닌 아메리칸 불리는 아직 정식 견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역사가 너무 짧기 때문이다. 강형욱 훈련사는 아메리칸 불리를 '핏불 믹스'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와 핏불 테리어는 현행 도물보호법상 '맹견'에 속하지만, 두 견종의 믹스인 아메리칸 불리가 맹견이 아니라며 동물보호법의 맹점을 소개했다. 

보호자는 아메리칸 불리가 무서운 생김새 때문에 파양이 잦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안쓰러운 마음에 임시 보호해 왔다고 밝혔다. 선한 마음이야 충분히 알겠는데, 과연 아메리칸 불리라는 견종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었다. 집 안에 설치된 펜스는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는데, 보호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접었다 폈다 해야만 했다. 왜 펜스를 치고 있는 걸까. 

이유는 아쿠가 순심이를 공격한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순심이의 가벼운 장난으로 시작된 둘의 관계는 점차 악화됐다. 악에 받친 아쿠가 참지 못하고 순심이를 물어버린 것이다. 지금은 1년에 8번 정도 싸움이 벌어질 정도로 갈등이 심해졌고, 봉합 수술을 위해 병원도 3번이나 다녀와야 했다. 아찔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보호자는 2년째 펜스를 친 채 지낼 수밖에 없었다. 

보호자의 잘못된 훈육이 낳은 결과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한편, 아쿠는 집에 잠시 함께 지내던 임시 보호견까지 물어버린 전력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말리던 보호자의 손까지 물어 골절상을 입히고 말았다. 치료에 1년이 소요되는 큰 부상이었다. 자신의 힘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쿠는 걸핏하면 반항했다. 발톱을 깎으려 하면 으르렁댔고, 보호자가 툭 치면 발로 보호자의 몸을 짚었다. 강형욱은 "좋지 않은 행동"이라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산책은 어떨까. 아메리칸 불리는 산책보다는 운동이 필요했지만, 보호자에게는 아쿠와 순심이를 데리고 외부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 밖으로 나간 순심이는 헬퍼독에게 갑자기 달려들었는데 온몸을 내던질 정도로 흥분했다. 오히려 아쿠는 얌전한 편이었다. 보호자의 미숙함도 눈에 띄었다. 순심이를 전혀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에 강형욱은 고개를 푹 숙였다. 

"보호자가 아무것도 못할 거 같잖아요." (강형욱)

답답함을 느낀 강형욱은 아메리칸 불리라는 견종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아메리칸 불리는 자극에 취약한 특성이 있어 공격성을 보이고, 사람을 존중할 때도 있으나 무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장난 브레이크처럼 흥분을 주체 못할 때도 있으므로 맹견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미숙한 보호자가 아메리칸 불리라는 견종을 키울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임시 보호 중이던 반려견이 아쿠에게 물린 사고도 따지고 보면 대책 없이 임시 보호한 보호자의 탓이 크다. 미숙한 대처로 아쿠의 공격성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적절한 훈련과 대처가 반드시 필요한데, 미숙한 보호자는 아메리칸 불리의 공격성을 통제하기 어렵다. 보호자의 역량이 반려견의 성격을 형성하기 마련이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평상시와 다르게 행동했다. 첫 만남부터 간식을 건네주며 비위를 맞췄는데, 그 이유는 아메리칸 불리는 건들면 터지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라 '개통령'조차 조심히 숙이고 들어왔던 것이다. 물론 본질은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호자가 도와줄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이다. 보호자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강형욱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얘네들한테 문제가 있나 싶어요. 저런 타입의 반려견들이 많아요. 저는 정상이라고 보거든요." (강형욱)

순심이는 자동차 경적 소리에 반응하며 공격성을 보였다. 보호자는 이럴 때 '매'를 든다며 청소 도구를 집어들어 순심이를 압박했다. 그러자 순심이는 눈치를 보며 뒤로 물러났다. 강형욱은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 채 "지금의 훈육법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만류했다. 보호자가 매를 들면 훈육 방식이 통하는 듯보이지만, 다른 사람이 비슷한 행동을 하면 달려들 게 뻔하기 때문이다. 

차분히 관찰을 마친 강형욱은 아쿠와 순심이는 본래 기질대로 살고 있을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고민 행동은 '방치의 결과'라고 팩폭을 날렸다. 합사 초기 하루종일 아쿠를 귀찮게 했던 순심이를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게 문제의 시초였던 것이다. 지금이 아쿠는 자신의 힘을 인지해 보호자에게도 위협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 물론 최악의 상황을 만든 건 보호자의 욕심이었다.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좀더 신중한 분석을 위해 공격성 테스트에 돌입했다. 아쿠의 경계심은 다행히 정상 범주에 속했다. 강형욱은 "이 정도는 그냥 아메리칸 불리"라며 다만 돌변할 것에 대비해 관리와 훈련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반면, 순심이의 공격성은 다소 주의해야 할 수준이었다. 헬퍼독이 나타나자 흥분하며 짖더니 거리가 가까워지자 난리를 피웠다. 적절한 제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때마다 보호자는 순심이의 몸을 잡고 말리며, 짜증섞인 말을 쏟아냈는데, 강형욱은 그런 훈육은 화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뜯어말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간결하고 단호한 명령과 줄을 통한 통제였다. 순심이의 공격성을 제어하기 위해 핀치칼라를 착용하기로 했다. 처음 겪은 통증에 당황한 순심이는 곧 통제에 따라오기 시작했다. 장족의 발전이었다.

훈련을 마친 강형욱은 "보호자가 나쁜 반려견으로 만든 거 같"다면서 앞으로 제대로 된 방법으로 훈련을 한다면 입마개 없이도 산책이 가능할 거라는 희망을 제시했다. 또, 보호자의 짜증내는 말투만 바꿔도 훨씬 수월해질 거라 조언했다. 현재로서는 이 훈련법을 꾸준히 이행하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물론 앞으로 더 이상 임시보호를 맡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국내 반려견 인구는 1000만 명으로 추산되고, 등록된 반려견 수는 300만 마리가 넘는다. '개통령'이 나서야 할 문제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문제는 '누구나', '어떤 견종이든'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견종의 특성을 공부해 자신의 환경이나 역량에 맡는 반려견을 선택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나 교육이 정착되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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